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의 디자인 12

MARIO BELLINI 

기능주의에 감성을 더해 시대와 호흡해 온 이탈리아 디자인의 거장, 마리오 벨리니.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 철학을 담아낸 그의 섬세한 작품들은 오늘도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간다.

마리오 벨리니(1935~). 여덟 차례의 황금콤파스 수상을 비롯해 수많은 디자인상을 거머쥔 그는 이탈리아 디자인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건축과 산업디자인, 가구 분야를 넘나들며 실용적인 디자인에 우아하고 시적인 감성을 새겨왔다. 밀라노에서 태어난 그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기술 대학교인 밀라노 폴리테크니코(Politecnico di Milano)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그곳에서 지오 폰티(Gio Ponti), 에르네스토 나단 로저스(Ernesto Nathan Rogers) 같은 건축계 거장들을 스승으로 만나 디자인 세계의 기반을 다졌다. 1959년 졸업과 동시에 업계의 주목을 받았고, 백화점 리나센테(La Rinascente)의 디자인 부서를 이끌었으며, 1963년에는 사무기기 제조 회사인 올리베티(Olivetti)의 수석 디자인 컨설턴트로 발탁됐다. 같은 해, 그는 자신의 스튜디오인 스튜디오 벨리니(Studio Bellini)를 설립해 변화하는 이탈리아의 생활 양식을 반영한 가구를 선보였다. 이 무렵 가구나 기계의 구조 위에 플라스틱, 가죽 등 단일 소재를 씌우는 ‘늘어난 막(Stretched Membrane)’ 기법을 완성했고, 표면을 마치 피부처럼 매끄럽게 감싸는 이 독창적 방식은 곧 벨리니의 시그니처가 됐다. 1970년대는 그의 대표작이 잇따라 탄생한 시기였다. 1970년에 발표한 카멜레온다(Camaleonda) 소파는 모듈 구조로 다양한 조합이 가능했고, 1972년에 선보인 밤볼레(Le Bambole) 시리즈는 커다란 쿠션 같은 형태로 편안함을 극대화했다. 이후 플로스(Flos), 비트라(Vitra), 헬러(Heller) 등과 협업하며 활동 영역을 넓힌 벨리니는, 직접 소재를 만지며 형태를 실험하는 작업 방식만큼은 고수해 왔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그의 가구는 여전히 비앤비 이탈리아(B&B Italia), 까시나(Cassina) 등 세계적인 브랜드를 통해 생산되고, 전 세계의 공간 속에서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다.

GLI SCACCHI, 1971
이탈리아어로 체스를 의미하는 ‘글리 스카키’. 체스 말에서 영감을 얻은 사이드 테이블 시리즈다. 첫 공개 당시에는 자동차 산업에서만 쓰이던 ‘셀프 스키닝 폴리우레탄 폼’을 적용했으며, 뛰어난 내구성과 자유로운 형태 구현이 가능한 소재적 특성으로 주목받았다. 2020년 비앤비 이탈리아에서 재출시됐다.

LE BAMBOLE, 1972
딱딱한 지지 구조 없이도 형태를 유지하는 소파를 만들고자 한 벨리니의 목표는 비앤비 이탈리아와 협업한 ‘밤볼레’ 암체어에서 나타났다. 볼륨감 있는 쿠션이 사용자를 감싸고, 뛰어난 복원력의 냉경화 폼(Cold Foam)이 단단한 모서리와 부드러운 좌석, 등받이를 완성했다. 이후 멀티 시팅 버전으로도 확대됐으며, 2022년 새로운 에디션으로 탄생했다.

LA ROTONDA, 1976
까시나에서 출시한 ‘로톤다’ 테이블. 벨리니는 나무가 지닌 온기를 우아한 형태로 표현하고자 했다. 모닥불 장작을 형상화한 3개의 다리가 포개지듯 맞물려 얇은 유리 상판을 안정적으로 지탱한다.

ÉTAGÈRE, 1989
이탈리아의 캐비닛 브랜드인 보테가 기안다(Bottega Ghianda)에서 선보인 ‘에타제르’ 책장은 방 한가운데에 놓아 공간을 분할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벨리니는 시각적인 무게감을 덜어내기 위해 모서리를 부드럽게 다듬은 얇은 살 구조를 적용했고, 보이지 않는 목재 핀으로 견고하게 마감했다.

CHIARA FLOOR, 1969
수녀의 베일을 연상케 하는 ‘치아라’ 플로어 램프. 플로스와 협업했다. 벨리니는 종이 모형을 자르고 수정하며 형태를 완성한 뒤, 최종 디자인을 그렸다. 스테인리스 스틸을 원통 모양으로 말아 제작한 이 램프는, 그의 단일 소재 실험을 조명으로 확장한 작품이다. 원통형 베이스 안에 숨겨진 광원이 후드 형태의 전등갓을 통해 부드럽게 퍼져나간다.

COBRA, 2006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호름(Horm)에서 출시된 ‘코브라’ TV 스탠드. 슬림한 나무 합판을 구불구불하게 성형해 코브라의 곡선과 역동적인 움직임을 담아냈다. 바퀴가 있어 쉽게 이동 가능하며, 바닥에 은은한 빛을 비추는 무드등 기능도 갖췄다.

CAB 412, 1977
까시나의 베스트셀러인 ‘캡 412’ 체어. 사람의 골격과 피부에서 영감을 얻어, 4개의 다리, 좌석, 등받이로 구성된 간결한 프레임에 가죽을 씌워 완성했다. 구조를 드러내지 않아 그 어떤 것도 더하거나 뺄 필요가 없는 완결된 형태의 미학을 보여준다.

CAMALEONDA, 1970
벨리니의 대표작 ‘카멜레온다’ 모듈 소파는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인 카멜레온과, 이탈리아어로 파도를 의미하는 단어 온다(onda)에서 이름을 따왔다. 케이블, 후크, 링 시스템을 통해 시트와 등받이, 팔걸이를 자유롭게 분리하고 재조합할 수 있다. 비앤비 이탈리아는 2020년 이 아이코닉한 제품을 재출시하며 내부를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업그레이드했다.


CREDIT INFO

editor신문경

취재 협조까시나 cassina.com, 보테가 기안다 bottegaghianda.com, 비앤비 이탈리아bebitalia.com, 플로스 flos.com, 호름 hor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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