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뱅앤올룹슨의 러브콜을 받는 디자인 스튜디오 감프라테시(Gamfratesi). 디자인 작업과 가정을 모두 함께 꾸리는 이들만의 협업 테크닉은 독창적이고 이상적이다.
감프라테시, 가장 긴밀한 협업
2023년 상반기를 가장 뜨겁게 보낸 디자인 스튜디오는 감프라테시가 아닐까? 6월 초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디자인 축제 ‘3 days of design’에서는 이들이 뱅앤올룹슨을 위해 만든 포터블 스피커, 베오 사운드 A5의 전시가 화려하게 열렸다.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코요리(KOYORI)와 함께 출시한 가구들은 일본 가옥을 모티프로 한 공간에서 우아하 게 손님들을 맞았고, 덴마크의 유서 깊은 조명 브랜드 리파(LYFA)는 감프라테시와 협업한 조명을 최초로 공개했다. 3일간의 짧은 축제를 마치 생일처럼 즐기며 글로벌 브랜드와의 파트너십을 뽐낸 이들의 스튜디오 역시 코펜하겐에 있다. 덴마크인 스틴감 (Stine Gam)과 이탈리아인 엔리코 프라테시(Enrico Fratesi) 커플은 2006년 자신들의 이름을 건 디자인 스튜디오 감프라테시를 열었다.
이전까지 둘은 이탈리아와 덴마크에서 함께 건축을 공부하고 일본과 북유럽에선 건축가로서 경험을 쌓았다. 건축가에서 디자이너로 의기투합한 커플은 스칸디나비아의 단 순함과 조화로움, 이탈리아의 생동감과 개성 모두를 지닌 감프라테시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 전통과 혁신, 장인정신과 기술, 이탈리아와 스칸디나비아 문화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며 정착한 감프라 테시 부부의 작업 방식은 ‘협업’ 그 자체다. 보통의 가족 기업이라면 완벽한 역할 분담을 성공 비결로 꼽는데 이들은 반대로 모든 과정을 친밀하게 공유하고 긴밀하게 협업한다. 작업용 컴퓨터도 한 대를 같이 쓴다. 심지어 마우스도, 컴퓨터 작업 전 스케치를 할 때엔 펜 하나를 함께 쓰기도 한다고.
상반된 배경을 가진 두 사람은 서로에게 자발적으로 치열하게 개입하며 글로벌 기업들에게 새로운 디자인을 제시했다. 프리츠한센, 루이스폴센, 헤이, 구비, 로얄코펜 하겐, 리네로제, 에르메스 등이 클라이언트가 되었다. 감프라테시의 오랜 파트너인 구비의 비틀체어는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끈 제품으로, 디자이너 가구 를 처음 접하는 이들의 첫 북유럽 가구로 선택되곤 했다. 그 비틀 체어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아 4월에 개최된 밀라노가구박람회에서는 10명의 디자이너가 비틀 체어를 재해석한 전시를 펼쳤다고 하니, 감 프라테시는 세계적인 브랜드의 러브콜을 끊임없이 받는 동시에 꾸준히 사랑받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듯하다.
BANG&OLUFSEN
하이엔드 포터블 스피커 베오사운드 A5는 2가지 버전으로 출시됐다. 노르딕 위브는 라이트 오크를 활용해 해변에서 보내는 스칸디나비아의 여유로운 여름 분위기를 연출한 반면 다크 오크 버전은 겨울 산림의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
GUBI
2013년 감프라테시가 구비를 위해 만든 비틀 체어가 큰 성공을 거두며 소파, 라운지체어, 스툴을포함한 시리즈가 완성됐다. 이들은 지금까지도 파트너십을 유지하며 다양한 아이템을 출시했고 그중 배트 체어, 에픽 테이블 또한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MINOTTI
2019년 감프라테시는 미노티를 위한 2가지 암체어를 디자인하며 협업을 시작했다. 2020년에는 실내외로 호환 가능한 핀(Fynn) 시리즈를 고안했고, 2023년의 신작 라파엘은 일반 가정에서 쓸 수 있는 모듈 형식의 소파와 체어 등 7종으로 출시됐다
LYFA
2023년 6월에 공개된 메모어(MEMOIR) 시리즈는 ‘클래식 샹들리에의 현대적 해석’을 기반으로 한다. 디자인의 중심이 되는 부드러운 모양의 오팔 글라스 전등갓을 적용한 샹들리에, 펜던트, 천장, 벽등을 아우르는 10가지 조명을 선보인다.
POLTRONA FRAU
폴트로나프라우와 감프라테시는 2018년에 처음 협업했다. 장인정신을 중시하며 세심한 가죽 가공 기술을 자랑하는 브랜드에 맞춰 감프라테시는 가죽에 공예적 요소를 결합한 조명, 커피 테이블, 침대, 의자 등을 개발했다
ROYAL COPENHAGEN
로얄코펜하겐과 감프라테시는 2019년과 2021년에 협업 컬렉션을 발표했다. 2021년에 공개된 로얄크리처스 컬렉션은 3개의 물결이 흐르는 로얄코펜하겐 로고에서 영감을 얻어 바닷가의 생물들을 도자기 위에 표현했다.
PORRO
혁신과 장인정신을 본질로 하는 이탈리아 브랜드 포로는 2020년 감프라테시와 원뿔형 베이스가 특징인 롬비 체어를 출시했고, 올해엔 롬비 암체어를 공개했다. 롬비 체어 특유의 경쾌함과 단순함을 유지하면서도 팔걸이를 더해 편안함을 배가했다.
Romby Chair |
Romby Armchair |
KOYORI
2022년에 설립된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코요리는 감프라테시와 협업해 첫 컬렉션을 론칭했다. 감프라테시는 “코요리의 가구를 집에 두는 것은 장인이 세세하게 주의를 기울여 만든 그 시간을 갖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MINI INTERVIEW
Q 무엇이 감프라테시의 디자인을 특별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나요?
아이디어부터 시작해 개발로 이어지는 모든 단계에서 함께하며 긴밀하게 협업을 합니다. 누가 무엇을 시작했고, 어떻게 끝냈는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요. 문화, 배경, 성격 면에서 다른 점이 많지만 기술적으로 동일한 역량을 갖추고 평소 관심사를 풍부하게 공유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공동 작업에 몰입하는 사이에 각자가 지닌 덴마크와 이탈리아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투영되고 흥미로운 디자인이 도출됩니다.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공생하며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하고 있어요.
Q 덴마크와 이탈리아의 디자인 전통은 어떻게 다른가요?
우리 스튜디오는 단순함, 브랜드가 지닌 DNA, 기능적인 면을 강조하는데 이런 부분은 매우 덴마크적인 접근 방식입니다. 한편으로 모든 작업마다 항상 콘셉트를 명확히 하고 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아이디어를 밀고가는 건 지극히 이탈리아적인 작업 방식입니다. 이러한 전통을 이해하고 작업 현장에 반영하는 것, 그래서 익숙한 것들 속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구현하는 게 저희의 목표죠.
Q 각자의 전통이 다르다면 덴마크와 이탈리아 브랜드의 협업 스타일도 다른가요?
우린 스칸디나비아,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의 여러 브랜드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기업인 미노티, 폴트로나프라우, 데 파도바, 포로, GTV와 작업을 했고 덴마크에서는 구비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중이며 로얄코펜하겐, 크바드랏, 루이스폴센, 리파와도 일했습니다. 이탈리아와 덴마크 기업과의 협업이 특히 많은데 저희도 두 나라와 작업하는 게 즐겁습니다. 작업을 풀어나가는 과정 자체가 감프라테시가 지닌 다문화성을 자극하고 확장하는 계기가 되곤 하죠. 이탈리아 회사들은 항상 개념적인 접근을 중시합니다. 용어 또는 기술적 세부 사항까지요. 반면 북유럽 사람들은 단순한 형식을 추구하고 자연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점이 다릅니다.
Q 협업 파트너가 될 브랜드를 선택할 때 무엇을 고려하나요?
가치 있는 물건을 만들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품질이 뛰어나 물질적으로 가치가 높으면서 동시에 개인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소비자의 곁에 오래 머물며 상호작용을 하고, 대를 거쳐서 사용할 만큼 오래 지속되길 바랍니다.
Q 제품 포트폴리오가 다양한데, 디자인에 대한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나요?
자연에서는 끝없이 많은 영감을 찾을 수 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자연의 단순함, 아름다움은 정말 완벽하다고 느껴요. 자연을 완전히 모방할 필요는 없지만,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한편으론 사람과 물건이 상호작용을 하고, 행동하는 모습들을 유심히 살핍니다. 우리가 디자인한 제품이 기능적으로 뛰어나서, 때론 단순히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Q 한국 브랜드와도 협업 계획이 있나요?
한국에서 곧 진행할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서울에 두 번째 사무실을 열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에 있는 파트너들과 함께 재미있는 일들이 만들어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freelance editor김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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