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 그룹 ‘라포엠@official.lapoem’의 멤버인 유채훈은 때론 마이크를, 때론 카메라를 들고 자신이 느낀 여러 감정을 세상과 공유한다. 그가 <리빙센스>에 보내온 10점의 흑백사진. 그 속에서 엿보는 유채훈이라는 한 사람.

서로 다른 출발점을 가진 두 길이 교차하는 지점을 일컫는 ‘크로스오버’. 음악에서는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접점에 있는 역을 ‘크로스오버’라 칭한다. 유채훈은 2020년 크로스오버 그룹 오디션 프로그램인 JTBC <팬텀싱어 3>에서 그가 속한 라포엠이 우승하면서 보다 많은 이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그의 보컬을 팬들은 “유연하고 안정감이 있다”고 평가하는데, 실제로 그는 음악을 넘어 다양한 작업 활동을 유연하게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사진가로서 활동에 진심이다. 자신의 첫 앨범 발매와 함께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십화점@10department_offical’에서 사진전을 열었을 만큼 그는 뮤지션과 포토그래퍼의 교차점에 서 있는 예술가다. 이처럼 하나의 영역에 가두기 힘든 다양한 자아를 지닌 유채훈. 그런 모습도 결국 모두 자신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이번에는 사진가로서 인터뷰를 청했다.

2024년 1월 한강 다리 밑.
2024년 1월 한강 다리 밑.

 

앞으로도 삶을 기록하는 용도로
사진을 계속해서 찍을 생각이다.
아마 죽기 전까지 카메라를 못 놓지 않을까?

 

2023년 10월 테이블에 비친 손
2023년 10월 테이블에 비친 손

 

생활하는 반경 가까이에서 시선이 머무는 장면을 카메라로 찍는다.
그게 인물이든 풍경이든
사물이든, 무엇이든 간에 말이다.
그런 나에게 사진은 ‘유채훈’이라는 사람이 남긴 삶의 기록물이다.
사진을 보면 요즘 내가 어떤 것에 눈길을 주고 있는지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2023년 6월 비 내리던 합주실 입구에서
2023년 6월 비 내리던 합주실 입구에서
2023년 여름 물웅덩이 구름
2023년 여름 물웅덩이 구름

 

가까운 이들은 유채훈 하면 ‘흑백’이 떠오른다고 말한다.
나는 누군가를 찍어줄 때도 화사하고 밝은 컬러가 아닌 흑백으로 찍어주는 경우가 많은데
다들 처음에는 컬러가 아니라는 점에서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지만,
막상 사진을 받고 나면 다들 만족하곤 한다.

 

2023년 12월 바위
2023년 12월 바위
2023년 용산역
2023년 용산역
2023년 6월 화단에서
2023년 6월 화단에서

 

추천하는 흑백사진용 카메라는 라이카 모노크롬.
모노크롬의 3가지 종류 중에서도 나는 특히 M11 모노크롬을 추천한다.
아끼는 디지털카메라를 떠올릴 때 늘 손가락에 꼽게 되는 카메라 중 하나.

 

2023년 4월 스케줄 가는 차 안에서 '라포엠' 멤버 성훈이
2023년 4월 스케줄 가는 차 안에서 '라포엠' 멤버 성훈이
2022년 11월 일본 도쿄 지하철
2022년 11월 일본 도쿄 지하철

 

요즘에는 정갈한 사진보다는 의도적으로 셔터를 느리게 하는 등의
방법을 써서 대상이 모호하고 흐트러지게 표현된 사진을 많이 찍는다.
그런 사진들은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재미가 있다.

 

유채훈’은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사진을 찍는 걸까 궁금해졌습니다.
저는 꽤 복잡한 감정을 안고 사는 사람입니다. 사람들을 좋아하는 만큼 그들을 두려워하기도 하고, 또한 사랑하기에 미워하는 감정이 동반할 때도 있죠. 스스로가 즐겁고 행복하길 바라면서도 때론 우울한 감정을 즐기기도 해요. 누군가는 이런 모습을 보고 걱정하거나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이게 정말 솔직한 저입니다.

본인을 복잡한 사람이라고 표현하셨지만, 그렇기 때문에 크로스오버 가수로 활동하면서 노래에 섬세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혹시 사진은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찍기 시작했나요?
2015년부터입니다. 당시에 음악을 하면서 심적으로 많이 지쳐 있던 상태였는데 그런 감정을 해소할 취미를 찾던 와중 포토그래퍼 한용@han_young_의 추천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소개로 참가하게 된 사진 모임에서 서타이거@sawtiger666를 비롯한 여러 작가와 어울리면서 점점 사진 찍는 일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결국 지금까지 꾸준하게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음악과는 또 다른 사진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100% 모든 걸 홀로 선택할 수 없는 가수 활동과는 달리 사진은 찍는 대상을 선정하는 것부터 내가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감정을 작품에 담아내는 행위이고 사람에 따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예술의 범주에 속한다는 면에서 저에게는 음악과 사진 모두 같은 점을 공유한다고 생각합니다.

블로그@gox1213와 인스타그램@ych_view까지 두 채널에 모두 사진을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각각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을까요.
블로그는 카메라를 잡기 시작한 순간부터 찍어놓은 사진을 꾸준히 아카이빙하는 용도로 쓰고 있습니다. 또한 사진과 함께 요즘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와 같은 이야기들을 차분히 써 내려가는 공간이죠. 그에 반해 인스타그램에는 순간순간 마음에 드는 것을 툭툭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유독 라이카 카메라로 사진을 많이 찍던데 어떤 점 때문일까요?
카메라가 나와 함께 사진을 만들어낸다는 느낌 때문입니다. 초점도 수동으로 맞춰야 하고, 셔터 스피드와 조리개도 하나하나 조절하면서 그 세팅 값을 기억해야 하는 수고스러움. 라이카는 서투른 이가 찍으면 가차 없이 엉망인 사진이 나오죠. 그렇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사진 한 장을 위해 피사체에 온전히 집중해야 합니다. 그 과정을 반복하면 조금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죠.

흑백사진 10점을 보내주셨는데요. 왜 꼭 ‘흑백’이었나요?
흑백은 유독 마음이 가는 색입니다. 얼마나 좋아하면 라이카leica-store.co.kr에서만 흑백사진 촬영 전용 디지털 카메라를 몇 대나 교체할 정도로요. 컬러사진에서는 대상이 아닌 다른 것에 시선이 분산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 흑백은 오직 대상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꽤 매력적입니다. 그런 면에서 골라온 10점의 흑백사진 속 대상들은 그만큼 제가 인상 깊게 바라본 것들이라고 봐줘도 좋겠네요. 사진을 통해 저라는 사람도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CREDIT INFO

editor권새봄

photographer유채훈@ych_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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