스물아홉 민수가 찾은 또 다른 나를 보여줄 용기
때론 모순덩어리처럼 보일지라도. 결정적인 순간에 나를 내던질 줄 아는 용기를 지닌 스물아홉 민수.
올해로 데뷔 6년 차를 맞은 싱어송라이터 민수. 독특한 보이스와 재치 있는 가사로 음악성을 인정받아 온 뮤지션이다. ‘섬’, ‘민수는 혼란스럽다’ 같은 곡들로 리스너부터 BTS RM과 같은 뮤지션의 귀까지 사로잡아 왔다. 그런 그녀는 최근 친정 같은 소속사에서 독립해 홀로서기를 알렸다. 그 첫 행보가 무려 첫 정규앨범 발매라니. 음악을 위해 학교를 과감히 떠났던 10년 전처럼,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면 민수는 이처럼 누구보다 과감해진다. 평상시에는 문자 메시지 하나도 고민하며 전송한다는 걸 안다면 이런 행보가 더 의외로 다가온다. 하지만 인간은 모두 각자만의 모순을 지녔다. 소심하고 과감한, 여러 자아를 가진 그녀. 그렇게 민수는 자신의 첫 정규앨범 이름을 영화〈클로저〉에서 영감을 받은 ‘Me, Stranger’로 정했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 누구나 가지고 있는 내면의 모순됨을 네 명의 등장인물을 통해 묘사하는 영화,〈클로저〉. 이번 앨범에서 민수는 우리에게 익숙한 밝은 모습은 물론, 그동안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도 전하려고 한다. 20대의 마지막. 그간의 시간을 14곡 안에 채운 그녀의 1집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 “이번 앨범에 실린 곡만큼 자주 들었던 제 노래가 없었던 것 같아요”라는 말을 내뱉다가도, “발매일에요, 하루 종일 잠을 자버리거나 한국을 떠날지도 모르죠”라는 농담 섞인 긴장을 표하는 사람. 그런 모습조차 사랑스러운 스물아홉 민수와〈리빙센스〉가 만났다.
Q_ 오래 함께해 온 소속사와 이별하고 홀로서기를 시작했어요. 직장인으로 치자면, 첫 회사에서 나온 거니 마음이 묘했겠어요.
학창 시절 전학이 잦았던 터라 저에게는 매직스트로베리가 살면서 가장 오랜 기간 속했던 조직인 셈이거든요. 계약 마지막 날 사무실로 직접 찾아가서 직원들과 함께 쫑파티를 했는데, 회사에서 나가게 된 건데도 다들 많이 응원해 줘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나 잘 살아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아쉬운 만큼 힘을 얻었죠. 누군가와의 이별은 늘 저를 돌아보게 만드는 것 같아요.
Q_ 홀로 많은 걸 하려다 보면 여러모로 많이 바쁠 것 같은데요.
그래서 요즘은 머릿속에 퓨즈를 하나 끄고 생각하려 해요. MBTI와 관련해 직장인들 사이에 ‘밈’처럼 돌아다니는 “F감정형였던 사람도 회사에 다니면 T이성형가 된다”라는 말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일에 감정을 쏟으면 그만큼 제가 더 힘들어지니깐요.
Q_ 그래도 소속사에 있을 때보다는 의사결정 과정이 심플해져서 좋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맞아요. 설득해야 할 사람이 저밖에 없거든요(웃음). 그만큼 자유도는 상승했지만, 더 불안한 것도 있죠. 이전에는 아웃풋이 나오기 전까지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거쳐가니 결과물을 다 함께 책임지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온전히 제가 다 선택하는 거니깐요. 책임도 홀로 져야 하죠.
Q_ 최근에 SNS 피드를 전부 삭제하고 새로 시작했더라고요. 어떤 심정이었어요?
그전에 있던 제 모습을 부정하는 건 전혀 아니에요. 단지 지금까지 보여줬던 모습이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데 선입견으로 작용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Q_ 첫 행보로 정규앨범 발매를 택한 게 의외입니다.
올해 정규앨범을 내는 건 회사를 나오기 꽤 이전부터 정해져 있던 계획이에요. 오히려 홀로서기가 계획에 없었던 거라, 그렇다면 이대로 밀고 나가자 한 거죠. 지금 돌아보면 시작할 때는 다른 게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웃음). 물론 오히려 혼자일 때 만든 앨범이 대중들에게 나를 보여주는 음악으로는 더 설득력 있지 않을까라고도 생각했어요. 초심으로 돌아가 음악을 만드는 일에만 집중했습니다. 음악 외적인 홍보활동보다도요.
Q_ 어떤 부분에 주의하며 이번 앨범을 들어보면 좋을까요?
대중들이 기억하는 명랑한 민수도 물론 저이지만, 기본적으로 민수의 디폴트값은 우울함이거든요.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어서 늘 예민해 있기도 하고요. 이전까지는 굳이 내가 음악 안에 이런 것까지 담아야 할까?라는 의문이 있었어요. 이번에는 그렇게 한다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죠. 더 깊은 내면의 나를 털어내는 느낌으로 곡을 썼어요. 특히 첫 트랙인 ‘29’와 민수이기 이전에 어린 시절을 채운 제 이름 ‘지수’를 이야기한 13번 트랙의 가사를 주의해서 들어봐 주세요.
Q_ 타이틀곡이 무려 세 곡이에요.
타이틀곡 선정에 고민이 많았어요. 근데 앨범 프로듀서가 이런 말을 해주더라고요. “이 곡으로 인해 앨범 전체가 궁금해지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타이틀곡이 세 곡이나 됐습니다. 사랑 없이 살 수 없는 나약한 존재인 민수, 여러 개의 자아로 늘 혼란스러운 민수, 사랑이 떠나고 홀로 선 민수. 순서대로 무려 ‘사랑 놀이’, ‘자아 충돌’, ‘Miss you, But ok’예요. 모두 저의 모습이에요.
Q_ 민수의 노래에는 ‘사랑’이라는 키워드가 빠지지 않는 것 같아요. 이번 앨범도 그런가요?
인생 모토가 사실 ‘사랑’이거든요. 가족, 친구, 애인과의 관계든 뭐든 간에요. 그러니 정규앨범에도 여러분이 기대하는 사랑하는 민수의 모습도 볼 수 있을 거예요. ‘I’m Your Love’라는 곡에서는 그간 보여준 맑은 모습도 확인할 수 있을 거고요. 사랑을 놓아버릴까 싶었던 순간, 그 속에서 보았던 실낱같은 희망을 노래한 11번 트랙 ‘Closer’처럼 다양한 사랑의 순간을 담았죠.
Q_ 앨범 발매가 코앞인데 심정이 어때요
매일 일희일비하고 있어요. 어느 날은 모든 걸 다 이룰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이 있다가도, 어느 날은 다 그만둬 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죠. 발매일에 한국을 떠나 있거나, 하루 종일 잠을 잘지도 몰라요.
Q_ 사랑에 빠질 때의 민수님 모습이 궁금해요.
무조건 직진이요. MBTI가 내향형인 INFP인데, 사랑에 빠진 순간에 는 플러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적극적이에요. 오히려 상대방이 ‘워워’ 할 정도로요(웃음). 평소에는 누군가에게 연락하는 것도 제 말에 담긴 의도가 왜곡될까 봐 조심스러워하는 편이거든요.
Q_ 요즘 음악적 고민은 뭐예요?
숏폼이 대세다 보니 음악도 빠르게 소비하는 게 주류잖아요. 음악을 만들 때는 결코 가벼운 마음이 아닐 때가 훨씬 많은데, 그럼에도 이 노래를 한 사람에게라도 더 닿게 하려면 홍보를 안 할 수 없고. 그 사이를 균형감 있게 맞추는 게 참 어려운 부분이에요.
Q_ 음악이 아니라면 민수는 어떤 일을 하고 있었을까요?
저 진짜 매일 다른 일을 하는 상상을 하거든요(웃음). 근데 아직까지는 동료 뮤지션이 오른 무대를 봤을 때 멀리서 응원하는 제 모습이 상상이 안 돼요. 오히려 나도 저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마음이 들죠. 그래서 그날 작업실에서 음악 작업을 제일 많이 하기도 하고. 그런 자극에 반응하는 걸 보면 아직까지 이 길로 가는 게 맞나 봐요.
Q_ 민수가 상상하는 내 로망의 집은?
혹시 드라마〈로맨스가 필요해2〉를 보셨어요? 거기서 두 주인공이 살고 있는 공간이요. 건물이 나뉘면서도 두 집의 1층 거실을 터놓아서 서로가 오가는 구조로 된. 만약 언젠가 결혼하면 남편과 그런 공간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늘 꿈꾸는 집입니다.
Q_ 남은 하반기는 어떻게 보낼 계획이에요?
일단은 앨범을 내고 어떤 상황이 펼쳐지는지 두고 보려고요. 무언가를 더하려 애쓰지도 않고요. 다만 바이닐 숍 사운드굿스토어@soundsgood_ store와 함께 제작한 LP도 곧 공개할 거라, 그 김에 오프라인 이벤트를 하나 진행하고 싶어요.
Q_ 20대의 마지막을 앞둔 민수, 지난 시간을 돌아본다면?
10대 때는 지금보다 한없이 더 타인의 말에 상처를 받았어요. 여전히 혼란스러울 때 ‘잠재운다’는 표현이 무색해질 정도로 그 감정에 휩싸이는 편이긴 한데(웃음). 이제는 그래도 최소한 나를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조금은 단단해진 것 같아요. 그러기까지 10년이 걸렸네요.
MBTI가 내향형인 INFP인데,
사랑에 빠진 순간에는 플러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적극적이에요.
오히려 상대방이 ‘워워’할 정도로요
editor권새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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