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음악은 대부분 15초, 길어도 30초 안에 끝나요.
그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에게 인상을 남기려면,
억지로 내용을 채워 넣는 것보다 임팩트 있는 한 가지를 남겨야 하죠.
그래서 덜어내는 연습을 정말 많이 하게 돼요.
수천 곡의 광고음악을 만들어온 전수경 음악감독은 짧은 시간 안에 감정을 남기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광고음악은 대부분 15초, 길어도 30초 안에 끝나요. 그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려면, 억지로 내용을 채워 넣는 것보다 임팩트 있는 한 가지를 남겨야 하죠. 그래서 덜어내는 연습을 정말 많이 하게 돼요.”
그녀에게 덜어냄은 단순한 여백이 아니라, 감정을 한층 선명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불필요한 것을 비워야 본질이 드러난다는 감각은 음악을 넘어, 그녀가 머무는 공간에도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전수경 음악감독의 집에는 빛이 가장 깊게 스며드는 자리에 작은 책상이 있다. 예전에는 집 안에 방음시설과 스피커 시스템을 완비한 작업실을 두었지만, 이번에는 그 무게를 모두 내려놓았다. 집을 일터가 아닌, 영감이 머무는 공간으로 두고 싶었던 것.
초록이 가득한 마당을 향해 책상을 배치해 비 오는 날엔 창을 타고 흐르는 빗방울을 바라보고, 맑은 날엔 햇살이 벽을 스치는 결을 따라 시선이 머문다. 그 앞에는 몸을 느긋이 맡길 수 있는 넉넉한 소파를 두어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며 생각이 자연스레 흘러가도록 했다.
그 옆에는 언제나 꽃이 있다. “저에게 꽃은 굉장히 중요한 오브제예요. 꽃은 단순히 시각에 머물지 않고 촉각과 후각을 자극하죠. 동시에 계절의 흐름을 알려주는 시간의 매개체이기도 해요.” 계절마다 달라지는 향과 색, 꽃잎의 질감이 공간의 공기를 바꾸는 동시에 그녀의 공감각을 깨운다.
공간의 질서는 작업의 리듬으로 이어진다. 그녀는 예술은 혼란 속에서 피어난다는 낭만적인 통념을 믿지 않는다. 책상 앞에 앉기 전엔 꼭 청소기를 돌리고, 모든 걸 제자리에 정돈한 뒤에야 하루를 시작한다.
그녀에게 공간의 균형은 사고의 균형과 맞닿아 있다. 책상 위에는 오선지와 연필, 수첩, 그리고 펜이 전부다. 단출한 구성 속에 손끝의 감각이 가장 선명해진다. 생각이 깊어지면 손이 먼저 움직인다. 그녀는 여전히 선율을 손끝으로 옮긴다. 떠오른 멜로디는 납작한 연필로 오선지 위에 먼저 그려지고, 그 후에야 컴퓨터 프로그램에 담는다.
프로그램 앞에서는 자꾸 편곡부터 손이 가지만, 종이 위에서는 멜로디의 줄기가 더 또렷해진다. 손끝에서 나온 선과 종이 위의 흔적이 오늘의 감정이 되고, 내일의 음악이 된다.
이처럼 그녀의 작업은 조용한 질서와 손끝의 리듬 속에서 완성된다. 비워낸 공간에서 생각이 자라고, 단출한 선율 속에서 깊은 감정이 번진다.
editor김소연
photographer김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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