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S NOTE

손끝으로 빚은 바람
신민 작가는 버려진 감자튀김 포대 위에 노동자의 얼굴을 새긴다. 미소 뒤에 감춰진 감정과 삶의 단편, 사회의 불합리함까지. 익숙함에 가려져 쉽게 잊히는 존재를 조각으로 다시 되살린다. 

 

 
 
신민 @fatshinmin
신민 작가는 외국계 프랜차이즈에서의 10년간 아르바이트 경험을 바탕으로, 쉽게 외면당하는 여성 노동자의 삶과 감정을 조각으로 형상화하며,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이들의 분노와 체념을 감자튀김 포대에 새긴 얼굴로 표현하고, 익숙한 이름을 붙여 존재를 환기시키며, 완벽을 강요받는 현실 속에서 노동자의 존재와 시간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작업을 이어간다.

 

Usual Suspects – Minjeong’, 2025
Usual Suspects – Minjeong’, 2025
‘Usual Suspects’ 연작, 2025, courtesy of P21
‘Usual Suspects’ 연작, 2025, courtesy of P21

REPRESENTATIVE WORK
‘EW! HAIR IN MY FOOD!’ SERIES, 2025
올해 아트 바젤 홍콩과 개인전에서 공개된 ‘으웩! 음식에서 머리카락!’ 시리즈는 음식 속 머리카락에 대한 불쾌감을 출발점으로, 위생 강박과 규율, 특히 여성 서비스직 노동자에게 가해지는 외모 통제와 사회적 시선을 검은 머리망을 통해 시각화하며, 개인이 지워지고 ‘노동자’로만 남는 현실을 비판하고, 멸균된 몸은 없으며 지워진 이름과 얼굴을 다시 불러내야 함을 말한다.

‘Usual Suspects’, 2025, courtesy of P21
‘Usual Suspects’, 2025, courtesy of P21

CHERISHED WORK
‘USUAL SUSPECTS’, 2025
‘유주얼 서스펙트’는 ‘음식에서 머리카락!’ 시리즈의 출발점이자 작업의 핵심 아이디어를 담은 대형 드로잉으로, 제조된 음식에서 발견된 머리카락의 주인을 찾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고 흘겨보는 노동자들의 시선을 통해 범인인지 피해자인지 구분할 수 없는 인물들을 표현하며, 우리 모두가 잠재적 용의자이자 노동자가 될 수 있음을 상기시키고, 이후 시리즈로 확장되는 이미지들의 단초 역할을 한다.

함북종성 곡천사 나한상’ ⓒ국립중앙박물관
함북종성 곡천사 나한상’ ⓒ국립중앙박물관
통영오광대 가면 중 작은 어미탈 과 무동탈 ⓒ국립중앙박물관
통영오광대 가면 중 작은 어미탈과 무동탈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INSPIRATION
조용하지만 강한 작업을 추구하는 신민 작가는 최근 영감을 얻기 위해 박물관의 유물들을 자주 들여다보며, 나무 목각인형이나 탈, 불화와 불복장 같은 유물들, 사천왕상 같은 수호신 형상에서 조각적 강렬함과 염원의 정서를 발견하고, 장인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수공예품의 간절함과 상징성에서 조각이라는 매체의 깊이를 배운다.

ⓒShin Min
ⓒShin Min

STEPS TO DESIGN
신민 작가는 버스정류장, 편의점, 시장처럼 평범한 일상의 공간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표정이나 무심히 흘린 말 속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최근에는 셀프 카메라 부스나 CCTV 앞에서 드러나는 ‘감시받는 얼굴’과 그 시선에서 도망치려는 인물들에 주목하며, 짧은 메모에서 출발해 스케치와 소형 모형 제작을 거쳐 점토로 원형을 만들고 종이를 10겹 이상 덧붙인 뒤 채색해 조각을 완성하는데, 이 반복적인 손길을 ‘기도’의 시간이라 표현하며 “우리가 무시당하지 않기를” 같은 문장을 종이에 적고 형태를 쌓아 올리는 과정에서 중심을 잡는 리듬을 만든다.

‘아트 바젤 홍콩 2025’ 전시 전경, courtesy of P21 ⓒS.C. Felix Wong
‘아트 바젤 홍콩 2025’ 전시 전경, courtesy of P21 ⓒS.C. Felix Wong

THE NEXT
2025년 ‘아트 바젤 홍콩’에서 ‘유주얼 서스펙트’ 시리즈를 선보인 신민 작가는 신진 작가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MGM 디스커버리즈 아트 프라이즈’의 첫 수상자가 되었으며, 감상 후 쉽게 잊히지 않고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힘이 좋은 작품의 조건이라 믿고, 앞으로는 조각과 드로잉의 정적인 매력을 유지하면서 영상이라는 매체를 통해 움직임과 시간성을 더하고자 하며, 해외 전시에서는 언어 없이도 감정을 전달하고 시선으로 교감하는 순간을 꿈꾸고, 한 세대가 지나도 여전히 관객에게 말을 거는 조각을 바라고 있다.


CREDIT INFO

editor신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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