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그린 그림을 조각해 넣은 집
대리석의 결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그것을 공간에 녹여 자신만의 감각이 머무는 집을 완성한 김연지 씨. 대리석 기업을 운영하며 아트디렉터로도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 천연 대리석이라는 강하고 묵직한 소재를 감도 높은 무드로 풀어낸 그녀의 집은 마치 하나의 아트워크처럼 느껴진다. 

3.6m 길이의 대리석 아일랜드 테이블이 시선을 압도하는 김연지 씨의 주방. 30평대 주방 가구의 규격보다 더 넓고 길게 설계했다.
3.6m 길이의 대리석 아일랜드 테이블이 시선을 압도하는 김연지 씨의 주방. 30평대 주방 가구의 규격보다 더 넓고 길게 설계했다.
안방의 문틀과 천장의 몰딩, 이동이 가능한 벽난로 모두 대리석으로 포인트를 줬다.
안방의 문틀과 천장의 몰딩, 이동이 가능한 벽난로 모두 대리석으로 포인트를 줬다.
큼직한 사이즈의 디자인 아트 서적을 아름답게 수납하기 위해 직접 제작한 대리석 책장 겸 수납장.
큼직한 사이즈의 디자인 아트 서적을 아름답게 수납하기 위해 직접 제작한 대리석 책장 겸 수납장.

소재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된 공간
“여기가 정말 30평대 아파트가 맞나요?” 그녀를 만나러 간 곳은 아파트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이 집은 분명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차갑고 단단한 이미지로만 떠오르던 대리석이 무색하게 공간은 따뜻하고 부드러웠으며, 무엇보다도 깊이 있는 분위기를 품고 있었다. 마치 이탈리아의 작은 아트 하우스에 들어선 듯, 아름답고 웅장한 기운마저 느껴졌다. 이 집을 기획하고 디자인한 이는 김연지 씨와 그녀의 남편이다.
과거 가족과 함께 대리석 기업을 운영하며 브랜드 아트디렉터로 활동했던 그녀는, 현재는 잠시 휴식기를 가지며 차기 브랜드 론칭을 준비 중이라고. “대리석은 삶에 꼭 필요한 소재는 아니에요. 하지만 한 끗 다른 감각적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소재라고 생각해요. 단단한 질감과 유려한 결, 자연이 만들어낸 고유한 무늬는 어떤 인위적인 소재로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녀는 섬세한 감각과 소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주방과 욕실, 책장, 천장 몰딩, 벽난로 등 집 안 곳곳을 대리석으로 디자인했다. 단순한 자재 이상의 의미를 지닌 대리석은, 그녀의 손끝을 거쳐 일상의 공간을 감각적인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특히 이 집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압도한 것은 단연 3.6m 길이의 아일랜드 테이블과 안방 문에서 거실 천장까지 이어지는 몰딩이었다. “보통 30평대 아파트에 사용하는 주방 가구의 규격보다 한 칸 더 넓게 설계했어요. 덕분에 50평대의 넉넉한 주방처럼 보이더라고요.” 그녀는 주방을 과감하게 키운 것이 오히려 집 전체를 더 넓고 여유롭게 느껴지게 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대리석을 인테리어 소재로 사용할 때는 크고, 넓게 활용해 보기를 추천했다.
주방을 지나 안방으로 들어서면 또 한 번 시선을 머물게 하는 대리석 몰딩이 등장한다. 붉은빛이 감도는 대리석 패턴이 인상적인 이 소재는, 남편이 대리석 업계에서 20여 년간 일해오며 한국에 처음 들여온 이탈리아산 칼라카타 비올라라는 대리석이다. “대리석을 집 전체에 적용하긴 쉽지 않잖아요. 하지만 저희는 직업상 대리석의 특성을 잘 알고 있었고, 이 집을 일종의 테스트 공간처럼 활용해 보기로 했어요. 아일랜드 상판은 물론이고 수납장 문까지 모두 대리석으로 마감해 하나의 커다란 대리석 조각처럼 보이게 만들고 싶었어요. 또 대리석을 통으로 깎아 만든 원통형 세면볼, 문과 천장을 감싼 대리석 몰딩 등 남들이 선뜻 시도하지 못했던 것들을 ‘까짓것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도전했죠. 직접 사용해 본 결과요? 대만족이에요.” 그녀의 집이 아파트라는 획일화된 주거 구조에서 벗어나 깊이 있고 감각적인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를 찾았다.

대리석을 주거 공간에 감각적인 요소로 사용한 이 집의 주인, 김연지 씨.
대리석을 주거 공간에 감각적인 요소로 사용한 이 집의 주인, 김연지 씨.

 

대리석은 삶에 꼭 필요한 소재는 아니에요. 하지만 한 끗 다른 

감각적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소재라고 생각해요. 

단단한 질감과 유려한 결, 자연이 만들어낸 고유한 무늬는 어떤 

인위적인 소재로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죠.

 

대리석 상팜과 이를 지탱하는 2개의 다리로만 구성된 아가페카사Agapecasa의 에로스 테이블이 놓인 거실.
대리석 상팜과 이를 지탱하는 2개의 다리로만 구성된 아가페카사Agapecasa의 에로스 테이블이 놓인 거실.

단단함과 유연함을 섞다
이 집은 주방, 거실, 안방, 화장실, 현관까지 사용되지 않은 공간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대리석을 메인 소재로 적극 활용했다. 자칫 딱딱하고 차갑게 보일 수 있는 대리석을 부드럽게 풀어낸 그녀만의 노하우에 대해 물었다. “이 집에 사용된 모든 대리석은 모서리를 둥글게 라운딩 처리했어요. 대리석이라는 소재가 주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형태적으로는 유연함을 주고 싶었죠. 모든 모서리와 마감면을 둥글게 마무리하니, 오히려 따뜻함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렇다고 이 집이 오직 대리석만으로 채워진 것은 아니다. 주방의 아일랜드 테이블과 다이닝 테이블, 안방문과 천장 몰딩, 책장 등 집의 중심 요소들은 대리석으로 통일감을 주었지만, 공간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바닥은 차분한 베이지 컬러의 타일을 선택해 단단한 소재와 부드러운 톤의 균형을 이뤄냈다. 이러한 조합은 전체 공간에 안정감과 따뜻한 무드를 더하며, 대리석 특유의 강한 인상을 절제 있게 조율한 그녀만의 인테리어 노하우를 잘 보여준다. 여기에 부드럽고 따뜻한 색감의 패브릭과 조명을 집 안 곳곳에 배치해 단단한 소재와 부드러운 텍스처, 조도의 균형을 섬세하게 맞춘 덕분에 대리석이 가득한 집이지만 오히려 더 따뜻하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공간이 완성됐다.
단단하고 멀게만 느껴졌던 대리석은 그녀의 손끝에서 따뜻하고 부드러운 석재로 재해석됐고, 그 결과 일상을 예술로 바꾸는 감각적인 공간으로 거듭났다. 소재가 공간을 바꾸는 힘을 보여준 이 집처럼, 앞으로 김연지 씨가 새롭게 선보일 브랜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직접 디자인에 참여한 대리석 거울과 큼직한 욕조, 자투리 대리석으로 만든 사이드 테이블로 꾸민 욕실.
 직접 디자인에 참여한 대리석 거울과 큼직한 욕조, 자투리 대리석으로 만든 사이드 테이블로 꾸민 욕실.
대리석의 차갑고 단단한 느낌을 순화시켜 주는 따뜻한 색감의 패브릭과 조명으로 꾸민 침실.
대리석의 차갑고 단단한 느낌을 순화시켜 주는 따뜻한 색감의 패브릭과 조명으로 꾸민 침실.
이 집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대리석의 다양한 쓰임을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 나무 상판과 대리석 다리 조합의 테이블.
이 집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대리석의 다양한 쓰임을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 나무 상판과 대리석 다리 조합의 테이블.

 


CREDIT INFO

editor송정은

photographer김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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