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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2022 공예트렌드페어 총감독에 태오양스튜디오의 양태오 디자이너가 선정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파이돈 프레스가 선정한 ‘세계 최고 인테리어 디자이너 100인’, 건축 디자인 잡지 〈아키텍처 다이제스트〉 선정 ‘2022년 100명의 디자이너’ 명단에 오르며 명실상부 국내 최고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한 그가 공예 박람회를 이끌게 됐다는 뉴스는 이슈가 되기에 충분했고, 지난 수년간 그의 행보를 고려하면 이는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그는 공예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으로 일찌감치 일상과 생활 공간을 공예품으로 채우고 아름다운 기물의 쓸모를 누리는 법을 몸소 실천해왔다. 2020년에는 우리 전통공예의 가치를 알리고 사라져가는 전통문화를 지키기 위해 약 1년간 〈리빙센스〉, 사단법인 ‘예올’과 함께 전국의 장인을 찾아 인터뷰하고, 공예품의 현대적인 쓸모를 고민하는 ‘내일의 공예’ 시리즈를 연재했다. 지난 10월엔 예올의 창립 20주년 기념 전시 〈치유와 다독임의 공예〉도 그가 총감독을 맡았다. 2022년을 마무리하는 12월, 공예인과 공예 애호가를 설레게 하는 박람회인 2022 공예트렌트페어에서 양태오 디자이너는 우리의 현실이 갖고 있는 실질적인 문제에 대한 답을 공예를 통해 들려줄 계획이다.
 

2022 공예트렌드페어

 

기간 2022년 12월 8일~11일
(12월 8일은 사전 등록 바이어 및 국내외 주요 구매자 한정 입장 가능)
장소 서울 코엑스 C홀
문의 www.kcdf.kr/craftendfair


Q 공예트렌드페어의 총감독으로 선임됐다는 소식을 듣고 올 것이 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나의 손으로 쓸모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 내가 쓰는 물건을 직접 만드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또 오랫동안 한 분야에 몰두해 생활의 도구를 만드는 작업의 아름다움을 잘 알고 있고요. 공예트랜드페어의 총감독 제의를 받게 된 건 태오양스튜디오가 ‘전통과 지역성의 동시대적 재발견’이라는 주제를 오랫동안 파고들며 다양한 결과물들을 보여드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국립경주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의 공간 컨설팅 및 리모델링을 저희가 맡았고, 전통을 지키면서 미래로 나아가는 ‘예올’이라는 단체와 공예를 주제로 〈리빙센스〉와 함께 장인을 만나는 기사를 연재하기도 했죠. 그 결과물이 예올의 20주년 기념전이고요. 세계적인 매체에서 저를 소개한 것도 저희가 그런 주제를 통해 세계 공간의 다양성에 기여해왔음을 인정했기 때문이더라구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도 오랜 시간 동안 하나의 주제로 이야기한 제가 공예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펼칠지 기대가 있으셨을 거예요. 

 


Q 공예인들에게는 큰 행사이고 대중들에게도 큰 영향력을 끼치는 행사를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공예라는 분야를 총체적으로 바라보고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저에게 온 걸 기쁘게 생각했어요. 동시대 미술은 갤러리라는 시스템이 있어서 갤러리스트들이 많은 것을 대신 이야기해주죠. 또 디자이너들은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잘 해요. 하지만 공예가들은 스스로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잘 못해요. 묵묵히 작업만 하는 모습으로 끝까지 가요. 저는 공예에 대해 대신 이야기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 행사를 통해 제가 그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Q 이번 페어에서는 어떤 것을 보여주실 예정이에요?
‘현실의 질문, 공예의 대답’이라는 주제로 공예의 당위성, 사회적 역할에 대해 주목하고자합니다. 현대사회는 현재 커다란 3가지 문제, 몰개성과 획일화, 인간성 상실, 환경파괴를 겪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공예는 전통을 계승하고, 손의 가치를 존중하며, 지속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에 그러한 실질적인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내려줄 수 있죠. 페어에서는 전통성, 수공예, 친환경이란 3가지 카테고리로 나누고 각각의 테마에 맞는 작가분을 선정해 그분들의 작업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Q 〈리빙센스〉도 양태오 디자이너와 함께 많은 공예 작가를 만나면서 장인의 손끝에서 탄생한 물건이 지닌 무한한 가치를 함께 확인했었죠.
공예는 기본적으로 지역의 자연 소재를 활용해 손으로 직접 만들며, 오랜 시간 축적해온 우리만의 생활양식을 반영하고 있어요.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이해가 담긴 편리한 물건을 친환경적으로 생산하는 거죠. 지역성과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손으로 필요한 도구를 만드는 인간 본연의 창조성과 예술성을 이어나가는 분야이기도 해요. 서구 발전주의에서 비롯된 여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현대사회를 어루만져줄 수 있는 존재죠. 공예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우리 곁에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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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태오 디자이너는〈리빙센스〉와 연재한 ‘내일의 공예’ 시리즈를 통해 전통공예 장인들을 만나고 현대적 쓰임을 고민해왔다.

Q 요즘은 공예가 ‘핫’해졌다는 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핫’한 시점에 공예의 당위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단순히 유행이 아니라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는 걸 이야기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공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누군가는 이런 행사마다 매번 나왔던 공예가나 공예품만 보인다고 불평하기도 하는데, 저는 만날 보이는 그런 작가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훌륭한 공예가와 공예품들이 많은 분의 뇌리에 꽂히고, 지평을 넓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Q 공예품과 예술품의 간극이 좁게 느껴질 때도 있고, 또 어떨 때는 완전히 다른 분야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공예품과 예술품은 그 시작이 달라요. 일상에서 사용하는 도구에서 시작된 것이 공예죠. 지금은 모든 것이 예술이 되는 시대이고, 물론 공예도 예술로 바라볼 수 있고요. 공예와 예술의 공통점은 장인정신을 가지고 만든 대상이 우리에게 어떤 울림을 준다는 것, 그리고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점이죠. 다만 공예를 너무 예술로 바라보게 된다면 일상에서 편히 사용하기가 힘들어질 거예요. 나의 공간, 나의 삶에서 적절히 쓰이고 삶의 방식에 알맞은 도구로 자리를 잡으며 내 삶을 더욱 아름답게 업그레이드해주는 도구라는 점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Q 공예품을 사용하는 삶은 어떻게 바뀔까요?
누군가가 그 물건을 자신의 인생을 걸고 정성껏 만들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세심하게 골라서 구입한 물건은 존중하게 될 수밖에 없어요. 그걸 한번 경험하면 소비의 패턴이 바뀔 거예요. 함부로 사고 버리는 행위에서 멀어지게 되고요. 그리고 취향이 생기고, 취향은 안목으로 발전하죠. 물건을 존중하면 내 삶을 존중하는 태도로 이어집니다. 공예를 쓰는 삶은 삶에 대한 존중의 태도를 갖추는 것이에요. 저는 그래서 많은 분이 공예품을 써보길 권해요.

 

CREDIT INFO

에디터 심효진

photographer 정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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