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외규장각 의궤실

2025-04-17     리빙센스

 

건축가는 의궤를 단순한 책의 일부가 아니라, 시간이 쌓인 역사적 증거이자 상징적인 존재로 바라봤다. 이에 따라 전이 공간에 표지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형태로 배치해, 의궤가 지닌 상징정 의미를 더욱 강조해 관람객이 보다 경건한 마음으로 전시실에 입장하게 만들었다.

반가사유상에 비해 대중에게 덜 친숙한 의궤인 만큼, 학예사들은 충분한 설명 구간을 확보하길 건축가에게 요청했다. 이에 따라 진열장 안 의궤를 보호하기 위해 조명의 밝기를 최소화하면서도, 설명을 읽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조도를 세심하게 조절했다.

복도로 노출된 전시실 외벽 디자인은 ‘사유의 방’에서 처음 시도되었으며, 의궤 전시실이 두 번째 사례다. 이는 박물관의 요청에 따른 설계로, 전시실의 존재감을 강조하고 가시성을 높이기 위해 ‘사유의 방’과 동일한 컬러 MDF를 적용해 일관된 시각적 흐름을 유지했다.

건축가가 추천하는 방문 시간대는 평일 오전. 전시실이 크지 않아 주말 황금시간대에는 복도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 경우도 많아 감정 몰입이 어렵다. 인구 밀집도가 공간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조용한 시간대에 방문해야 의궤와의 더욱 깊이 있는 조우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