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 IN BRUT
구름처럼 한곳에 머물지 않고 늘 새로운 곳을 향해 가는 뮤지션.
정세운이 기록한 오늘날 자신의 초상.
순수 한글로 지어진 세운이라는 고운 이름. 그럼에도 어쩐지 발음과 닮아 있는 세상 세世, 구름 운雲이 떠오르는 건, 그가 정해진 목적지 없이 그저 자유로이, 다만 분명히 흘러가는 구름처럼, 스스로의 리듬을 따라 걸어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부모님의 옷장 속 낡은 기타를 처음 손에 쥔 순간부터, 대국민 오디션 〈K팝스타〉출연, 아이돌 서바이벌〈프로듀스 101 시즌2〉를 거쳐, 청량한 목소리와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아오기까지. 정세운은 언제나 과감하고 솔직한 도전을 이어왔다. 때때로 찾아오는 어려움 앞에서도 “이 위기는 언젠가 나를 성장시킬 것이다”라는 믿음으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음악을 한다는 것은 결국 그 순간을 기록하는 일”이라는 신념 아래, 매 순간을 진심으로 채워왔다. 그런 그가 지난해 말, 10년 가까이 몸담았던 소속사를 떠나 CAM이라는 새로운 둥지에서 다시 출발선에 섰다. 마치 데뷔 전으로 돌아간 듯, 사소한 뼈대부터 함께 세워나가며 나눈 깊고 치밀한 대화들. 그 끝에 마주한 날것의 감정들. 이를 엮어낸 'Brut본연의'라는 이름의 앨범이 기대되는 이유다. 유연하지만 또한 주체적이고, 변화 속에도 단단히 중심을 지킬 줄 아는 사람. 정세운과 그가 흘러가는 어느 지점에서 조우했다.
10년 넘게 몸담은 소속사를 떠나 새로운 거처에 적응 중인데, 어때요?
팀워크를 다지며 서로 간의 신뢰를 쌓아가고 있어요. ‘정세운’이라는 아티스트를 어떻게 브랜딩해 나아갈지에 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눴고요. 건물에 비유하자면, 어떤 자재로 기둥을 세울지, 높이나 무게를 어떻게 설정할지부터 세세한 설계까지 같이 고민해 나갈 정도로요. 동시에 앞으로 펼쳐갈 활동들을 여러모로 깊이 있게 궁리하고 있습니다. 곧 EP 앨범 발매도 앞두고 있고요.
서로가 함께하며 예상치 못한 재미도 깨달았다고요?
처음부터 구체적인 방향을 정해두고 시작한 건 아니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했거든요. CAM과 함께라면 어떤 길을 가더라도 중요한 가치를 지키면서 재미있게 해나갈 수 있겠다는 확신.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음악 작업에 깊숙이 관여하게 된 점은 놀라웠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깨달았어요. 저는 사소한 것 하나라도 팀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을 정말 많이 즐기는 사람이구나라는 걸요. 스스로에게도 이런 시기가 꼭 필요했다고 생각하기에 매 순간 진심으로 즐기며 임할 수 있었어요.
그런 과정 속에 자신 속 날것의 감정들과 마주했다고요.
맞아요.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 자신을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과거에 느꼈던 안쓰러움, 후회, 미련, 또는 아주 깔끔하고 담백한 심정까지. 모두 하나하나 마주하는 과정 자체가 생각보다 많은 걸 바꿔놓더라고요. 생각의 회로도, 감정을 바라보는 시선도. 예전에는 어떤 감정이 찾아와도 ‘이 또한 지나가겠지’ 하며 스쳐지나가려 했는데, 이번에는 음악에 그것들을 제대로 담아보려 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날것에 가까운 감정들과 마주하게 됐고, 앨범 명이 된 ‘BRUT본연의’라는 단어도 떠올랐죠. 물론 대중가수다 보니 너무 낯설거나 무겁지 않게, 공감 가능한 선에서 조율하려 했고요.
그렇게 만든 EP 앨범〈Brut〉, 직접 소개한다면요.
한마디로 제 취향으로 가득 찬 앨범입니다(하하). EP이긴 하지만 정규 앨범에 가까울 만큼, 제 감정을 밀도 높게 채워 넣었거든요. 날것에 가까운 감정들과 마주하게 되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스스로가 어떤 틀 안에 자신을 가두고 있었다고 느꼈죠. 곧 그걸 깨버리는 순간도 찾아왔어요. 그래서인지 다시 데뷔하는 듯한 느낌마저 드는데요. 앨범에 수록된 다섯 곡 모두 그런 강렬한 감정의 조각을 품고 있어요. 각기 다른 모습으로요. 이전까지 보여드린 모습도 분명 제 일부분이지만〈Brut〉는 저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드리는 앨범이죠.
아직 발매 전인데, 앨범에 대한 힌트를 살짝 준다면요?
트랙 순서대로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유기적으로 구성하려고 애썼기 때문에, 그 흐름을 따라갔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감정적 쾌감이 있거든요. 그 여정의 시작점이자 중심이 되는 곡이 바로 첫 트랙인데요. 시작을 장식하는 만큼 이번 앨범의 핵심을 이루는 곡이기도 합니다. 카메라 앞에 자연스러워 보이고자 참 많이 애썼던 날들. 그것들이 때로는 부끄럽고 창피하기도 하지만, 그 모습조차 자연스러운 내 일부분으로 인정하려는 마음이 담겨 있죠. 이번 앨범에서 가장 농도 짙은 솔직함이 담긴 곡이기도 하고요. 곡명은 아직 논의 중이지만, 타이틀곡은 어떤 대상과의 이별을 다룬 곡이에요. 앞서 언급한 첫 트랙이 날것에 가까운 감정이라면, 이 곡은 좀 더 듣는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조율해 내려 애쓴 결과물이죠.
이번 앨범에 대해 대중에게 기대하는 반응이 있다면요?
저에 대한 이야기도 물론 좋지만, 듣는 순간 자신 안에 있던 감정이나 이야기가 먼저 떠오르는 경험이 찾아온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아요. 듣는 순간 나조차 몰랐던 감정이 올라오는 그런 강렬한 순간이 듣는 분들께 자연스럽게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유독 변화가 큰 부분이라면 어떤 걸까요?
변화가 오히려 너무 많아서 저를 알던 분들이 꽤나 놀랄 수도 있을 텐데요. 많은 분이 제 매력이라 말씀해 주셨던 청량한 목소리에 밝은 멜로디를 떠올리면요. 이번에는 그런 부분을 의식적으로 빼려고 했어요. 또 믹스 기사부터 편곡자까지 처음 인연을 맺게 된 분들과도 함께 작업했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저의 기존 앨범들과는 확실히 다른 결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멈춰 있지 않고 계속 새로운 시도를 꾀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일까요?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은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변하잖아요. 관심사도 달라지고, 좋아하는 장르나 해보고 싶은 일들도 계속 바뀌고요. 저는 항상 ‘지금 내가 느끼는 것, 내가 생각하는 것’을 음악에 담아내는 것을 중심에 두고 활동해 왔어요. 그런 기록하는 과정 자체가 너무 즐거워서 가수가 정말 천직인가 싶을 정도로요. 그래서 자연스레 새로운 시도들을 이어갈 수 있었는지도요.
그런 큰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정세운만의 색이 있다면?
데뷔 때부터 한 가지는 꾸준히 지키려 했어요. 저에게 없는 모습을 억지로 만들어내지 않는 것. 결국 시간이 지나면 거품은 빠지고, 진짜가 드러난다고 믿었거든요. 그래서 처음부터 일부러 무언가를 덧입히려 하지 않았고, 그런 진정성은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이어져 온 것 같아요.
과거에 발매한 곡들인데 최근 나에게 특별한 감흥을 주는 곡도 있을까요.
‘오! 나의 여신’과 ‘SHADOWS’라는 곡이 떠올라요. 그때의 제가 불러서 정말 다행이었다고 느낄 만큼, 당시 제 보컬 톤과도 잘 맞아떨어졌던 곡들이에요. 지금의 제가 과연 그렇게 부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요(웃음). 데뷔 초에 부른 노래들을 다시 들으면, 가끔 ‘목소리가 이렇게 청량하고 맑았나?’ 하고 스스로 놀랄 때가 있어요. 그 시절, 그런 곡들을 남겨둔 게 새삼 다행스럽게 느껴져요.
〈리빙센스〉5월호에서 ‘가족’을 주제로 한 기사를 준비 중이에요. 스스로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요?
노력하지 않아도 이미 가지고 있었던 것들. 그만큼 소중함을 잊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문득 그 존재의 귀함을 새삼 느낄 때가 있죠. 가족이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 보내주시는 응원이 때때로 버겁다가도, 결국에는 다시 나아갈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요.
삼형제 중 막내라고요. 형들과는 서로 어떤 관계인가요?
여섯 살, 다섯 살 차이가 나는데도 어릴 때부터 격의 없이 정말 친구처럼 지냈어요. 가수를 꿈꾸던 때 작은형이 “네가 가수 되면 손에 장을 지진다”고 농담을 했었는데요(웃음). 자기가 노래를 더 잘한다고 하면서요. 덕분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죠. 여러모로(?) 저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어주는 존재들입니다(하하). 농담이고요. 마음속 깊이 세운을 응원해 주는 든든한 존재들이죠.
예산이나 공간 제약이 없다면, 어떤 집에서 살아보고 싶나요?
리차드 마이어라는 건축가의 ‘더 글라스 하우스’라는 집이 있어요. 섬 중턱에 자리해서 앞쪽으로는 바다가 펼쳐지고, 뒤쪽으로는 땅과 연결된 곳에 세워진 백색 건물. 최근 들어 그 집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나아가서는, 그런 집을 직접 지어보고 싶을 정도로요(웃음). 건축을 보면 요소 하나하나에 설계자의 의도가 담겨 있다는 점이 참 흥미로워요. 만약 저라면 그 공간에서 어떤 우연들이 발생했으면 좋을지를 상상하는 재미가 꽤 재미있더라고요.
지금 세운 씨가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예전부터 스스로도 많이 생각해 왔던 질문인데요. 결국엔 ‘정해두지 말자’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회피하려는 건 아니고요. 오히려 구체적인 방향을 미리 정해버리면 할 수 있는 것도 못 하게 될 것 같더라고요. 가수라는 직업은 결국 감정과 순간을 공유하고 나누는 일이니까요. 그 마음을 잃지 않고, 제 일에 충실하면서도 즐겁고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싶어요. 무엇보다 계속 저 자신을 사랑하면서요. 어떻게 기억될지는 결국 대중의 몫이니까요.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도전하고, 사람들이 내린 결과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 하죠.
올해 남은 시간은 어떻게 채워가고 싶나요?
체력이 허락하는 한, 지금 이 좋은 속도를 오래 유지하고 싶어요. 재미있는 걸 계속 만들어가고, 서로 힘이 떨어질 때면 다시 북돋아 주면서 팀원들과 새로운 것들을 함께 만들어가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하루 안에서도 짧은 휴식을 의식적으로 챙기면서 리듬을 조율하려 하고 있고요. 활동도 공연도 가득 채우면서, 즐겁고 바쁘게 보내고 싶습니다.
editor권새봄
photographer김연제
장소 협조갤러리 이알디 @galerie_erd
스타일링이화@2_hwa
메이크업박수진 @meetcute
헤어정다빈 @meetcute
-
Array
(
[idxno] => 7673
[url] => /news/articleView.html?idxno=64211
[title] => 봄의 문턱에서 장재인을 만나다
[target] => _self
[article_idxno_self] => 64372
[article_idxno_target] => 64211
[sort] => 0
[default_img] => 202503/64211_61259_308.jpg
)
- 봄의 문턱에서 장재인을 만나다 Array ( [idxno] => 7675 [url] => /news/articleView.html?idxno=63894 [title] => 소수빈의 음악이 주는 이토록 따뜻한 위안 [target] => _self [article_idxno_self] => 64372 [article_idxno_target] => 63894 [sort] => 1 [default_img] => 202412/63894_59929_1315.jpg )
- 소수빈의 음악이 주는 이토록 따뜻한 위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