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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작업실에 모인 이완 작가, 구희선 디자이너 부부와 두 아들. 큰 창으로 선잠단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뷰가 일품이다. 작업실 데스크는 몬타나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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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의 창 옆에는 임스 테이블과 세븐 체어를 배치해 창밖의 정원을 감상하기 좋다.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양옥 주택의 변신

이완 작가는 자본주의, 물질만능주의 등으로 인한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꼬집은 작품 활동으로 주목을 받은 신진 작가로, 2017년 제57회 베니스 비엔날레의 한국관 작가로 선정돼 예술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주인공이다. 문래동에서 작업실을 운영하던 그는 최근 성북동에 작업실 겸 집을 새로 마련했다. 작가의 새로운 보금자리는 선잠단지 근처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크고 작은 집이 나란히 서 있는 오래된 골목에 있는데, 1980년대에 유년 시절을 보낸 작가에게는 정겹고도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곳이다.

“원래 주거 공간과 작업실을 함께 사용하다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분리를 했어요. 하지만 제 작업 스타일상 작업실과 집을 합치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고, 아내와 함께 오랫동안 집을 찾으러 다녔죠. 단독주택을 원했던 저희 부부는 서울에서 단독주택이 많은 동네를 다니면서 집을 봤는데, 특히 제가 어릴 때 자란 동네 근처인 성북동의 마을 분위기가 좋았어요. 산책하다 우연히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들러 문의를 했는데 마침 이 집이 매물로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좁은 골목에 자리했지만 햇살이 따스하게 비추는 양옥 주택이었고, 네 식구가 함께 살고 작업실로 운영하기에 더없이 좋은 크기였다. 시각디자이너인 아내 구희선 씨는 오래된 집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어 더 좋았다고 말한다. “이 집은 동네에서 가장 처음 지어진 양옥 주택이라고 해요. 지어진 지 50년도 넘어서 굉장히 낡은 집이었지만 건축물의 형태가 매력적이라 고쳐서 살아보고 싶었어요. 실내는 대대적으로 리노베이션을 진행했지만, 전체적인 외관은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해 기존처럼 동네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기를 바랐어요.”

주차장을 포함해 총 3개 층으로 이루어진 건물은 리노베이션 후 주차장은 아내 구희선 씨의 디자인 스튜디오 겸 카페, 2층은 주거 공간과 정원, 3층은 이완 작가의 작업실로 단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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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작가의 작품이 진열되어 있는 작업실 수납장. 파란색 뚜껑의 보관함은 작가의 대표작 ‘메이드 인’ 시리즈를 통해 얻은 물건들을 담은 것. 작가는 2012년부터 7년 동안 아시아 10개국을 돌아다니면서 평범한 식재료로 아침상을 직접 만들고 영상, 사진 등의 기록으로 남기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한 끼 식사를 위해 사용되는 저렴한 식재료가 생산되고 유통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신자유주의 시대의 물결 속에서 상품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방식과 그 본질을 성찰하는 작품이다. 보관함 속에는 그가 7년 동안 만들었던 물건(설탕, 쌀, 실, 나무젓가락 등)이 들어 있으며, 이 시리즈로 삼성미술관 리움의 ‘스펙트럼 작가상’을 받고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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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벽면에 로열시스템 수납장을 설치해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진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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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 진열한 이완 작가의 도록 및 수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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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의 다이닝 공간. 스웨덴과 덴마크 등에서 공수한 빈티지 가구들을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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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 내려다보이는 방은 부부의 침실로 아직 어린 아이들의 놀이방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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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으로 향하는 계단은 통유리로 벽을 세워 2층과 연결되는 느낌을 준다.


어릴 적 뛰놀던 골목길이 떠오르는 동네를 오랜 시간 찾았어요.
오래된 주택을 리모델링해 동네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는 집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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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잘 드는 3층 전경. 오렌지색 패브릭 소파와 루이스폴센 판텔라, PH5 펜던트 조명이 조화롭게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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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닝 벽면의 USM 수납장 위에 진열된 작품은 이완 작가의 ‘무의미한 것에 대한 성실한 태도’ 시리즈. 일용직 노동자에게 채색을 맡기고 그 위에 작가가 아무 의미 없이 낙서하듯 붓질한 것으로, 미술작품의 의미와 노동의 가치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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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잘 드는 주방의 한쪽에는 유리로 만든 물건들을 진열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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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LP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턴테이블로 음악을 틀고 있는 구희선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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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구희선 디자이너의 디자인 스튜디오이자 카페로 운영하는 공간. ‘NAW(@naw_seoul)’에서는 예술가들의 굿즈와 예술 작품, 그리고 부부가 수집한 오래되고 감각적인 물건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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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구희선 디자이너의 디자인 스튜디오이자 카페로 운영하는 공간. ‘NAW(@naw_seoul)’에서는 예술가들의 굿즈와 예술 작품, 그리고 부부가 수집한 오래되고 감각적인 물건들을 만날 수 있다.

공간이 전달하는 좋은 영감

리노베이션을 앞두고 이완·구희선 부부가 고민했던 것은 집이 가진 구조를 잘 활용해 3개의 층이 가진 기능을 잘 충족하고, 서로 어우러지면서 좋은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각 층의 용도는 달라도 통일감 있는 디자인과 소재를 활용해 톤 & 매너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불필요한 방은 벽을 헐어서 탁 트인 공간으로 만들어 사방의 창에서 들어오는 햇빛만으로도 충분히 밝다. 또 차분한 크림 톤 페인트로 벽을 도장하고 원목 바닥재를 사용해 환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바탕을 마련하고 부부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가구와 작품을 배치해 공간을 채워가는 중이다.

“2층의 가구는 저희 부부가 약 10년 전부터 모아온 것들이에요. 저는 원목으로 제작한 디자인 가구를 좋아하고, 남편은 미니멀하고 모던한 스타일을 선호해서 취향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서로가 좋아하는 것을 잘 어우러지게 스타일링할 수 있도록 고심해서 골랐어요.”

1층에 마련한 아내 구희선 디자이너의 스튜디오 겸 카페는 본인이 좋아하는 가구와 부부가 함께 수집한 1970~80년대 레트로 물건,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해 갤러리처럼 스타일링했다.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감을 전달하고 싶은 바람으로 마련한 공간이어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작품과 물건들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부부의 노력 덕분에 이들의 집은 많은 사람과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확장됐고, 아티스트 부부가 이 집에서 맞이할 미래 또한 특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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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과 2, 3층의 마감을 달리한 건물 외관. 오래된 골목길에서도 이질감 없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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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이 있는 2층 정원은 아이들이 뛰놀고 휴식을 취하기에 안성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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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NAW로 들어서면 건물의 나이를 짐작할 수 있는 타일 벽과 가구들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CREDIT INFO

editor 심효진 기자

photographer 김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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