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을 풀어내는 설계의 각주 3
코어해체시스템
푸하하하프렌즈는 대담한 상상력과 정교한 설계로 ‘코어해체시스템’을 구상했다. 기둥을 없앤 중앙 구조는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회사의 리듬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기능 속에 숨은 균형적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지난 7월, 제43회 서울시 건축상 수상작이 발표됐고 대상의 영예는 건축사사무소 푸하하하프렌즈가 설계한 의류 회사 JKND(㈜제이케이앤디)의 사옥 ‘코어해체시스템’이 안았다. 성수역 인근에 자리한 이 건물은 지하 4층부터 지상 10층까지의 규모로, 1층은 로비, 2층과 3층은 ‘디스이즈네버댓(thisisneverthat)’과 ‘카키스(Khakis)’의 매장, 4층부터는 미팅룸과 오피스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멀리서 보면 평범한 빌딩 같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독특한 직사각형 구조가 드러난다. 푸하하하프렌즈와 JKND의 인연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당시 푸하하하프렌즈는 연희동 주택을 개조해 1층은 매장, 2~3층은 사무실로 꾸미는 JKND 사옥 프로젝트를 맡았고 이후 회사가 성장하면서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해져 두 팀은 다시 손을 맞잡았다. 긴 직사각형 대지 위에 시작된 새로운 사옥 프로젝트는 완공까지 5년여의 세월을 필요로 했으며, 설계 초기 메인 지휘봉을 잡은 한양규 소장은 회사가 건물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먼저 질문하고 규모와 조직 구성, 업무 흐름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부서 간 회의와 소통이 빈번하다는 점을 확인했으며 또 시간이 지나며 사내 인원과 구성에 변동이 있을 수 있기에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목표로 삼았다. 그 해법은 바로 ‘코어 해체’였는데 일반적으로 중앙에 두는 엘리베이터를 양 끝에 두어 기둥 역할을 겸하게 하고 5층부터 10층까지 이어지는 오피스 공간에는 백화점의 에스컬레이터처럼 양방향 이동이 가능한 ‘가위계단’을 배치해 층간 이동을 자유롭게 만들었다. 중앙에 기둥이 없는 구조 덕분에 넓고 개방적인 공간이 확보됐으며 용도 변경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한양규 소장은 설계 과정에서 건물 전체를 바라보며 작업하고 구조와 설비, 동선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기능 중심의 방식을 택했으며 층간 높이, 자재의 두께, 너비까지 모든 요소를 정밀한 수치 계산을 통해 결정했다. 이렇게 완성된 설계 도면은 시공사와 인테리어 스튜디오, 구조와 설비 기술사 등이 긴밀하게 협력해 현실로 구현됐고 철저한 계산을 통해 필요한 곳에 필요한 것을 배치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건축의 새로움이라고 전한 한양규 소장에 따르면 정교한 수치와 설계 논리에서 탄생한 ‘코어해체시스템’은 기능적 합리성 속에 숨은 수학적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푸하하하프렌즈 한양규 소장 @fhhhfriends 엉뚱한 상상력을 현실로 구현하는 건축사사무소 푸하하하프렌즈는 한승재, 한양규, 윤한진 등 3명의 건축가가 이끌고 있으며 2013년부터 활동을 시작해 2014년 김해건축대상, 2019년 젊은건축가상, 2025년 서울시 건축상 대상 등을 받았고 세 건축가는 언제나 함께 탐구하고 실험하는 자세로 작업에 임한다.
스튜디오 씨오엠 Studio COM @c_o_m.kr 씨오엠(COM)은 2015년 김세중과 한주원이 결성하고 2021년 임지원이 합류해 운영 중인 인테리어 설계 사무소로, ‘제네시스 헤드쿼터 오피스’, ‘하이브 사옥’ 등 주요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단독 작품 활동도 병행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1. 중심에 놓은 ‘가위계단’
보통 직사각형 건물은 중앙에 엘리베이터를 두지만 푸하하하프렌즈는 회의가 많고 부서 간 소통이 잦은 JKND의 업무 특성상 정형화된 코어 설계 방식이 과연 적합할지에 의문을 가졌고 건물 중심에 동선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계단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푸하하하프렌즈가 ‘가위계단’이라 부르는 중심의 계단은 2개의 곧은 계단을 가위표 형태로 교차한 모습으로, 백화점 에스컬레이터나 지하철 역사 계단처럼 몸을 꺾거나 회전하지 않고 층간 이동이 가능하다. 방향 전환이 필요 없는 이 계단은 이동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각 층을 유기적으로 잇는다.
2. 겹치지 않는 효율적인 동선
F&B 매장이 들어설 지하 2층부터 디스이즈네버댓·카키스 매장이 있는 지상 3층까지는 외부 손님이 오가는 구역으로 업무 공간과 분리해야 했다. 이를 위해 저층 전용 엘리베이터를 건물 중앙에 배치해 상업 시설과 업무 공간이 간섭 없이 운영되도록 설계했다. 오피스 공간이 시작되는 5층부터 10층까지는 2개의 곧은 계단을 교차한 가위계단이 이어지고 4층의 미팅 공간부터는 중앙 계단 코어가 엘리베이터 홀로 전환된다. 외부인과 직원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건물에는 총 4대의 엘리베이터를 설치했으며 중앙 계단은 고객 전용, 양 끝 엘리베이터는 10층까지 연결되는 직원 전용으로 구분했다. 보안 문제는 1층 엘리베이터 앞 스피드 게이트를 설치해 해결했다.
3. 코어를 해체하다
이 건물에는 기둥이 없다. 그 대신 건물 양 끝에 배치한 엘리베이터, 중앙에 둔 화장실과 계단, 설비 공간인 샤프트가 기둥 역할을 대신한다. 가로 단면으로 보면 양 끝 엘리베이터와 중앙 코어 위에 ㅁ자형 보가 얹힌 구조다. 이를 위해 콘크리트에 잡아당기는 힘을 더한 ‘포스트 텐션’ 보를 적극적으로 적용해 하중을 분산해 처짐과 균열을 최소화했다. 바닥을 이루는 보의 끝은 안전성을 위해 말아 올려 낮은 콘크리트 벽을 만들고 그 위에 유리창을 설치했다. 유리를 바닥까지 내리면 시각적으로는 깔끔하지만 끝에 섰을 때 낭떠러지 같은 불안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양 끝 엘리베이터 옆에는 일하는 중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작은 발코니를 만들었다.
4. 유연한 오피스 인테리어
오피스 인테리어는 스튜디오 씨오엠(studio COM)이 도맡아 변화하는 사무실의 인원수에 맞춰 공간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책상을 옮기며 바닥에서 전선을 끌어올 경우 몰딩 설치로 지저분해질 수 있어 건물의 긴 변을 따라 전선이 지나가는 길을 만들어 노출을 최소화하고 건축의 구조적 리듬에 맞춰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스프링클러 라인에 맞춰 조명등을 설치해 천장 구조물이 보이지 않게 디자인했고 1.5m의 창호 간격에 맞춰 가구를 3m 간격으로 배치했다. 엘리베이터 크기에 맞춘 이동식 행어를 제작해 간편한 층간 이동을 도왔으며 모두 함께 쓰는 라운지나 휴게실을 만드는 대신 중앙 계단 옆쪽 작은 공간을 소규모 스튜디오처럼 꾸며 JKND의 브랜드마다 개성을 드러낼 수 있도록 했다.
5. 간결함 속의 멋
큰 통유리창으로 둘러싼 로비는 깔끔한 흰 벽과 사방이 트인 복잡하지 않은 구조 속에 시원한 개방감을 담은 것이 특징이며 곳곳에 놓인 좌석은 스튜디오 씨오엠이 제작한 것으로 편안히 머물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한다. 과한 치장 없이도 주변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건물을 지향한 푸하하하프렌즈는 외벽을 알루미늄 패널로 제작해 조립식으로 끼우고 실리콘을 사용하지 않고 콘크리트와 패널 사이를 띄워 자연스러운 그림자 라인을 만들었으며 마감은 알루미늄, 콘크리트, 타일, 유리 등의 재료로 제한해 단순함의 미학을 강조했다.
6. 건물의 기초
건물의 형태처럼 이를 세운 대지도 긴 직사각형 형태로 양쪽이 모두 도로와 맞닿아 있어 접근성이 좋으며 한쪽에는 주차장을, 다른 한쪽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두어 보행이 가능하게 했다. 지하 구조에는 포스트 텐션 보 대신 일반 보를 사용해 토압과 수압에 대응했는데 포스트 텐션 보는 슬래브를 포함한 두께가 75cm로 이를 지하에도 적용하면 층고가 지나치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지하 3·4층에는 기계실과 전기실을 두었고 지상까지 연결되는 환기구는 지하의 기계 전기실에서 나오는 열을 배출하도록 설계했다.
editor신문경
photographer김시진
취재 협조JKND thisisneverth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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