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높이 날아오를 기탁
실력자들만 모인 JTBC ‹슈퍼밴드2›에서 혜성과 같이 등장해 준우승을 차지한 김해소년, 기탁. 급작스런 성과에 들뜨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를 ‹리빙센스›가 만났다. ‹슈퍼밴드2› 방영 2년이 흐른 지금도 그때와 같은 음악을 향한 순수함과 열정을 간직하고 있는 그와 나눈 인터뷰.
1999년 1월 1일생, MBTI는 INTP, 좋아하는 계절은 여름, 태어난 곳은 경남 김해시 장유면. 최근 딸기 탕후루와 애니메이션 ‹주술회전›에 빠졌다고 말하는 청년. 이것만 듣자면 여느 또래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이는 기탁은, 최근 연남스페이스에서 열린 단독 콘서트 ‹여름방학›을 성황리에 마치고 대학생 신분으로 돌아가, 졸업 학점을 채우기 위해 학교와 집을 오가며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런 그를 대학생 신도영이 아닌 뮤지션 기탁답게 만드는 건 역시 기타를 치고 노래하는 모습. 2년 전 JTBC ‹슈퍼밴드2› 첫 무대에서 화려한 무대장치나 밴드 세션 없이, 오직 기타 한 대와 목소리만으로 윤종신, 유희열, 이상순과 같은 걸출한 심사위원들은 물론 참가자들까지 반하게 만든 그다. 서 있는 그곳이 어디든 개의치 않고 보는 이를 빠져들게 만드는 담대한 심장과 남다른 무대 장악력을 지닌 뮤지션. 기타리스트이자 보컬리스트인 그를 신당동 골목에 위치한 다이닝 바 ‘버드샵’에서 만났다.
오늘 촬영장에 오기 전까지 어떤 시간을 보냈어요?
우선 오전에 작업실에서 친구에게 기타 레슨을 해줬어요. 그곳에서 오늘 촬영장에서 부를 플레이리스트를 듣고, 연습을 한 다음 이곳으로 직행했죠. 아, 점심은 빼먹었다(웃음). 대학 졸업을 앞두고 바쁘시다고요. 역시 최근 가장 집중하는 일은 졸업일까요? 실용음악을 전공하고 있어서 졸업을 하려면 졸업 공연이 필수예요. 그 공연에서 졸업에 대한 의미를 담을 수 있는 곡을 부르고 싶어 선곡을 고심 중이죠. 동시에 팬분들이 제 졸업 공연 무대를 볼 수 있도록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확실히 졸업에 집중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네요.
불과 한 달 전에는 두 번째 단독 콘서트 ‹여름방학› 무대에 서 계셨죠. 작년에 왓챠홀에서 연 첫 단독 콘서트와 비교해서 올해는 어떤 점이 달라졌나요?
작년에는 스스로도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고 생각해요. 무대 중간 중간 멘트를 하는 부분이나 처음부터 끝까지 공연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이어가는 부분에 있어서요. 올해는 ‹슈퍼밴드2›에서 합을 맞췄던 변정호 형이 베이스 연주자로 공연을 함께했어요. 덕분에 작년보다 훨씬 매끄럽게 무대에 오를 수 있었죠. 친한 형과 함께하니 무대 위에서 말도 잘하게 되더라고요.
총 6회 공연이었잖아요. 아무래도 마지막 회차보다 첫 공연이 더 긴장됐을 것 같아요.
사실 1, 2회차에는 무대가 마냥 편하지는 않았어요. 세 번째 공연 부터 몸이 풀리면서 관객의 반응도 확실히 달라졌죠. 역시 아무리 고민하고 연습해도 결국 음악은 실전이고 아티스트는 무대에서 보여줘야 하는 직업이구나, 하고 다시금 실감했습니다.
그런 기탁 씨에게 각종 콘서트가 취소됐던 코로나19는 참 답답한 시기였겠네요. 이제는 단독 콘서트를 포함해 ‘Have a Nice Day’ 같은 각종 페스티벌에 꾸준하게 참여하고 있는데, 관중과 마음껏 호흡할 수 있는 요즘이 즐거우신가요?
무대에 서서 나만을 바라보는 관객을 보고 있으면 혼자 작업하고 연습하며 받았던 스트레스가 정말 씻은 듯이 날아가요. 오히려 관객에게 제가 에너지를 얻는 편이죠. 그때 받은 에너지로 작업실에 돌아와 곡을 쓰기도 해요. 역시 저는 공연이 좋습니다. 가능한 많이 하고 싶어요.
무대에서 관중의 얼굴이 생각보다 잘 보인다는 얘기를 언뜻 들었어요. 정말 그래요?
네. 생각하시는 것 이상으로 잘 보여요. 인상 깊게 남은 관중의 표정이 있나요? 단독 콘서트 ‹여름방학›에서 ‘High hopes’라는 곡을 부르는 순간이었어요. 그때 어떤 관객 한 분께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제 무대에 완전히 몰입하고 계시더라고요. 사실 제가 무대에서 한분 한분 눈을 마주치려고 최대한 노력하거든요. 그때 그분의 표정을 보고 더 집중해서 노래해야겠다 생각했죠.
그처럼 매번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는 기탁 씨지만, 내가 생각해도 참 잘했다 생각하는 무대도 있겠죠?
프린스의 ‘Nothing Compares 2 U’라는 곡을 불렀던 ‹슈퍼 밴드2› 첫 무대요. 사실 짧은 3분 안에 심사위원들에게 내가 가진 것들을 잘 보여주는 일은 지금 돌아봐도 정말 어려운 숙제였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저의 장점인 기타 연주와 나만의 보컬 톤을 잘 드러낸 완성도 높은 무대였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연습도 정말 많이 했었고요.
기탁 씨는 실전에 강한 편인가 봐요.
저는 무대에 올라가기 전까지만 떨리는 스타일이에요. 막상 무대에 서면 전혀 긴장이 안 돼요. 그리고 무대가 끝나면 다시 긴장하죠. 그래서 준비한 만큼의 결과는 늘 보여주는 편이에요.
최근에 SF영화 ‹더 문›의 OST 작업에도 참여했어요. OST 외 에도 새롭게 욕심나는 음악 프로젝트나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요?
이미 여러 번 인터뷰에서 얘기한 아이유 님이요. 중학교 때부터 팬카페에 가입할 정도로 열렬한 팬이라 언젠가는 꼭 같이 음악 작업을 해보는 게 소망입니다.
누군가의 팬이었던 시간이 음악 활동할 때 어떤 도움을 주나요?
제 공연에 오는 팬분들의 마음을 자연스레 더 잘 이해하게 돼요. 내가 팬이고 관객의 입장이라면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하며 더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자 하죠.
공연 때마다 한분 한분 아이 콘택트하려는 기탁 씨의 섬세함은 그런 경험에서 비롯됐나 보네요. 다음 질문입니다. 기탁 씨의 음악 세계에서 보컬과 기타는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일 텐데, 요즘은 그 둘 중 어느 쪽에 더 집중하고 있어요?
우선 보컬과 기타를 둘 다 정말 사랑하고요. 하지만 굳이 선택한 다면 기타예요. 기타를 들었던 시간이 노래를 불렀던 시간보다 훨씬 오래됐고, 기타라는 게 알면 알수록 정말 끝이 없는 악기거든요. 정답도 없고요. 어떤 페달보드를 쓰느냐에 따라 같은 기 타여도 사운드가 달라지니까 장비도 계속해서 모아야 하죠. 제가 죽을 때까지 평생 공부해도 부족해요.
‹슈퍼밴드2› 출연 계기가 음악적 동료가 필요해서였는데요. 최근에 자주 교류하는 동료 아티스트는 누군가요?
‹슈퍼밴드2›에서 함께 오아시스의 ‘Champagne Supernova’를 불렀던 제이유나요. 제 단독 콘서트 ‹여름방학›에 스페셜 게스트로도 참여했어요. 음악적으로는 존경하는 아티스트고 사적으로는 정말 자주 연락하고 지내는 형, 동생 같은 관계예요. 전화도 자주하는데 할 때마다 그렇게 서로를 칭찬해요.
서로 어떤 칭찬을 주로 해요?
매번 똑같은 맥락이긴 한데(웃음), “너 같은 애 없다, 음악 정말 잘한다” 뭐 이런 말들이죠. 서로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받다 보니 형한테 좋은 에너지를 많이 얻고 있어요.
가수가 아닌 관객의 입장으로서 콘서트를 보는 것도 동료 뮤지션과 소통하는 것 이상으로 아티스트에게 색다른 영감을 줄 것 같아요. 최근에 다녀온 콘서트나 가보고 싶은 가수의 내한 공연이 있다면요.
우선 2014년 한국을 마지막으로 찾은 존 메이어의 콘서트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고요. 가장 최근에 본 건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해리 스타일스의 내한 공연이요. 실은 같은 장소에서 2021년도에 ‹슈퍼밴드2 서울-콘서트›가 열렸거든요. 내가 섰던 곳과 같은 무대에서 노래하는 그를 보는 건 정말 묘한 기분이었죠.
음악 외에 빠진 것도 있어요?
애니메이션에 완전히 빠져 있어요. 특히 ‹주술회전›. 최근에 새 로운 시즌이 나와서 한편 한편 나오는 대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후시구로 메구미라는 캐릭터를 좋아하는데, 2D를 보면서 잘생겼다고 생각한 게 살면서 처음이에요. 애니메이션 외에는 향수에도 관심이 많아요
‹리빙센스› 독자들에게 가을과 어울리는 향수를 추천해 주세요.
아무래도 가을에는 조금 텁텁하고 쓸쓸한 냄새가 나는 향. 제가 정말 좋아하는 향수인데 ‘르 라보’ 제품 중에 9월에만 한정 출시 하는 향이 있어요. ‘타박 28’이라고. 저도 사고 싶은데 아직 못 사고 있어요. 사려고 기다리는 중입니다.
책이 나올 때쯤에는 벌써 ‘타박 28’을 소장하고 있겠네요. 여름과 가을 중에 기탁 씨가 개인적으로 더 좋아하는 계절은요?
여름이요. 거추장스럽지 않은 얇은 티셔츠를 입고 한강이나 어디서든 밖에 편하게 앉아 맥주 한 캔 마실 수 있는, 느슨하고 여유로운 여름만의 무드를 좋아합니다.
리빙&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인 ‹리빙센스›니까 물어보는 질문입니다. 요즘 기탁 씨 집은 어떤 풍경인가요?
일단 ‹슈퍼밴드2›에서 공개했던 집과는 많은 게 달라졌어요. 퀸 사이즈의 침대가 생겼고요. 벽에는 ‹주술회전› 외에 제가 좋아 하는 애니메이션인 ‹하이큐› 포스터를 포함해 각종 사진들이 붙여져 있습니다.
방송 당시 기탁 씨 집을 보고, 저는 왠지 마음의 여유가 없는 이가 사는 공간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요즘은 확실히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집을 채울 만큼 삶을 즐기고 있나 봐요.
그때는 방을 꾸미는 건 생각도 못 했죠. 최근에야 집을 꾸미는 재미를 조금씩 느껴가고 있어요. 아직은 좋아하는 작은 소품들 을 모아놓는 정도라, 언젠가는 제가 꿈꾸는 앤티크한 인테리어 공간에 빈티지한 페이즐리 카펫을 거실에 깔고 바스락한 꽃도 채우고 싶어요.
지금 기탁 씨는 어떤 청춘의, 어느 단계에 진입했다고 생각해요?
가장 한복판에 있지 않을까요. 청춘이라는 단어 자체가 마냥 즐겁고 행복한 느낌은 아니잖아요. 아프고 힘든 시기를 뜻하기도 하는데 지금은 그 청춘이라는 의미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유튜브에 ‘밴드 붐은 온다’라는 채널이 있습니다. ‹슈퍼밴드2›를 애청했던 시청자로서 기탁 씨에게 질문할게요. 정말 국내에도 밴드 붐이 올까요?
전 온다고 생각해요. 실리카겔처럼 지금 뜨겁게 반응이 올라오는 핫한 밴드도 있고, 결국에는 오지 않을까요? 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다음 앨범은 어떤 곡들로 채워질까요?
지금까지 해왔던 음악과는 조금 결이 다른 곡으로 채워보고 싶어요. 기존보다 좀 더 러프한 멜로디로. 아직 확정된 건 없으니 앞으로의 시간 동안 제가 진짜 잘하는 게 뭘까 더 고민해 봐야죠.
기탁이 추천하는 가을날 듣기 좋은 플레이리스트
Could cry just thinkin about you “가을에는 나도 모르게 외로움과 쓸쓸한 감정이 새어 나오곤 해요. 그럴 때 들을 만한 이별 노래입니다. 이별한 분들은 이 노래를 듣고 펑펑 울어도 좋아요.” |
Fast car Tracy “선선한 가을 아침에 듣기 딱 좋은 노래입니다. 인트로에 나오는 기타 전주도 좋지만 끝까지 다 듣고 나면 마치 영화 한 편을 본 것처럼 멜로디의 기승전결이 완벽하죠.” |
Charmless man “최근에 다시 푹 빠진 밴드, 블러의 곡입니다. 현존하는 기타리스트 중에 단연 톱클래스라고 생각하는 블러 그레이엄 콕스의 창의적인 연주를 들어보시길.” |
Easy “노을이 지는 걸 보면 곧장 생각나는 곡이에요. 하늘의 모양은 다양하지만 우리는 그걸 보면서 항상 아름답다고 느끼잖아요? 우리 모두도 그렇다는 걸 알았으면 해요.” |
I miss you - Live “설명할 수 없는 전달력과 풍부한 호소력에 깜짝 놀랄 만한 거장의 목소리. 분위기가 가을 낙엽처럼 쓸쓸해서 지금 계절에 들으면 참 잘 어울리는 노래입니다.” |
Treat people with kindness “마지막 곡은 조금 신나고 산뜻한 노래입니다. 친절은 생각 이상으로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죠. 이 계절에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
기탁이 추천한 플레이리스트를 기탁의 목소리로 듣고 싶다면 유튜브 채널 ’리빙센스 스튜디오’를 구독하세요. 신당동 ‘버드샵’에서 기탁이 불러준 귀 호강 라이브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
지금까지 뮤직로그에서 소개됐던 플레이리스트가 궁금하다면 스포티파이 ‘리빙센스 뮤직로그’ 채널을 팔로우해 보세요. 다양한 아티스트의 취향이 담긴 선곡을 볼 수 있습니다. |
editor권새봄
photographer김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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