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놀라울 만큼 세밀한 그림에서 엄청난 내공과 작품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요. 들여다볼수록 섬세하게 묘사된 여러 가지 요소들이 눈에 들어오고요. 그림 속에 등장하는 각각의 요소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세요?
작가는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한데 저의 경우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강점으로 살리다 보니 세밀화에 집중하게 됐어요. 주로 동심을 주제로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요소를 일상의 요소와 조합하는 것을 좋아해요. 그림은 많은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좋아요. 종이와 연필, 아이패드만 있으면 되니까요. 그림을 그리다 보면 어느 순간 그림이 손에 착 감기는 듯한 순간이 오는데 그때가 나만의 세계에 빠져드는 때인 것 같아요. 다른 차원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스트레스가 풀려요.
Q 섬유예술을 전공하셨다고요. 손으로 그리는 그림에 더 집중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어요?
사실 전공이 ‘섬유예술’이었을 뿐, 그림은 평생 해오던 일 중 하나예요. 오히려 섬유예술을 전공하면서 관련 기법을 그림에 적용할 방법을 고안해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저만의 스타일을 더욱 확장시킬 수 있는 계기였달까요? 자수, 염색, 직조 등의 섬세한 기법을 배우면서 그림도 더욱 세밀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됐어요.
Q 그간의 그림으로 펴내신 컬러링 북이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어요. 미국 아마존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시기도 했고요. 최근엔 브랜드들과의 작업으로 더 자주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최근 많은 브랜드들이 새로운 시즌을 위한 캠페인으로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선호하고 있잖아요. 단순한 제품 홍보를 넘어 고객의 감동을 불러일으킬 만한 아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거죠. 대표적인 예가 디올 성수 예약 애플리케이션이에요. 부티크 방문을 위한 단순 예약 시스템을 도입하는 대신, 제 그림으로 AR 콘텐츠를 제작해서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알리는 동시에 예술적인 경험을 이끌어내고, 그걸 또 다른 누군가와 공유하게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Q 작업을 위한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으세요?
저는 주로 어린 시절의 경험과 기록들을 살펴보는 편이에요. 가족과 함께 샌프란시스코에 살았던 적이 있는데,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니며 자유롭고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어요. 그때 얻은 기억들이 지금까지도 그림에 영향을 주고 있어요. 제 삶과 동떨어져 있는 것을 억지로 상상해 그리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에요.
Q 앞으로 어떤 작업들을 해나갈 계획이신가요?
2022년은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원 없이 해본 한 해였어요. 사실 이런 트렌디한 작업들은 재미는 있지만 작가로서 저를 표현하는 데는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런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제가 그린 그림임에도 제 자신이 없어지는 기분도 들고요. 때문에 작가로서 나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개인 작업들을 끊임없이 이어가고자 합니다.
Q 기초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중 어떤 것을 더 즐겨 하세요?
일상 속 뷰티 루틴이 궁금해요. 그림을 그리다 보니 화장하는 일 역시 즐겁고 재밌어요. 특별한 약속이 없어도 메이크업을 꼼꼼하게 하는 편이에요. 워낙 동양적인 얼굴이라 이목구비를 부각시키는 입체적인 메이크업을 해주면 자신감도 솟아나는 기분이 들어요. 강조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정해서 강약을 조절하는 게 입체감을 부여할 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Q 화장하는 것도 작가님께는 그리는 일에 속하는 거네요. 작가님만의 뷰티 팁이 있다면요?
립 제품으로 포인트를 주는 걸 좋아해요. 날마다 다른 컬러를 사용하면 기분 전환도 되고요. 주로 레드 계열 제품을 즐겨 쓰는데, 가을이나 겨울에는 살짝 톤다운된 레드에 손이 자주 가는 것 같아요. 또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보습이에요. 잘 맞는 에센스나 세럼으로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해야 색조 화장도 더 자연스럽게 완성되거든요. 겨울은 건조한 계절이라 특히 더 신경 써요.
Q 외면을 위한 가꿈도 있지만, 내면을 가꾸기 위한 루틴도 중요하잖아요. 내면을 가꾸기 위한 루틴도 있으신가요?
크리스천이라 때때로 기도하는 시간을 가져요. 바쁘게 살다 보면 주변을 살피지 못하는 때가 오잖아요. 내 안이 욕심으로 가득 차는 순간 삶이 힘들어진다는 걸 알아요. 늘 내려놓는 연습을 해요. 머물지 않고 흘러가는, 맑은 물을 닮은 삶을 꿈꾸면서요.
달콤한 꽃향기가 온몸을 휘감는 기분이 드는 제품이에요.
-미스 디올 EDP, 디올.
겉돌지 않고 즉각적으로 흡수된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숨마 엘릭셔 에센스, 숨37°.
이국적인 향기에 반해 꾸준히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프로뮤모 빼르 엠비엔테 아시아, 산타마리아 노벨라.
발색이 뛰어나고 촉촉한 수분감까지 느껴져 애용해요.
-루즈 디올 포에버 스틱, 디올.
CREDIT INFO
에디터 장세현
photographer 김덕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