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꾸밀 때나 스타일링을 할 때도 서로 다른 스타일을 매칭하는 걸 좋아해요. 깔끔한 북유럽 디자인의 테이블이랑 일본의 가리모쿠 빈티지 장식장은 저희가 5년 정도 사용해왔고 이번에 덴마크 빈티지 소파를 새로 들였어요. 또 다이닝 공간은 몰딩을 직접 붙여서 클래식한 무드로 연출했고요. 국적도, 만들어진 시기도 다 다른데 잘 어우러지는 게 재밌어요. 요즘은 특히 빈티지 가구에 계속 눈이 가요. 공장에서 막 나온 공산품과는 달리 오랜 세월을 지나온 만큼 질리지 않는 디자인에 자연스레 공감하게 되는 것 같아요.
결혼하면서 굳게 결심한 것 중 아파트에 살지 않겠다!도 있었어요. 천편일률적인 구조가 갑갑하게 느껴져서요. 이 집은 테라스가 넓은 독특한 구조라 매력적이였는데 이곳에서 홈 캠핑도 하고, 비건 친구를 위해 뷔페식으로 음식을 차려 홈 파티도 했어요. 집과 함께하는 이야기가 많아지고 호기심이 계속 생겨나고 있어요.
이사를 급하게 준비하셨다면서요? 은아 이전 집에서 6년을 살고 계약을 연장했는데 한 달 지나 반려견 약콩이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어요.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계속 눈물이 나서 도저히 살 수가 없겠는 거예요. 방문을 열고 쪼르르 나올 것 같아서 너무나 슬픈데, 약콩이와 오랜 시간을 보냈던 반려견인 두부도 잠을 못 자고 밥도 못 먹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안 되겠다, 일단은 집부터 구해보자 했는데 한 달 만에 지금의 집을 딱 발견했어요.
정말 절실하던 때에 다행히 집을 구했네요. 이 집이다! 싶었던 포인트는 무엇이었나요? 은아 테라스와 화단이 있는 게 가장 맘에 들었어요. 저희는 여행을 다니면서 에어비앤비에 자주 묵었는데 매번 작게라도 외부와 통하는 공간이 있는 숙소를 찾았어요. 그런 기억들 때문인지 테라스에서 간단하게 커피나 와인을 마시기만 해도 여행을 온 기분이 들 것 같다는 기대감이 있었어요.
실제로 어떤가요? 두 분은 직업 특성상 여행도 자주 다니셨을 텐데. 여행을 안 가도 될 만한가요? 은아 확실히 대리만족 하고 있어요. 테라스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둘이 홈 캠핑도 하고 뷔페처럼 음식을 차려서 집들이도 했어요. 또 욕실도 호텔에서의 기분을 느끼려고 호텔 어메니티 식으로 샤워 용품을 갖추고, 매일 바닥을 닦아가면서 건식으로 유지해요.
집을 주제로 한 대화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집에서 무엇을
푸드 스타일링 스튜디오를 함께 운영하는 두 분의 생활 패턴은 어떤가요? 낮 동안은 각자의 삶을 사는 보통의 부부와는 다르죠? 은아 주말에 일을 할 때도 많아서 불규칙한데 기본적으로 출퇴근을 같이해요. 촬영이 없을 때엔 남편은 재택으로 문서 작업을 하고 저는 여유 있게 요리도 하면서 소파에서 쉬고, 두부와 놀아줘요. 승규 365일 중에서 360일 정도는 같이 있거든요.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시간을 붙어 있어서 다들 놀랄 정도인데. 시간이 잘 맞고 취향도 통하니까 여가 시간까지 함께해요. 다른 무엇보다도 아내랑 같이 내추럴 와인 한 잔, 좋은 식당을 찾아다니는 게 좋아요. 또 이사 와서 좋은 점 중 하나가 각자의 공간이 생겼다는 거예요. 가끔은 정원, 소파, 서재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서로에게 좋더라고요.
소파가 거실 구조에 딱 어울리네요. 이번에 장만하신 거죠? 승규 1960년대 덴마크 빈티지 가구인데 킨스마켓의 인스타그램 피드에 뜬 이 소파를 보자마자 너무 갖고 싶은 거예요. 실물을 보러 갔는데 저는 이미 소파에 마음을 빼앗겨서 아무것도 안 보였죠. 예산을 훨씬 넘어선 가격이라 1시간을 빙빙 돌다 결론을 내렸어요. 6년 만에 하는 이사니까 우리에게 선물을 주자고. 안 사면 너무 후회할 것 같았어요. 은아 이 소파의 초록색을 정말 좋아해요. 소파가 맘에 들었지만 엄두가 안 나서 폴딩 체어랑 매거진 랙만 사고 소소하게 만족하려고 했는데, 남편은 진심이었는지 소파에 15분을 멍하니 앉아 있더라고요. 소파가 들어오니까 거실이 완성된 느낌이에요.
두 분은 스튜디오도 다양한 콘셉트로 직접 꾸미고 촬영도 워낙 자주 해온 만큼 공간을 연출하고 예쁜 물건을 고르는 건 문제없이 해왔을 것 같아요. 승규 스타일링은 취향을 계속해서 가꾸며 선보이는 일이에요. 그런데 취향은 한 번에 생기는 게 아니라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깨닫게 돼요. 테라스에 둔 의자와 가구들도 여러 번 옮기고, 바꾸고, 되팔기도 했었어요. 사실 서재에 있는 리클라이너 체어도 문제가 있어요. 저 혼자서 온라인으로 보고 구매를 결정한 거라 아내한테 말은 못 했는데. 좀 후회하고 있어요. 앉아보고 살걸…. 이런 실패를 거듭할수록 취향이 단단해지는 것 같아요. 은아 결혼하고 9년 동안 가구를 여러 번 바꾸진 않았지만 사놓고 후회한 적이 많았거든요. 뭘 사야 할지 모르겠으니 싼 걸 급하게 사고, 맘에 안 들어서 버리게 되는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지금은 정말 맘에 드는 것들만 남았어요. 앞으로는 기존 가구들과 어울리고 오래 쓸 수 있는 것만 추가하려고 해요.
조금은 난해한 질문인데, 이 집처럼 아름다운 답변이 나왔으면 합니다. 나에게 집이란? 은아 이사를 하면서 서로의 취향에 대해 더 자주, 깊게 이야기했어요. 둘 다 테라스를 좋아한다는 취향도 이번에 정확히 알게 됐고, 집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도 서로 질문하고…. 테라스가 생기니까 남편이 정원도 혼자서 척척 가꾸고, 전선을 정리해서 전구도 달아주더라고요. 새로운 모습이었어요. 요즘 저희에게 집은 스스로와 서로를 알아가는 공간이에요. 승규 항상 집은 이야깃거리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정원에 시소잎은 잘 자랐나? 오늘은 서재에서 어떤 책을 읽어볼까? 하면서 호기심이 생기는 저희 집이 좋아요. 집에 대한 많은 고민을 가족과 나누고, 가족의 이야기를 반영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CREDIT INFO
editor 김의미 기자
photographer 김덕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