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의 디자인 7

VERNER PANTON

20세기 모더니즘을 새롭게 정의한 디자이너, 베르너 팬톤. 그의 대담한 상상력은 다채로운 색채와 혁신적인 소재를 입고 시대를 초월한 예술 작품으로 탄생했다.

© Verner Panton Design AG

 덴마크 출신의 디자이너 베르너 팬톤1926~1998은 20세기 모더니즘 디자인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 강렬한 색채와 플라스틱 소재를 대담하게 활용해 당시 목재와 단순한 구조를 선호하던 덴마크 모더니즘과는 다른 방향을 제시하며 가구의 가능성을 확장했다. 1926년 덴마크 오덴세에서 태어난 팬톤은 오덴세 국립 폴리 테크닉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고, 1950년부터 1952년까지 아르네 야콥센의 건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1955년에 독립한 후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가 색채와 신소재에 집중하게 된 계기는 1950년대 후반 코펜하겐대학에서 심리학박사 마틴 요한센의 ‘색채, 공간, 비례의 영향’ 강의를 청강하면서였다. 주변 환경과 사람의 조화를 중시하며 가구의 색채와 형태에 대한 과감한 도전을 이어간 그는, 1959년 프레데리시아 가구 박람회Fredericia Furniture Fair에서 ‘콘 체어Cone Chair’ 등의 가구를 천장에 거꾸로 매다는 파격적인 전시로 주목받았다. 1967년에는 비트라와 협업해 그의 아이코닉한 작품인 ‘팬톤 체어Panton Chair’를 선보였다. 팬톤 체어는 세계 최초로 플라스틱을 활용한 일체형 의자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기술을 적용해 디자인뿐 아니라 제조 방식에서도 혁신을 일으킨 상징적인 작품이 되었다. 이 의자로 1968년 북유럽 건축 및 디자인 상인 A.I.D 어워드를 수상하며 그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팬톤의 디자인은 공간과 사용자 경험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다층 구조의 ‘리빙 타워Living Tower’는 수직적 디자인으로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자유롭게 앉거나 기대어 편안함을 찾을 수 있도록 설계했고, 원형 구조의 ‘시팅 휠Sitting Wheel’ 또한 예술 작품처럼 기능하며 사용자들이 자연스럽게 편안한 자세를 찾을 수 있도록 제작했다. 그가 제작한 가구는 조형적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겸비하며, 생활 공간을 유연하게 만들었다. 팬톤의 영향력은 오늘날에도 지속되고 있다.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idid와 산업디자이너 필립 스탁Philippe Starck 등도 그의 디자인에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으며, 작품들은 여전히 시대를 초월한 가치를 지닌다. 팬톤의 가구는 현재 비트라와 몬타나 같은 브랜드를 통해 만나볼 수 있으며, 그의 작품을 전담하는 회사 베르판Verpan에서도 디자인 유산을 계승하고 있다.

PANTON CHAIR CLASSIC, 1959
베르너 팬톤은 1959년에 S자 형태의 일체형 캔틸레버 구조의 의자를 구상했지만, 당시 신소재였던 플라스틱으로 이 디자인을 현실화할 제조사를 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 1967년, 비트라와 협력하여 ‘팬톤 체어’를 선보였고, 강렬한 원색과 플라스틱의 조합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광택 래커로 마감 처리한 오리지널 버전은 현재 ‘팬톤 체어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만나볼 수 있다

WIRE TABLE LAMP, 1972
 ‘와이어 테이블 램프’는 스프링 형태의 기둥 위에 반구형 전등갓을 올린 구조. 전구 모양의 이 조명은 생동감 넘치는 컬러의 전등갓과 거친 느낌의 철제 와이어가 조화를 이루며, 빛을 부드럽게 확산시키고 방 안의 오브제로도 기능한다. 크기는 지름 30cm와 40cm 2가지로, 베르판에서 구매할 수 있다. 

 

 

PANTONOVA SYSTEM, 1971
‘팬토노바 시스템’은 스틸 소재로 제작된 모듈형 좌석 시스템으로 직선형, 오목한 형태, 볼록한 형태의 3가지 모듈로 이루어져 있다. 퍼즐처럼 연결해 원 모양이나 물결 형태로 배치할 수 있고, 단독으로 사용해도 심플한 매력이 있다. 1977년 영화〈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 등장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으며, 몬타나에서 재출시됐다.

 

EASY COLLECTION, 1963
‘이지 컬렉션’은 둥근 레이어가 층층이 쌓인 모습이 특징으로, 소파와 라운지체어, 푸프로 구성되어 있다. 소파는 4개의 U자형 등받이가 있어 각각 독립된 좌석을 제공하며, 등받이는 팔걸이로도 활용 가능하다. 1인용 라운지체어인 이지 체어의 등받이도 몸을 편안하게 감싸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디자인은 1960년대 공공공간 인테리어에 반향을 일으키며 호평을 받았지만, 이후 생산이 중단되었다가 베르판에서 다시 출시됐다. 

 

FLOWERPOT VP12, 1969
‘플라워팟 VP12’는 베르너 팬톤의 아이코닉한 디자인인 ‘플라워팟 VP9’를 재해석한 플로어 램프다. 그의 오리지널 스케치와 프로토타입을 기반으로 앤트레디션과 팬톤의 가족이 협업해 2024년 완성했다. 아래로 구부러진 스탠드와 반구형 전등갓은 공간에 우아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선사하며, 빛이 아래로 자연스럽게 퍼지도록 설계됐다. 세 단계로 밝기 조절이 가능해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 실용적이다

 

BARBOY, 1963
베르판이 공개한 ‘바보이’는 자유롭게 이동 가능한 사이드 테이블 겸 서랍장으로, 높이가 다른 원형 서랍 3개로 구성되어 있다. 축을 중심으로 회전시켜 서랍을 여닫을 수 있다. 무광 표면과 반짝이는 크롬 손잡이의 대비는 팬톤 가구의 개성을 드러낸다. 

 

LIVING TOWER, 1969
비트라의 ‘리빙 타워’는 팬톤의 디자인 철학이기도 한 총체 예술을 구현한 작품으로, 바닥과 벽, 천장 등 공간을 이루는 요소를 조화롭게 통합하고자 했다. 높이 약 2m에 4개의 좌석을 포함한 조각 같은 형태를 띠며, 장식품으로도 활용된다. 사용자는 리빙 타워에서 앉거나 눕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품을 경험할 수 있다. 

 

WELLE SERIES, 1969
독일어로 ‘물결’을 뜻하는 이름의 ‘벨레Welle’ 시리즈. 자연을 닮은 유기적인 형태가 특징인 라운지체어 컬렉션이다. 1인용부터 3인용까지 총 6종류로 구성된 이 컬렉션은, 부드러운 곡선이 만들어내는 조형미가 돋보인다. 1969년 미래지향적인 전시<Visiona>에서 처음 공개되었으나, 기술의 취재 협조한계로 생산되지 못하다가 2014년 베르판에서 선보이기 시작했다. 

 

 


CREDIT INFO

editor신문경

취재 협조몬타나 montanafurniture.com, 베르판 verpan.com, 비트라 vitra.com, 앤트레디션andtradit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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