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웅 작가가 전하는 미래의 슈퍼히어로
영웅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예술과 라이프스타일을 매개로 깊이 있는 경험을 나누는〈리빙센스〉의 아트&라이프스타일 멤버십 ‘럭스 에테르나 컬렉티브’의 여섯 번째 시간은 박기웅 작가와 함께했다. 그가 전하는 ‘미래의 슈퍼히어로’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보자.
같은 사물이라도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영화의 빌런들은 정말 악하기만 할까? 상황에 따라 당위성이 달라지고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이런 지점에서부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작가가 있다. 배우이자 작가로 활발히 활동 중인 박기웅(@oopkwoo)이 그 주인공이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미래의 슈퍼히어로’. 단순한 영웅의 이미지가 아닌, 방향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 내면의 힘을 탐구한다. ‘빌런’ 시리즈와 ‘Montage’, ‘Dissolve’ 시리즈를 거쳐 확장된 이번 전시는 20년간 배우로서 쌓아온 깊은 감정 표현과 작가로서의 독창적인 조형 감각이 어우러져 한층 넓고 풍부한 예술세계를 선보인다.
포기하지 않으려는 마음의 흔적을 찾아서
지난 8월 9일, 미술에 조예가 깊은 럭스에테르나 컬렉티브 회원 30여 명이 화이트스톤갤러리(@whitestonegallery.official)에 모였다. 프랑스 프리미엄 샴페인 브랜드 뵈브클리코와 흑유재 양갱을 즐기며 밍글링으로 행사를 시작했다. 상큼한 시트러스 향의 샴페인과 미니 큐브 양갱의 어우러짐이 풍미를 더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박기웅 작가의 프라이빗 도슨트는 〈리빙센스〉의 심효진 편집장이 함께하며 심도 있게 진행됐다. 럭스에테르나 컬렉티브 회원들은 작품을 한 점 한 점 살펴보며 작가의 시선과 삶이 반영된 예술세계를 체험했다. 박 작가는 “이번 전시는 내면을 탐구하며, 부드러운 이미지와 조형적 형태, 그리고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단어들로 ‘회복력’의 윤곽을 섬세하게 그렸다”고 밝혔다. 배우로서 갈고닦은 감정의 언어와 조형적 시선을 결합해 스타니슬랍스키 시스템, 실크스크린, 조각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해냈다.
이번 전시는 ‘미래에 나는 슈퍼히어로가 되어 있을 거야’라는, 누구나 어린 시절 품었던 단순하지만 확신에 찼던 마음에서 시작한다. 때론 현실의 벽에 부딪치고, 좌절하고, 스스로 초라해질 때도 있었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빛나는 경험이다. 힘이란 반드시 크거나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회화와 조각으로 이야기한다. 박 작가는 그 믿음이 용기로 전달되길 바라며 감정의 여운에 집중했다. 흐릿한 장면과 번지고 겹쳐진 텍스트로 구성된 작품들은 명확한 답 대신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가 말하는 슈퍼히어로는 초월적인 존재가 아닌, 흔들리는 믿음 속에서도 자신만의 방향을 지키려는 우리의 이야기다. 희미한 믿음 속에서도 끝내 방향을 잃지 않으려는 내면을 향한다. 오랜 시간 마음속에 품어온 ‘영웅’의 의미를 다른 시각으로 그려 그의 방식으로 조용히 응원을 건넨다.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모두의 영웅을 위해
이번 전시에서 눈에 띄는 점은 텍스트를 작업에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강렬한 색감과 반복적인 패턴 속에 숨겨진 메시지, 뭉개지고 흐려진 이미지를 통해 ‘영웅’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텍스트는 박 작가가 배우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상적인 영화 속 대사를 발췌했다. 흐리고 뭉개진 텍스트가 궁금증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독특한 조형 언어로 자각과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현대인의 내면을 탐구하는 깊이 있는 예술세계를 보여준다.
처음 선보인 컬러풀한 조형작품 또한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인테리어를 하시던 아버지, 미술적 재능이 뛰어난 동생과 함께 8개월 넘게 고민하며 만든 첫 조형 작업이다. 가장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한 조각물로 인간의 뇌처럼 보이지만 호두에서 영감을 받았다. 견과류인 너트와 서스펙트를 합쳐 ‘서스넛’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었다. ‘서스넛’ 시리즈는 작가가 경험한 감정의 껍질들이다. 단단한 호두의 형상은 외적으로 유희적이지만 각기 다른 색과 텍스처는 감정의 다양성과 자아의 분열을 드러낸다.
박 작가의 작품에는 그의 예술적 감각과 엔터테이너로서의 매력이 어우러져 색다른 재미와 보는 즐거움이 있다. 애니메이션으로 영역을 확장한 시리즈는, 친숙한 캐릭터들이 작품에 생동감을 더해 각자 내면의 영웅을 떠올리게 한다. 나의 미래 영웅은 어떤 모습일까? 모두가 자신만의 미래 영웅을 찾길 바라는 그의 진심이 깊은 울림을 전한다.
박기웅 작가
2005년 데뷔해 20년간 배우로 활동 중인 박기웅 작가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미술 작가로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2019년 아트페어 참가를 시작으로 꾸준히 개인전을 개최하고, 2021년 ‘한국 회화의 위상전’에서 K아트상을 비롯해 다수의 공모전에서 수상한 바 있다.
freelance editor김은혜
photographer임수빈
장소 협조화이트스톤갤러리(@whitestonegallery.official)
취재 협조 무자기(@mujagi_official), 흑유재(@blackstreamhouse), 뵈브클리코(veuveclicquot.com), 시세이도(shiseid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