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는 의궤를 단순한 책의 일부가 아니라, 시간이 쌓인 역사적 증거이자 상징적인 존재로 바라봤다. 이에 따라 전이 공간에 표지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형태로 배치해, 의궤가 지닌 상징정 의미를 더욱 강조해 관람객이 보다 경건한 마음으로 전시실에 입장하게 만들었다. 언뜻 봐도 곳곳이 닳고 해어진 표지.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이 약탈해 가는 과정에서 훼손된 것이다. 학예사들은 전시를 위하여 이를 한장 한장 조심스레 스캔하며, 외규장각 의궤 안에 담긴 역사적 아픔을 가슴 깊이 되새겼다고. 보존 문제로 실물을 전시하지는 못했지만, 프린팅 소재 또한 최대한 비단결에 가까운 질감을 구현해, 실제 책과 유사한 느낌을 전달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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