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센스> 에디터가 직접 마주한 2025 메종오브제
2025 MAISON & OBJET REPORT
또 한 번 진화한 영감의 무대, 전보다 새로워진 ‘2025 메종&오브제 파리’에 다녀왔다.
2025년 9월, 파리 노르빌뱅트 전시장은 다시 한번 전 세계 크리에이터와 바이어, 기자들로 북적였다. 올해 메종&오브제는 파리 디자인 위크와 함께하며 전시 동선과 레이아웃을 새롭게 재편하고, 세분화된 섹터와 젊은 디자이너를 위한 플랫폼으로 한 단계 진화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제품을 소개하는 자리를 넘어, 디자인 산업 전반에 전략적 메시지를 던진 무대로 탈바꿈한 것. 4개 홀 전역에 걸쳐 마련된 6개의 메인 섹터와 주목할 만한 하이라이터 공간을 소개한다.
AMÉLIE PICHARD ‘WELCOME HOME’
미완의집, 열린가능성
집은 완성되는 순간, 고정되어 버립니다.
하지만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이죠.
-아멜리 피샤르
아멜리 피샤르의 ‘웰컴 홈’
이번 시즌 메종&오브제의 아트 디렉터는 프랑스 디자이너 아멜리 피샤르(Amélie Pichard)가 맡았다. 신발과 핸드백 디자이너로 잘 알려진 그녀는 전시장 중심부에 150m² 규모의 ‘웰컴 홈(Welcome Home)’을 기획하며 단순한 쇼룸을 넘어 집과 정체성, 그리고 삶의 방식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그녀가 꾸민 집에 들어서면 마치 영화 세트장에 발을 들인 듯한 공간과 마주하게 되는데, 벽은 마감되지 않은 채 드러나 있고, 파티션도 고정된 구조도 없다. ‘집은 완성되어야만 살 수 있는 곳일까?’라는 그녀의 집에 대한 가치관이 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순간을 마주보게 된다. 그녀가 꾸민 집은 무겁고 고정된 가구 대신, 가볍고 접을 수 있고, 모듈형으로 이동 가능한 오브제들이 가득 놓여 있다. 언제든 접어서 옮길 수 있는 집,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우리들의 삶을 닮은 집이 바로 그녀가 우리에게 제안하는 ‘집’이다. 아멜리 피샤르는 ‘웰컴 홈’을 통해 우리에게 집이란 무엇인가, 집은 누구를 위한 공간이어야 하는가 등 집에 대한 자신만의 가치관과 철학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를 선사한다.
FACTORY & RTA CRAFT
신생 브랜드의 무대
산업 생태계를 리모델링하다
올해 메종&오브제의 가장 큰 변화는 신생 브랜드와 젊은 디자이너를 위한 지원 강화다. ‘팩토리Factory’와 ‘RTA 크래프트RTA Craft’는 단순한 부스가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시험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의 발판을 다지는 플랫폼으로 마련됐다. 가장 주목해야 할 3가지 섹터를 소개한다.
FACTORY BY ULULE
유럽 최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울룰레(Ulule)와 협력하여 꾸며진 이 존에서는 실제로 후원금을 통해 탄생한 20여 개 브랜드가 전시됐다. 쿡&셰어(Cook & Share) 섹터에서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성장한 스타트업의 실험적 테이블웨어가 소개됐고, 기프트&플레이(Gift & Play) 섹터에서는 아이디어 넘치는 귀여운 디자인의 친환경 완구가 가득했다.
FACTORY BY PARIS DESIGN WEEK LA VILLE DE PARIS
파리시청이 후원한 섹션에서는 메이드 인 파리(Made in Paris) 라벨을 획득한 젊은 브랜드들이 대거 소개됐다. 쇠르메르(SOEURETMER), 아틀리에 펜소(Atelier Penso), 포세리(Possery) 등이 참여해 파리 로컬 디자인 생태계의 역량과 독창성을 한껏 보여주었다.
RTA CRAFT
라이징 탤런트 어워드 크래프트(Rising Talent Award Craft)에서는 올해 독일 신진 디자이너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전통적인 바우하우스 정신과 현대적 기술, 그리고 지속 가능성이 결합된 작품들이 주를 이뤘는데, 특히 재활용 금속과 목재를 활용한 오브제는 장인정신과 실험정신을 동시에 담아내, 전문가와 관람객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번 RTA CRAFT Award를 수상한 가브리엘 타르마시(Gabriel Tarmassi)의 우드볼과 오브제.
MAISON & OBJETHIGHLIGHTS
지속 가능성과 창의성
ACCOR DESIGN AWARDS & DESIGN DISTRICT
이번 2025 메종&오브제의 특별한 이유 중에는, 새로운 세대를 여는 젊은 디자이너들에 대한 지지와 응원을 빼놓을 수 없다. 아코르 디자인 어워즈(Accor Design Awards)와 디자인 디스트릭트(Design District)는 서로 다른 주제를 품었지만, 공통적으로 ‘미래를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이번 메종&오브제가 단순한 전시가 아닌, 산업과 세대를 잇는 실험실임을 보여준다.
ACCOR DESIGN AWARDS 2025 X NOVOTEL
올해 아코르 디자인 어워즈는 호텔 브랜드 노보텔(Novotel)과 협력하여 열렸다. 주제는 바다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숙박 공간으로, 전 세계 인테리어 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참여해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도 숙박객의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는 호텔 객실 디자인을 제안했다. 총 11개국 16개 학교에서 100여 개의 프로젝트가 접수됐고, 이 중 10개가 최종 후보로 선정되어 메종&오브제 현장에 전시된 것. 단순히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침구와 가구, 조명 등 실제 객실 체험 요소를 고려한 아이디어가 넘쳐났다. 호텔 인테리어의 미래 방향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젊은 세대가 환경 문제를 디자인으로 풀어내는 방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DESIGN DISTRICT - HALL HAUS가 만든 창의적 실험실
디자인 디스트릭트는 올해 메종&오브제에 새롭게 신설된 존이다. 아트 디렉션은 프랑스 신흥 컬렉티브 할 하우스(Hall Haus)가 맡았으며, 프랑스 디자인 신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팀으로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내러티브를 제시한다. 할 하우스가 연출한 공간은 단순한 제품 전시가 아니라, 다양한 스튜디오와 디자이너들이 모여 서로의 언어와 배경을 교차시키는 실험실에 가까웠는데, 제품 디자인, 설치미술, 패션, 기술 기반 디자인이 한 공간에서 어우러졌고, 변화하는 디자인 생태계를 직접 체험하는 듯한 경험이 흥미로웠다. 아코르 디자인 어워즈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보여주었다면, 디자인 디스트릭트는 ‘새로운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며 이번 메종&오브제의 두 축을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COOK & SHARE
주방과 테이블웨어의 혁신, 음식과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키친툴부터 키친웨어, 테이블 디스플레이 아이템까지 풍성하게 구성됐다.
DÉCOR & DESIGN
거실과 침실, 아웃도어까지 집 전체를 꾸미는 데 필요한 데커레이션을 총망라했다. 올해는 특히 모듈형 가구와 지속 가능 소재가 많이 보였다.
CRAFT – ART TRADES
장인정신이 담긴 수공예 오브제는 물론 작은 소품에서 대형 설치물까지 공예의 섬세함과 기품 있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FRAGRANCE & WELLNESS
향과 웰빙의 세계를 다룬 섹터로 퍼퓸 브랜드와 스파 제품이 함께 배치되어 감각적인 후각적 체험을 선사했다.
FASHION & ACCESSORIES
패션 아이템과 라이프스타일 오브제가 어우러져, ‘디자인이 곧 생활 방식’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GIFT & PLAY
키즈 장난감, 선물, 완구를 한데 모아놨다. 특히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유아 제품이 돋보인다.
editor송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