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김치는 우리 엄마 김치예요.” 김치 명인 이하연 씨가 가장 자주 하는 말이다. 그녀에게 김치는 단순한 발효음식이 아니다. 한 세대의 손끝에서 이어진 온기, 그리고 세월과 마음이 겹겹이 스며든 산물이다. 전북 익산시 웅포면의 작은 마을에서 자라며 어머니의 손끝을 따라 배추를 절이고 젓갈을 다루던 어린 시절부터 그녀의 삶은 늘 김치와 함께였다. 남도 한정식집 ‘봉우리’를 열며 세상에 자신만의 김치를 내놓던 시절, 그녀는 매일 새벽 시장에서 재료를 고르고, 채소의 숨을 읽어 절임의 타이밍을 맞췄다. “김치는 사람이 만들고, 시간은 그 맛을 완성해요.” 그녀의 말처럼 김치의 본질은 기다림에 있다. 좋은 재료와 정성이 아무리 완벽해도 발효의 시간을 견디지 못하면 맛은 완성되지 않는다. 그 기다림 속에서 그녀의 철학도 익어갔다. 어머니와 할머니로부터 전해진 해물섞박지로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58호에 지정된 이후, 그녀는 전국을 다니며 ‘김치의 언어’를 연구했다. 소금의 결정에는 손의 온도가, 젓갈의 향에는 지역의 기억이 담겨 있음을 깨달았다. 김치는 결국 사람의 이야기라는 것을. 같은 재료로 담가도, 담근 사람의 마음이 다르면 맛이 달라진다. 전국의 경연장을 돌며 맛을 갈고닦던 시절, 김치공장을 세워 유통까지 직접 챙기던 세월, 그리고 이제는 유튜브 ‘김치쌤 이하연’을 통해 젊은 세대와 김치를 나누는 지금까지. 그녀의 손끝은 언제나 변함없이 김치로 세상을 엮고 있다.
그녀가 펴낸《별별김치》는 그 모든 시간의 기록이다. 서울식 포기김치부터 전라도식 묵은지, 그리고 오래된 문헌 속 역사 김치까지 78종의 김치를 한데 모았다. 겉으로는 레시피 북이지만, 그 안에는 김치의 다양성과 생명력, 그리고 한 사람의 인생이 빚은 정성의 미학이 깃들어 있다.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우려는 이들에게 기초부터 차근히 알려주고 싶었다는 그녀의 바람처럼, 이 책은 기술이 아니라 정성과 태도를 전하는 책이다. 수백 번의 시행착오 끝에 완성한 정확한 계량, 인공조미료 대신 과일과 채소에서 우러나는 단맛, 천일염과 숙성 젓갈이 더한 깊은 풍미가 담겨 있다. 전복김치, 홍어김치, 찰스김치처럼, 낯설지만 매력적인 조합들은 전통 위에 새로운 감각을 더한다. 특히 명인의 대표작인 해물섞박지는 재료 손질부터 양념의 농도, 버무리는 손놀림까지 세밀히 기록돼 있어, 책장을 넘기면 마치 그녀의 손끝을 곁에서 지켜보는 듯한 생생함이 전해진다.
《별별김치》가 지난 시간을 기록했다면, 이제 그녀는 김치의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김치는 멀어진 전통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도 살아 있는 문화예요.” 그녀의 다음 꿈은 김치 테마파크를 세우는 일이다. 아이들이 손으로 김치를 버무리고, 익어가는 냄새를 맡으며 우리 음식을 몸으로 기억하는 공간. 그렇게 김치는 한 세대의 식탁을 넘어, 배우고 잇는 문화가 된다. 그녀가《별별김치》에 담은 것도 결국 그 마음이다. 김치를 ‘잘 담그는 법’보다 ‘잊지 않는 법’을 남기기 위해서다. 결국 이 책은 한 명인의 손끝에서 시작된 맛을 세대와 세대를 잇는 언어로 옮긴 유산이다.
이하연 명인의 김치 레시피 1
조선 3대 명품 김치 ‘해물섞박지’
재료
절임 배추 2.5kg, 절인 무 1kg, 절인 오이 500g, 절인 가지 250g, 절인 동과콜라비 500g, 전복 100g, 소라 100g, 낙지 150g, 생새우 50g, 굴 100g동절기, 감초 물 20L, 무 800g, 배 100g, 쪽파 50g, 갓 50g, 미나리 50g, 고춧가루 50g, 고운 고춧가루 15g, 다진 마늘 50g, 다진 생강 10g, 새우젓 25g, 토판염 25g양념용, 생수 1.5L, 황석어젓국물 1L, 새우액젓 50g, 다시마물 200ml, 배즙 100g, 토판염 35g국물용, 다진 마늘 25g 다진 생강 5g, 고운 고춧가루 50g, 삭힌 고추 40g, 배 250g, 통 대추 15g
담그기
1. 배추는 1통을 각각 4쪽으로 나누어 소금에 절여 씻은 다음 채반에 밭쳐 물기를 뺀다.
가장 맛있는 배추는 단맛이 깊은 월동 배추로, 양념을 달게 하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다. 속이 너무 꽉 찬 것보다 90% 정도 찬 3~4kg 내외 배추가 절이기 좋다. 배추 절임은 김치 맛의 핵심이다. 간수를 뺀 천일염, 특히 토판염을 사용해야 물러지지 않고 맛이 깊다. 배추 한 포기당 약 2L의 염수를 사용하며, 절인 후에는 깨끗이 헹궈 물기를 충분히 빼야 김치의 맛이 깔끔하다.
2. 무는 절반을 잘라 4등분총 8조각하고 잘게 칼집을 낸다. 오이는 3등분해 중간에 칼집을 넣고, 가지는 2등분총 4조각해 소금에 절인다. 동과는 껍질을 벗겨 무와 비슷한 크기로 썰어 함께 준비한다.
무는 단단하고 당도가 높은 것을 골라야 하며, 오이와 가지는 예전에는 여름 끝물에 수확해 저장해 두었다가 김장철에 사용했다. 오이는 오이지로, 가지는 재에 묻어 보관했다. 동과는 콜라비로 대체해도 좋다.
3. 전복, 소라, 낙지는 손질해 감초 물에 살짝 데쳐 잘게 썰어 준비한다. 굴은 손질한 채로 준비해 놓는다.
굴은 동절기에만 사용한다. 요즘은 비린 맛을 줄이기 위해 감초 물에 살짝 데쳐 쓴다. 해물섞박지의 맛은 신선한 낙지·소라·젓갈 등 해산물의 질이 좌우한다.
4. 쪽파, 갓, 미나리는 2cm 길이로 썬다.
얌전한 모양을 위해 길이를 조금 짧게 썰어준다. 갓과 미나리는 특유의 향과 알싸한 맛으로 김칫국물 맛을 살리고, 김치가 빨리 시어지지 않도록 돕는다.
5. 분량의 양념을 섞어 준비한 김칫소에 손질해 놓은 ③의 해산물을 넣고 다시 잘 버무려 미리 준비해 놓는다. 새우액젓과 소금으로 간을 한다.
고추는 물에 불린 건고추를 갈아 쓰되, 고춧가루와 반반 섞으면 가장 맛이 좋다. 영양고추를 깨끗이 세척해 건조시킨, 빛깔과 매운맛이 고른 것을 고른다. 마늘은 의성산을, 생강은 심이 없는 통통한 것을 소량 넣는다. 새우젓은 계절별로 오젓·육젓·붉새우젓 등 최상품을 사용하며, 김칫소의 간은 새우젓과 소금만으로 맞춘다.
6. 절임 배추에 ⑤의 소를 넣는다.
통배추김치와 같은 방식으로 김칫소를 배춧잎 사이에 넣되, 양념은 배추의 20%를 넘지 않게 한다. 완성된 김치는 그릇에 담아둔다.
7. 국물은 생수와 황석어젓 국물, 다시마물에 마늘, 생강, 고춧가루를 섞은 후 새우액젓과 소금으로 간해 베 보자기에 국물을 걸러 놓는다.
김치용 젓국을 미리 만들어두는데, 황석어젓은 봄철에 담가 소금 30% 비율로 숙성해 김장 때 사용한다.
8. 배는 8등분해 씨가 있는 중심 부분은 잘라낸다.
배는 설탕 없이도 시원한 단맛을 더해준다. 김장용 배추와 무는 당도가 충분하므로 매실청 등 단맛 재료를 과하게 넣으면 오히려 맛을 해칠 수 있다.
9. 준비된 항아리에 소를 넣은 배추와 절여 놓은 무, 오이, 가지, 동과를 번갈아 가며 차례로 넣는다.
항아리 바닥에 무를 깔고 소를 넣은 배추를 올린 뒤, 오이·가지·동과를 한 켜씩 번갈아 넣는다.
10. ⑨에 배추 겉잎을 덮은 다음 베 보자기로 걸러 놓은 국물을 붓고 통대추, 삭힌 고추, 배를 넣고 마무리한다.
11. 상온에서 하루 정도 익힌 다음 냉장고에 넣어두고 10일 정도 숙성시킨 후 먹는다.
해물섞박지는 오래 두기보다 익으면 바로 먹는 김치로, 해산물과 젓갈이 많아 감칠맛은 강하지만 쉽게 시어진다.
이하연 명인의 김치 레시피 2
옛 조리서의 꽃김치 기록_맨드라미 가지 김치
재료
가지 5개, 맨드라미 꽃 1송이, 마늘 6개,
생수 1L, 토판염 30g
담그기
1. 맨드라미를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빼둔다.
2. 가지는 씻어 세로로 길게 칼집을 낸다.
3. 마늘을 저며 가지 사이에 끼운다.
4. 마늘을 끼운 가지와 맨드라미를 항아리에 넣는다.
5. 항아리에 소금물을 넘치게 붓는다.
6. 서늘한 곳에 36시간 두었다가 김치냉장고에서 20일 숙성시킨 후 먹는다.
이하연 명인의 김치 레시피 3
맑은 비건 김치_소금지
재료
절임 배추 2.5kg, 무 400g, 갓부추 25g, 쪽파 35g, 미나리 25g, 배 150g, 사과 100g, 고춧가루 75g, 다시마물 100ml, 찹쌀풀 100g, 다진 마늘 75g, 다진 생강 10g, 생수 150ml, 토판염 25g
담그기
1. 절임 배추를 준비한다.
2. 무와 배, 사과는 0.5cm 두께로 채 썰고, 쪽파·미나리·갓부추은 4cm 길이로 썬다.
3. 생수에 토판염을 먼저 녹인 후 나머지 양념 재료를 모두 넣고 섞는다.
4. ③에 ②를 넣고 버무려 김칫소를 만든다.
5. 절인 배추에 ④의 소를 켜켜이 넣고 가지런히 오므린 후, 겉잎으로 감싸 항아리에 담는다.
6. 서늘한 곳에 36시간 두었다가 김치냉장고에서 20일 숙성시켜 먹는다.
이하연 명인의 김치 레시피 4
칼칼한 묵은지의 진수_씨묵은지
재료
절임 배추 10kg, 무 1.5kg, 쪽파 150g, 대파 150g, 갓 150g, 다시마물 600ml, 마늘 300g, 생강 80g, 고춧가루 500g, 고추씨 200g, 멸치가루 10g, 생수 200ml, 토판염 15g, 새우젓 100g, 멸치생젓 200g, 멸치액젓 650ml
담그기
1. 절임 배추를 준비한다. 솔로 무 껍질을 문질러 가며 씻은 다음 지저분한 부분만 도려낸 다음 깍둑썰기 한다.
2. 갓은 흐르는 물에 씻어 건져 물기를 뺀 다음 각각 4cm 길이로 썬다.
3. 깨끗이 씻은 대파의 흰 부분과 깍둑 썬 무, 다시마물, 마늘, 생강, 새우젓, 멸치 생젓을 넣고 믹서에 간다.
4. 생수에 소금을 충분히 녹여 ③의 갈아놓은 재료와 고춧가루, 고추씨, 멸치가루, 멸치액젓과 갓을 넣고 김칫소를 만든다.
5. 절인 배추 사이에 소를 넣은 후 겉잎으로 전체를 돌려 싸고 단면이 위로 오도록 통에 담는다. 통의 80% 정도를 채워 김치를 담고, 절인 배추 겉잎으로 덮어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꼭꼭 눌러둔다. 실온에서 하루 숙성 후 냉장고에서 6개월 이상 숙성하면 깊은 맛이 난다.
이하연 명인의 김치 레시피 5
영국 왕세자에게 전한 김치_찰스김치
재료
절임 배추 5kg, 무 1kg, 배 1kg, 쪽파 60g, 갓 60g, 미나리 40g, 생전복 4마리, 다시마물 800ml, 찹쌀죽 200g, 새우액젓 100ml, 마늘 100g, 생강 10g, 고춧가루 100g, 토판염 60g
담그기
1. 절임 배추는 자른 단면을 아래로 엎어 3시간 정도 물을 뺀다.
2. 다시마물을 끓여 전복, 마늘을 넣고, 익으면 전복은 꺼내 놓고 다시마물은 식힌다.
3. 다시마물이 식으면 믹서에 넣고 찹쌀죽, 새우액젓, 생강을 넣어 갈아준다.
4. ③에 고춧가루를 넣어 섞고, 토판염으로 간해 양념장을 만든다.
5. 무와 배는 채 썰고, 쪽파·갓·미나리를 손질하여 3~4cm 길이로 썰어 놓는다.
6. ④의 양념장에 ⑤를 넣고 버무려 김칫소를 만든다.
7. 절임 배추 줄기 부분에 김칫소를 한켜 한켜 빠짐없이 골고루 넣어주고 겉잎으로 감싸서 용기에 담는다.
8. 배추 겉잎으로 김치 윗부분을 덮어 꾹꾹 누른 다음 실온에서 2~3일 익혔다가 냉장 보관한다.
editor김소연
취재 협조월간식당 month.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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