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와 주거의 경계를 허물다

에르메스와 디올의 홈 메종 스페셜리스트를 거쳐 현재는 3만8000명이 팔로우하는 인플루언서이자 공간 디렉터로 활동하는 박은우@silverrain52 씨는, 50평 규모의 낡은 폐공장이던 공간을 스튜디오 겸 생활 공간으로 탈바꿈하여 살고 있다. 설계와 시공에 직접 참여해 완성한 이곳은, 큰 주방과 독립 그릇장을 중심으로 주거와 촬영, 업무가 한데 어우러진, 그야말로 셀럽의 살아 있는 공간이다.

라운지 체어, 소파, 커피 테이블, 다이닝 테이블 등유기적인 가구 구성이 돋보이는 거실.
라운지 체어, 소파, 커피 테이블, 다이닝 테이블 등유기적인 가구 구성이 돋보이는 거실.
실버, 주석, 스틸 소재의 오브제로 가득 채워진 박은우 씨의 취향이 드러나는 그릇장.
실버, 주석, 스틸 소재의 오브제로 가득 채워진 박은우 씨의 취향이 드러나는 그릇장.

공장에서 스튜디오로
그녀의 주요 콘텐츠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공간들은, 불과 6개월 전까지만 해도 공장 특유의 거친 콘크리트와 낡은 배관뿐이었다. 사람의 거주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구조였지만, 박은우 씨는 “마음에 드는 집이 없다면 스스로 만들겠다”는 단순하면서도 대담한 결심으로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총 50평의 공간은 라이프스타일과 업무를 모두 담아낼 수 있도록 4개의 구역으로 나누었다. 중심에는 집에서도 촬영과 스타일링 작업이 가능한 대형 주방을, 그 옆에는 2~3평 규모의 독립 그릇장을 배치했다. 거실은 부엌과 그릇장이 마주 보는 길쭉한 구조다.

 

전면 스테인리스 마감과 빌트인 수납 구조가 포인트인 주방. 오직 블랙과 실버 컬러 사용으로 제한을 두어 절제된 아름다움을 완성한다.
전면 스테인리스 마감과 빌트인 수납 구조가 포인트인 주방. 오직 블랙과 실버 컬러 사용으로 제한을 두어 절제된 아름다움을 완성한다.
2~3평 규모의 독립 그릇장은 단순한 그릇 보관 장소가 아닌, 스타일링과 촬영에 즉시 활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 쇼룸이자 작업실로 활용하고 싶었다는 박은우 씨.
2~3평 규모의 독립 그릇장은 단순한 그릇 보관 장소가 아닌, 스타일링과 촬영에 즉시 활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 쇼룸이자 작업실로 활용하고 싶었다는 박은우 씨.

 

공간의 레이아웃은 철저히 작업과 생활의 

병행을 전제로 구성했어요.

소파와 낮은 커피 테이블 옆에는 다이닝 테이블과 체어, 라운지체어와 스툴 등 다양한 형태의 의자와 테이블을 일렬로 배치해, 상황에 따라 골라 앉는 재미를 더했다. 그녀는 이러한 가변적인 거실 구조에 대해 “촬영 세트로 활용하거나 손님을 맞이하는 리빙 존으로 융통성 있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계획한 공간”이라고 설명한다.박은우 씨는 이 집의 배관과 전기, 가벽까지, 어느 것 하나 모르는 것이 없다. 제한된 예산 안에서 공간을 연출해야 했기에, 직접 시공팀과 소통하며 모든 과정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 과정에서 “설계와 현실 시공의 간극”이라는 시행착오도 겪었다고 말하지만, 그만큼 공간의 완성도와 디테일은 남다르다. “공간의 레이아웃은 철저히 일과 주거생활을 병행할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손님과 고객이 방문했을 때, 거실과 주방, 그릇장이 놓인 공간을 자연스럽게 투어할 수 있도록 동선을 연결한 것도 박은우 씨의 계획된 구조설계의 결과다. 덕분에 전형적인 주거 구조를 벗어나, 셀럽의 일과 주거를 위한 맞춤형 공간으로 완성됐다. 

거실에는 포근한 느낌의 소파와 낮게 떨어지는 조명, 블랙 프레임의 창문, 천장의 자연스러운 노출이 조화롭게 어울린다.
거실에는 포근한 느낌의 소파와 낮게 떨어지는 조명, 블랙 프레임의 창문, 천장의 자연스러운 노출이 조화롭게 어울린다.

취향을 담은 키친과 그릇장
이 집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블랙&스테인리스로 마감한 대형 주방과 한쪽 벽을 가득 채운 독립 그릇장이다. 박은우 씨는 에르메스와 디올 등 해외 하이엔드 홈 메종에서 스페셜리스트로 활동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취향을 더욱 공고히 다져왔다. 그 결과, 전면 스테인리스 마감과 빌트인 수납 구조의 주방을 완성한 것. 모든 가전과 도구는 시야에서 감춰 촬영 시 불필요한 시각적 요소가 드러나지 않도록 했으며, 벽 조명과 배관 컬러까지 섬세하게 조율해 기능성과 무드를 동시에 완성했다. 약 2~3평 규모의 그릇장에는 실버, 주석, 스틸 소재를 중심으로 한 그의 오랜 컬렉션이 가득하다. 그릇과 오브제가 한데 모여 박은우 씨의 취향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이곳은 단순한 보관 공간을 넘어 스타일링과 촬영에 즉시 활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 쇼룸이자 작업실로 기능한다.
박은우 씨에게 큰 주방과 그릇장은 어떤 의미일까. 요리 자체보다 플레이팅과 테이블 연출에서 더 큰 즐거움을 느낀다는 그녀는, 그릇과 식기, 오브제를 조합해 테이블 위에 하나의 장면을 만드는 과정을 가장 잘하는 일이자 자신의 작업 세계를 가장 잘 드러내는 영역이라고 말한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집이기에 주방과 그릇장은 단순한 주거와 수납공간을 넘어 브랜드 기획과 작업을 이어가는 무대이자 영감의 원천, 그녀의 삶을 반영하는 살아 있는 공간으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CREDIT INFO

editor송정은

photographer김잔듸

Related Article
    Array ( [idxno] => 8129 [url] => /news/articleView.html?idxno=64687 [title] => 건축가의 언어로 다시 읽는 단독주택 [target] => _self [article_idxno_self] => 64690 [article_idxno_target] => 64687 [sort] => 0 [default_img] => 202509/64687_63698_541.jpg )
  • 건축가의 언어로 다시 읽는 단독주택
  • Array ( [idxno] => 8131 [url] => /news/articleView.html?idxno=64681 [title] => 신혼부부의 사랑으로 완성된 2층 구옥 [target] => _self [article_idxno_self] => 64690 [article_idxno_target] => 64681 [sort] => 1 [default_img] => 202509/64681_63648_4731.jpg )
  • 신혼부부의 사랑으로 완성된 2층 구옥
  • Array ( [idxno] => 8133 [url] => /news/articleView.html?idxno=64597 [title] => 대리석의 결을 살린 김연지 씨의 아파트 [target] => _self [article_idxno_self] => 64690 [article_idxno_target] => 64597 [sort] => 2 [default_img] => 202507/64597_63214_1414.jpg )
  • 대리석의 결을 살린 김연지 씨의 아파트
  • Array ( [idxno] => 8202 [url] => /news/articleView.html?idxno=64777 [title] => 예술이 일상에 스민 장준용 씨의 집 [target] => _self [article_idxno_self] => 64690 [article_idxno_target] => 64777 [sort] => 3 [default_img] => 202510/64777_64198_4545.jpg )
  • 예술이 일상에 스민 장준용 씨의 집
  • Array ( [idxno] => 8210 [url] => /news/articleView.html?idxno=64785 [title] => 나의 아틀리에, 사적인 정원 [target] => _self [article_idxno_self] => 64690 [article_idxno_target] => 64785 [sort] => 4 [default_img] => 202510/64785_64234_1013.jpg )
  • 나의 아틀리에, 사적인 정원
저작권자 © 리빙센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