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그린 도시,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2025'

전통과 전위가 공존하는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이 도시 전역 10개의 디자인 지구에서 펼쳐졌다. 주요 거점들과 랜드마크 프로젝트를 통해 축제는 과거의 유산, 역사적 맥락과 시대적 디자인 담론을 매끄럽게 엮어냈다.

2025-11-04     리빙센스
©Mark Cocksedge콕세지와 구글 아트 앤 컬쳐의 ‘넬슨이 보는 것’이 트래펄가 광장에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전통과 전위가 공존하는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이 도시 전역 10개의 디자인 지구에서 펼쳐졌다. 주요 거점들과 랜드마크 프로젝트를 통해 축제는 과거의 유산, 역사적 맥락과 시대적 디자인 담론을 매끄럽게 엮어냈다.

 

 

 

축제의 포스터

도시에서의 디자인 축제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절, 벤 에번스Ben Evans와 존 소렐John Sorrell은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을 공동 창설해 디자인의 대중적 확산과 분산된 커뮤니티를 한자리에 모으고자 했다. 20년 이상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 영국의 창조 산업은 국가경제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행사는 9월 13일부터 21일까지 총 10곳의 디자인 지구를 배경으로 개최되었는데, 오랫동안 언론과 출판의 중심지로 올해 처음 축제에 합류한 플리트 스트리트 쿼터Fleet Street Quarter부터 2006년 이래 굳건히 명성을 지켜온 브롬톤 디자인 지구까지 풍성한 볼거리로 가득했다.

 

Courtesy of the Design Museum, Photo by Luke Hayes〈인간을 넘어선〉전시에서 리프 디자인 랩의 모듈식 인공 암초 구조물의 모습.

브롬톤에서 반드시 둘러봐야 할 스폿 2곳을 꼽자면, 단연 페스티벌의 허브인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과 디자인 뮤지엄이다.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은 시대의 화두를 읽고 다문화적 포용력을 갖춘 프로젝트들을 선보였으며, 디자인 뮤지엄은 다학제적 관점으로 디자인이 인간의 필요를 넘어 지구의 번영에 기여할 해법을 탐색한 전시〈인간을 넘어선More than Human〉에 이어, 대중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전설적인 나이트클럽을 조명하는〈블리츠: 80년대를 풍미했던 클럽Blitz: the club that shaped the 80s〉을 내년 3월 말까지 진행한다.

©Chateau Orlando루크 에드워드 홀이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이 깃든 샤토 올란도.
©Tom Carter

 

대담한 실험정신으로 창작의 경계를 허물어온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는 래드브룩 홀Ladbroke Hall에서〈형태의 가벼움Lightness of Form〉이란 전시를 오는 11월 8일까지 연다. 이곳은 디자이너 테렌스 우드게이트Terence Woodgate와 최초의 탄소섬유 포뮬러 원을 설계한 선구적인 인물인 존 바나드John Barnard가 협력해 탄소섬유로 만든 조각적인 가구를 공개하는 자리로, 디자인, 엔지니어링, 미니멀리즘 미학의 교차점을 탐구할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알리샤 파타노프스카의 ‘물결 효과’가 설치된 빅토리아 앨버트 뮤지엄.
©Katie Kutuzova스튜디오 슈의 ‘여성의 의자’.

스튜디오 슈STUDIO SHOO의 슈샤나 하차트리안Shushana Khachatrian은 쇼디치에서 ‘여성의 의자Woman’s Chair’를 발표했다. 3개의 스테인리스 스틸 다리와 날카롭게 기울어진 등받이는 미묘한 불안정함을 상징하는데, 의도적으로 편안함을 거부하는 이 의자는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압박을 뜻한다.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창작자 루크 에드워드 홀Luke Edward Hall이 이끄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샤토 올란도Chateau Orlando는 런던 블룸즈버리에 위치한 바이자 레스토랑 겸 와인 숍인 카페 데코Café Deco와 협업한 생활용품을 론칭했다.

 

영국의 조명 디자이너 리 브룸Lee Broom도 빼놓을 수 없다. 2007년 첫 컬렉션을 출시하며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에서 데뷔한 이래 꾸준히 주목받아 온 그는, 축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프로젝트에서 대형 조명 설치물인 ‘비컨Beacon’과 함께 등장했다. 런더너로서 지역의 건축과 유산에서 영감받아 완성한 작품은 예술적 비전은 물론, 지속 가능성과 공공의 역할에 대한 디자이너의 사명을 담아냈다.

 


리 브룸 인터뷰

©Luke Hayes

첫 랜드마크 커미션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닐 것 같습니다. 참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비컨’을 통해 도시의 진정한 지속 가능성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겨 참가를 결정했으며,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수도의 건축과 1951년 열린 영국 축제Festival of Britain가 이번 작품에 영향을 미쳤다고요?

평생 이곳에서 지낸 저에게 브루탈리즘과 모더니즘 건물은 늘 영감의 원천으로, 이번 프로젝트에 건축의 견고함과 리듬감을 반영했습니다. 동시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의 회복과 낙관적인 내일을 그리며 사우스뱅크를 중심으로 개최된, 당시 ‘변화의 등대’로 칭송받았던 영국 축제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상징적인 장소의 역사와 미래를 향한 헌사인 셈이지요.

 

공공 예술로서 시민과 방문객들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까요?

‘비컨’은 사우스뱅크의 문화 허브로서 템스강이나 워털루 다리 등 다양한 시선에서 조망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도시 경관의 일부가 됩니다. 빛, 유산, 지속 가능성을 기념하는 조각품은 과거와의 감정적 연결을 불러일으키며 대중과 교감하고, 나아가 디자인이 공공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가치를 재조명하기를 바랍니다.

 

조명의 구성 요소를 해체 후 재사용 및 재구성하도록 설계한 점도 흥미롭습니다.

우선, 재활용 유리로 이러한 대규모 설치물을 제작하는 것은 큰 도전이었습니다. 정교한 292개의 조각 하나하나가 빛의 하모니를 자아냅니다. 축제가 끝나면 해체 후 한정판 테이블 램프로 사용하게 되며, 장수명과 환경적 책임, 창의성과 화려함이 공명할 수 있음을 증명할 것입니다.

 


CREDIT INFO

freelance editor유승주

취재 협조런던 디자인 페스티벌 londondesignfestiv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