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리저우드 셰프와 떠나는 양조장 투어 3

예술에서 받은 영감과 낭만을 술에 녹여내는 양조장, 몽타주조. 김광민·복순주 공동대표는 한 병의 막걸리를 위해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인다. 그렇게 완성된 술은 섬세한 맛으로 피어나, 기분 좋은 꿈같은 여운을 남긴다. 

꿈을 타는 양조장, ‘몽타주조@mongta_jujo’. 이곳을 함께 이끄는 사람은 김광민·복순주 공동대표다. 서로의 이름을 한 글자씩 따 ‘광복커플’로 불리는 이들은 6월에 갓 결혼식을 올린 부부. 몽타주조의 시작은 한 편의 영화처럼 낭만적이다. 김광민 대표가 운영하던 독서 모임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술과 문화예술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통해 가까워졌다. 브랜드 컨설팅 일을 하던 김광민 대표와 영화계에서 일했던 복순주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을 공부하고, 전통주 양조를 배웠다. 그렇게 술에 점점 깊게 빠져든 두 사람은,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양조장을 세웠다. 몽타주조는 삼양주 三釀酒 방식으로 막걸리를 만든다. 세 번에 걸쳐 술을 빚는 방식으로, 쌀을 갈아 죽처럼 만든 뒤 누룩을 섞어 밑술을 만들고, 찹쌀로 지은 고두밥을 두 차례에 걸쳐 더한다. 이 술을 약 4개월간 발효시키고, 이후 2개월간의 숙성 과정을 거친다. 여기에 누룩을 직접 띄우는 시간까지 더하면, 한 병의 술을 완성하는 데에 총 9개월이 걸리는 셈이다. 한 번 빚어 발효시키는 단양주보다 만드는 기간이 길고 과정도 복잡하지만, 그만큼 깊고 균형 잡힌 풍미가 탄생한다. 몽타주조의 두 대표는 누룩을 술의 DNA로 여긴다. 막걸리의 본질은 누룩이라고 생각해 직접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누룩을 띄우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병풀을 넣은 ‘호랑이 누룩’이다. 호랑이가 상처를 입으면 몸을 병풀밭에 굴린다는 이야기가 전하여 ‘호랑이풀’로도 불리는 병풀. 재생 효과가 있는 약초로 널리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이 병풀의 효능에 주목했고, 즙을 짜 넣어 안정적으로 발효되는 누룩을 완성했다. 와이너리가 효모를 연구하고 기술을 계승하듯, 김광민·복순주 공동대표 역시 누룩을 통해 전통주 산업의 가능성을 넓히고자 한다. 문화예술을 좋아하는 두 사람은, 사랑하는 작품의 이미지와 감정을 술에 담아낸다. 그렇게 빚은 술을 한 잔 기울일 때, 서서히 번지는 감각은 마치 꿈속을 걷는 듯한 몽롱함과도 닮았다. 그 감각이 평범한 일상에서도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기를 바라며,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술을 빚는다. 몽타주조의 막걸리 속에는, 두 사람이 함께 꾸는 꿈과 술 한 잔을 나눌 때 피어나는 낭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꿈과 낭만에 관한 이야기를, 조셉 셰프와 함께 김광민·복순주 공동대표에게 들어봤다.

몽타주조는 병풀을 넣어 직접 누룩을 띄운다. 누구나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술로 완성되기를 바라며, 평소 품고 있던 꿈을 막걸리에 담아낸다.
몽타주조는 병풀을 넣어 직접 누룩을 띄운다. 누구나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술로 완성되기를 바라며, 평소 품고 있던 꿈을 막걸리에 담아낸다.
김광민·복순주 공동대표가 조셉 셰프와 막걸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김광민·복순주 공동대표가 조셉 셰프와 막걸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호랑이 누룩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복순주 막걸리의 기본 재료는 쌀, 누룩, 그리고 물이에요. 다양한 부재료로 맛을 낼 수도 있지만, 가장 핵심이 되는 재료인 누룩에서 차별화를 두고 싶었어요. 발효의 중심인 누룩을 직접 만들어보기로 결심했죠. 마침 제 아버지께서 병풀 농장을 운영하시는데, 30년 넘게 화장품 업계에 계셨던 분이라 병풀의 효능을 잘 알고 계세요. 그래서 누룩에 한 번 써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해 주셨죠. 상처 입은 호랑이가 병풀 위에 몸을 굴려 치유했다는 이야기 때문에, 병풀은 ‘호랑이 풀’이라 불리기도 해요. 그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아 ‘호랑이 누룩’이라고 이름 지었어요. 한 번쯤 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사람들이 누룩을 어렵지 않게 생각하길 바랐죠.
김광민 병풀은 전통적으로 누룩에 사용되었던 ‘여뀌’라는 식물과 비슷하게 항균·항염 효능이 있어요. 여러 논문을 찾아보고 직접 실험해 본 결과, 발효도 안정적으로 잘 되더라고요. 누룩을 띄울 때 나쁜 균이 자라지 않도록 돕기도 해서 재료로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막걸리를 만들 때 중요하게 여기는 맛은요?
복순주 너무 달거나 산미가 과한 술보다는, 드라이하면서도 균형 잡힌 안정적인 술맛을 추구해요. 물리지 않고 편안하게, 계속 마실 수 있도록요. 또 잘 만든 술에서는 쌀이 발효되며 나는 향이 있어요. 자두나 풋사과 같은 은은한 향이죠. 그런 향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광민 막걸리가 지나치게 달거나 걸쭉하거나 향이 튀면 음식과 어우러지기 어려워요. 그래서 담백하고 깔끔한 술맛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술을 만들며 반드시 지키는 기준이 있다면요?
김광민 발효 기간과 온도, 그리고 위생. 이 3가지는 꼭 지켜야만 해요. 어떤 한 요소라도 흐트러지면 술맛이 달라지거든요. 몽타주조에서는 누룩도 직접 빚고 있어요. 우리만의 누룩을 만들어 계속 발효 사이클을 유지하고 있고, 숙성 기간도 철저히 지켜요.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지만, 원하는 맛을 위해선 꼭 필요한 과정이죠.

 

누룩을 동그랗게 빚기 위한 틀. ‘몽’이라는 글자를 형상화해 3D 프린터로 직접 제작했다.
누룩을 동그랗게 빚기 위한 틀. ‘몽’이라는 글자를 형상화해 3D 프린터로 직접 제작했다.
복순주 대표의 아버지가 재배한 병풀. 즙을 짜 누룩에 섞는다.
복순주 대표의 아버지가 재배한 병풀. 즙을 짜 누룩에 섞는다.

첫 제품으로 출시한 ‘서울야행’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나요?
복순주 ‘서울야행’은 우리가 좋아하는 예술 작품에서 출발했어요. 남편과 제가 모두 사랑하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Midnight in Paris〉를 모티프로 삼았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은 파리의 밤길을 거닐다가 1920년대로 건너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죠. 현실에서는 힘들고 지친 삶을 살아가면서요. 그 대비되는 장면이 술과 비슷하다고 느껴졌어요. 고단한 하루를 보내다가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 한잔을 기울이는 시간은 언제나 기다려지고, 현실에서 벗어난 기분도 드니까요. 그런 감정을 술에 담고 싶었습니다. 원래는 ‘미드나잇 인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구상했지만, 전통주인 만큼 한글 이름을 쓰고 싶어 ‘서울야행’으로 바꿨죠.
김광민 “현재란 그런 거예요. 늘 불만족스럽죠”라는 〈미드나잇 인 파리〉의 명대사가 있어요. 살아가다 보면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낭만도 있지만 현실에 대한 위로가 되도록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술을 만들고 싶었어요. 막걸리 특유의 단맛을 배제하고, 가볍고 드라이한 맛에 보디감이 가벼워서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술이에요.

‘서울백야’와 ‘봉봉 막걸리’는 어떤 특징이 있어요?
복순주 ‘서울백야’는 ‘서울야행’의 스핀오프 개념으로 만든 술이에요. 밝고 긴 여름밤의 짙은 느낌을 표현하고자 했죠. ‘서울야행’보다 도수가 더 높고, 단맛과 감칠맛, 그리고 산미가 더해졌어요. ‘봉봉 막걸리’는 와인 회사 ‘봉봉 드링크’와 협업해 만든 제품이에요. 포도를 넣었지만 일반적인 포도 맛은 거의 없고, 화이트 와인 같은 깔끔한 막걸리예요.
김광민 ‘봉봉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 여러 포도 품종을 테스트해 봤는데, 와인에 주로 사용되는 품종인 ‘청수’는 포도 맛이 너무 강하더라고요. 결국 알이 크고 껍질이 얇은 ‘다마유타카’라는 품종을 선택했어요. 막걸리에서 포도의 은은한 풍미와 청량한 맛이 구현돼 만족스러웠습니다.

몽타주조의 막걸리를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복순주 음식과 함께 곁들이는 것을 추천해요. ‘서울야행’은 요거트와 비슷한 향이 있어 치즈와 매우 잘 어울려요. 깔끔한 끝맛 덕분에 피자 같은 기름진 음식과도 궁합이 좋지요.
김광민 물론 음식과의 페어링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하루를 마무리하며 마시거나, 운동 후에 마시는 것도 추천해요. 실제로 러닝을 즐기는 분이 ‘서울야행’은 운동 후 마시기 좋은 술이라고 하더라고요. 작년 여름, 한 결혼식 답례품으로 ‘서울야행’을 준비한 적이 있어요. 날이 무척 더웠는데 하객들이 편의점 얼음컵을 사서 술을 붓고 시원하게 마시는 것이 너무 좋았다고 전해주셨어요. 더운 날 운동을 마치고 시도해 봐도 좋을 거예요 (웃음)

봉봉 막걸리’를 따르는 장면.
봉봉 막걸리’를 따르는 장면.
쌀 풍미가 매력적인 ‘서울야행’, ‘서울백야‘와 ‘봉봉 막걸리’.
쌀 풍미가 매력적인 ‘서울야행’, ‘서울백야‘와 ‘봉봉 막걸리’.
Tasting Note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전반적으로 3가지 술 모두 섬세한 맛을 지니고 있었고, 특히 쌀의 풍미가 살아 있었다. 목 넘김이 부드러웠고, 마신 뒤에는 여운이 오래 남았다. ‘서울야행’은 은은한 누룩 맛이 깔끔하게 퍼졌고, ‘봉봉 막걸리’는 절제된 과일 향에서 균형 잡힌 화이트 와인 맛이 떠올랐다. ‘서울백야’는 3가지 중 향과 보디감이 가장 강하게 느껴졌고, 요거트 같은 맛이 도드라졌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점은, 안정적으로 누룩을 발효시키는 것이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누룩을 연구하고 만들어낸다는 점이었다.

요리와 함께라면?
‘서울야행’은 가볍고 깔끔한 맛 덕분에 튀김이나 파전처럼 지나치게 기름지지 않으면서도 바삭한 느낌의 요리와 잘 어울릴 것 같다. ‘봉봉 막걸리’는 파스타 같은 서양 요리나 약간 매콤한 음식과도 조화로울 것으로 느껴졌다. ‘서울백야’는 가장 묵직한 맛을 가지고 있어서 고기처럼 풍미가 진하면서 기름진 음식과 궁합이 좋을 것 같다.

술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독특하고 섬세하지만, 강하다.

 

 

 

조셉 리저우드 Joseph Lidgerwood
호주 출신 셰프. 영국 ‘레드버리’, 미국 ‘프렌치런드리’ 외에도 다양한 나라에서 경력을 쌓았다. 한식의 매력에 빠져 한국에 정착한 뒤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에빗@restaurantevett’을 열었다. 전국 각지를 돌며 직접 재료를 채집하고, 새로운 식재료를 탐색하는 일에 진심이다. 2021년 미쉐린 영 셰프 상을 수상했으며, 2020년부터 5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 스타를, 2025년에는 미쉐린 2스타를 획득했다. 2024년 넷플릭스〈흑백요리사 : 요리 계급 전쟁〉에 출연하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CREDIT INFO

editor신문경

photographer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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