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으로 분위기를 완성하는 홍예린 씨. 거실의 카 스튜디오Kar Studio 컬 업 스툴Curl Up Stool 위에는 마르티넬리 루체Martinelli Luce의 세르펜테Serpente 테이블 램프를 놓았다. 

집에 담은 꿈

남편,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홍예린 씨는 패션 디자이너로 10년간 일한 감각을 바탕으로, 현재는 일상을 기록하며 리빙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다. 가족의 두 번째 보금자리로 이사한 지는 어느덧 4년째. 일반적인 아파트와 달리 거실에서 주방이 바로 보이는 구조 때문에 단지 내에서 선호도가 높지 않은 라인이었지만, 그녀는 오히려 그 독특한 구조에 마음이 끌려 이 집을 선택했다. 아이가 어릴 때 살던 이전 집에서는 인테리어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집이 아기용품으로 가득했고, 벽엔 낙서며 손자국이 일상이었죠. 그래서 당시에는 아이가 마음껏 놀 수 있도록, 음식을 흘리거나 긁혀도 괜찮은 가구 위주로 골랐어요. 아이에게 잔소리하듯 말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블랙 컬러를 이용해 꾸민 거실 벽면. USM의 모듈 선반 위엔 오래전부터 모아온 오브제들이 자리한다. 아르텍Artek의 앤젤 윙Angel Wing 플로어 램프가 따뜻함을 더한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언제나 꿈이 있었다. 아이가 조금 더 자라면 자신만의 취향을 담은 인테리어를 꼭 해보겠다는 로망이었다. 그리고 아이가 다섯 살이 되던 해, 지금의 집으로 이사하면서 홍예린 씨는 그 꿈을 실현했다. “예산이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인테리어 전문 업체에 턴키 형식으로 맡기기보다는, 원하는 부분을 직접 설계하고 수정할 수 있는 반셀프 인테리어를 택했어요. 붙박이장을 짜는 대신에 가구를 들이는 등 예산 내에서 훨씬 효율적으로 타협하고,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조정할 수 있었죠.” 그녀는 셀프 인테리어 카페에 가입해 실제 시공 사례를 꼼꼼히 공부하며 준비했다.

 

거실에는 위키노Wekino 보이드 소파와 데이베드, 잭슨 카멜레온Jackson Chameleon의 폰드 러그Pond Rug를 배치했다. 파란색과 조화를 이루는 식물이 생동감을 더한다.

그렇게 시작된 인테리어는 장장 6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그 시간은 홍예린 씨에게 행복하고 소중한 여정이었다. “바닥과 타일 자재부터 벽지 재질까지 직접 발로 뛰며 비교하고 선택했어요. 서로 다른 소재를 매치하고 샘플을 확인하는 과정이 재미있었죠. 무엇보다도 회사에서 맡은 프로젝트와 달리, 하나부터 열까지 제가 원하는 것들로 채워나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즐거웠어요.”

 

사무엘 스몰즈에서 구매한 단차형 유리 테이블. 실버 프레임이 더해져 어디에나 잘 어울린다.

 

 

예전엔 푸른색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제 저도 모르게 블루 컬러의 아이템에 눈이 가요.

주방에 새로 건 그림도 그 색에 맞춰 선택했죠.

주방 원형 테이블 위에는 베르판Verpan의 자개 조명 펀FUN 1DM을 설치해 우아함을 더했다. 의자는 놀Knoll의 튤립 체어Tulip Chair와 프리츠한센Fritz Hansen의 시리즈 세븐Series 7 암체어·주니어 체어를 함께 배치했다.

 

푸른빛의 무드 보드 

거실과 주방, 3개의 방은 모두 그녀의 취향을 입고 새롭게 태어났다. 현관 옆에는 흰 나무 선반장을 두어 오브제를 놓을 수 있게 했고, 거실로 향하 는 복도에는 중문 대신 타원형의 구멍이 있는 가벽을 세워 현관에서 방 내부가 바로 보이지 않도록 시선을 차단했다. ㄱ자 구조였던 주방은 일자 형으로 변경해 개방감을 더했으며, 거실 베란다는 확장하는 대신 턱을 없 애 단차를 맞추고 동일한 타일을 깔아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세심하게 집을 꾸민 홍예린 씨. 

폴딩도어를 설치해 공간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그녀의 아 이디어다. “베란다에는 책상과 책장을 두어 아이가 숙제도 하고, 저도 작 업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어요. 문을 닫고 커튼을 내리면 또 다른 분위 기가 되죠.” 벽지는 은은한 펄이 매력적인 그레이 톤을 선택했다. “페인 트 질감의 회색빛 벽지는 주방의 샌드 베이지색 시스템과도 잘 어울리고, 집 전체의 메인 컬러가 된 푸른빛과도 잘 어울려요.”

 

최근 새로 들인 아르텍 112B 벽 선반 위에는 루이스 폴센Louis Poulsen의 판텔라Panthella 160 포터블 조명과 아기자기한 오브제로 장식했다. 

이전에는 우드 톤과 내추럴한 색감을 베이스로 해 오브제로만 포인트를 주는 편이었지만, 이 번에는 색을 더 과감하게 사용했다. 다양한 색을 집에 들이며 여러 시도 를 거친 끝에, 거실에 들인 블루 톤 소파와 데이베드가 공간의 중심이 되 었다. 그렇게 집의 시그니처 컬러도 자연스럽게 파랑으로 물들었다. “예 전엔 푸른색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제 저도 모르게 블루 컬러의 아이템 에 눈이 가요. 주방에 새로 건 그림도 그 색에 맞춰 선택했죠(웃음).” 

 

아이방에는 아르떼미데Artemide의 톨로메오 바스큘란테Tolomeo Basculante 클램프 조명 위에 귀여운 캐릭터 인형을 올렸다. 코트랙은 허먼 밀러Herman Miller의 임스 행잇올Eames Hang-It-All. 

 

 

가족이 이어지는 곳

홍예린 씨가 집을 꾸미는 과정은 언제나 가족과의 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가구나 소품을 들이기 전에 꼭 남편과 아이의 의견을 먼저 물어요. 가족이 불편해하거나 좋아하지 않으면 선택하지 않죠.” 주방과 거실이 그녀의 취향을 가장 많이 담아낸 공간이라면, 안방과 2개의 작은 방은 남편과 아들의 의견을 반영한 곳이다.

안락함을 중시한 안방. 우드 톤의 아르텍 스툴과 JD홈드레싱의 3단 서랍장을 두고, 볼타Volta의 미코노스MYKONOS 행잉 모빌로 포인트를 주었다. 

 

침대와 안마의자를 놓은 안방에는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저상형 패브릭 침대 프레임을 선택했고, 계절마다 침구를 바꿔 분위기를 달리한다. 남편이 주로 시간을 보내는 방은 어두운 색감의 침구와 작은 조명으로 차분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내었다.

색색의 장난감과 책이 어우러진 아이방에는 베르판의 팬톱Pantop 펜던트 조명을 달아 아기자기한 느낌을 완성했다. 

아이방은 베란다를 수납공간으로 활용하고, 레고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선반이 달린 책상을 두어 완성한 장난감을 진열할 수 있게 만들었다.

 

남편이 주로 사용하는 작은 방은 브라운 컬러의 침구로 아늑함을 선사했다. 침대는 수납 공간이 있는 누어Nooer의 룬드 헤드형 프레임, 벽면 조명은 탄귀서울의 유에포키드.

무엇보다 홍예린 씨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소통이다. “거실에 TV를 두지 않았더니 주방의 원형 테이블에 가족이 모이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또 아이가 데이베드 위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 그 옆에서 책을 읽어주며 대화를 이어가는 순간이 하루의 가장 행복한 장면이 됐죠.” 그 평화로운 날들이 쌓여 집은 따뜻한 온기를 품은 공간으로 자라났다.

 

타일을 직접 비교해 고르며 시공한 욕실. 몬타나Montana의 룩LOOK 거울로 부드러움을 더했다.
타일을 직접 비교해 고르며 시공한 욕실. 몬타나Montana의 룩LOOK 거울로 부드러움을 더했다.

아이의 웃음과 부부의 대화, 그리고 홍예린 씨가 애정과 배려를 담아 고른 물건들이 어우러진 곳. 그녀에게 이 집은 가족을 이어주는 안식처이자 사랑의 한 형태다. 

 

 

 


CREDIT INFO

editor신문경

photographer김잔듸·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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