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리저우드 셰프와 떠나는 양조장 투어 6

동백동의 풍경을 빚으며

로컬 재료로 정직하게 완성되는 아토양조장@attobrewery의 술. 권도연 대표와 박혜찬 이사, 양조장을 이끄는 두 사람의 정성이 담긴 한 잔은 어느덧 동백동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아토양조장의 주력 라인업인 ‘마루나’ 시리즈. 왼쪽부터 차례로 마루나 탁주와 막걸리, 약주, 동백이다.
아토양조장의 주력 라인업인 ‘마루나’ 시리즈. 왼쪽부터 차례로 마루나 탁주와 막걸리, 약주, 동백이다.

 

용인시 기흥구 동백동에 자리한 아토양조장. 이름의 ‘아雅’는 바름을, ‘토夲’는 나아감을 뜻해, ‘바르게 나아간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 이름처럼 아토양조장은 인공감미료 없이 오직 순수한 재료와 철저한 위생 관리를 원칙으로 술을 빚는다. 노란 간판과 카페 같은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은 이곳은 도심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양조장으로, 지금은 동네 주민들이 편히 들르는 가게로 자리매김했다. 아토양조장을 이끄는 권도연 대표와 박혜찬 이사는 증류주 클래스에서 인연을 맺었다. 프로 골퍼 출신 권도연 대표는 미식을 즐기다 전통주 교육과정을 수강하며 자신만의 양조장을 꿈꾸게 되었고, 박혜찬 이사는 캐나다에서 레스토랑 매니저로 일하던 시절부터 한국 전통주에 매료되어 귀국 후 전통주 광고 영상을 제작하는 감독으로 활동했다. 술과 브랜딩에 대한 시선이 잘 맞았던 두 사람. 권도연 대표가 빚은 약주의 맛에 매료된 박혜찬 이사가 흔쾌히 동업 제안을 수락하면서 아토양조장이 시작되었고, 2023년 5월에 문을 열어 어느덧 3년 차를 맞이했다. 대표 술은 단양주 방식으로 빚은 약주다. 쌀과 누룩을 단 한 번 발효해 만드는 단양주는 제조 과정은 단순하지만 쉽게 맛이 변해 다루기 쉽지 않다. 그러나 과실 향이 풍부하고, 단맛과 산미가 어우러져 산뜻한 맛을 지니고 있다. 바로 그 맛에 이끌려 두 사람은 단양주 방식을 고집했고, 수많은 시도 끝에 안정적인 맛을 내는 레시피를 찾아냈다. 골프는 작은 각도와 힘의 차이가 승부를 가르는 섬세한 운동이다. 권도연 대표는 그 정밀함을 술 빚는 과정에 옮겨 담는다. 양조 환경을 꼼꼼히 살피고 온도를 세심하게 컨트롤해 빚은 술은 언제나 화사하고 부드러우며, 안정적인 맛을 자랑한다. 여기에 박혜찬 이사의 트렌디한 브랜딩이 더해지며 아토양조장은 어느새 마을을 대표하는 양조장이 되었다. 직판장을 함께 운영하며 지역 주민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정기적으로 클래스를 열어 전통주를 일상 속 경험으로 확장하는 두 사람. 그들이 권하는 술 한 잔에는 동백동을 향한 애정과 전통주에 대한 진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발효조 안에서 술이 익어가는 모습.
발효조 안에서 술이 익어가는 모습.
권도연 대표에게 막걸리와 약주 양조 과정을 듣고 있는 조셉 리저우드 셰프.
권도연 대표에게 막걸리와 약주 양조 과정을 듣고 있는 조셉 리저우드 셰프.
박혜찬 이사가 직접 그린 로고. 타포린 백, 스티커 등 다양한 굿즈에도 사용된다.
박혜찬 이사가 직접 그린 로고. 타포린 백, 스티커 등 다양한 굿즈에도 사용된다.

단양주의 매력을 소개해 주세요.
권도연 단맛과 산미가 균형을 이루면서도 적절한 보디감이 있어 편안하게 마실 수 있어요. 은은한 과일 향도 매력적이죠. 다만 유통 기간이 짧고 발효가 불안정해서 처음 단양주로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는 주변에서 모두 만류했어요. 맛이 쉽게 변해버려서 안정화가 어렵다는 거예요. 오히려 오기가 생겨, 일주일에 두 통씩 6개월 동안 실험을 반복하며 최적의 레시피를 찾아냈습니다. 실제로 전국에서 단양주 방식으로 전통주를 빚는 곳은 손에 꼽히며, 시중에 유통까지 하는 곳은 아토양조장이 유일해요.
박혜찬 가장 전통적인 막걸리 제조법이라는 것도 흥미로워요. 과거 서민층에서 주로 사용하던 방식으로 누룩과 물, 찹쌀로 만든 고두밥을 섞어 항아리에서 발효시키곤 했죠. 막걸리 교과서가 있다면 첫 장에 나올 법한 레시피고, 저희가 진행하는 클래스에서도 이 방식을 활용하고 있어요.

도심에 양조장을 세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혜찬 대부분의 양조장은 대량 생산을 위해 넓은 부지를 필요로 해요. 그 때문에 지방에 자리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양조장은 원래 마을마다 하나씩 있던 곳이었는데, 주변에서 쉽게 양조장을 접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 늘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도심 속 ‘마을’을 택했어요. 동백동 주민들을 가장 먼저 고객으로 삼아, 지역을 대표하는 공간으로 키우고자 했죠. 마침 권도연 대표는 골프 선수 출신이고, 저는 레스토랑에서 매니저로 오래 일해 사람을 대하는 것에 자신이 있었죠. 저희만의 강점을 발휘해 시음 행사를 열고, 시장을 찾아 술을 맛보여 드리며 지역 주민들과 가까워졌어요.
권도연 공간을 카페처럼 꾸민 것도 같은 이유예요. 동네에 젊은 층과 가족 단위 주민들이 많다 보니 누구나 편하게 들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어른들이 술을 즐기는 동안 아이들도 함께 머물 수 있도록 지역 쌀과 저희만의 발효 기법을 더한 식혜를 선보인 것도 그 일환이죠. 동네 주민분들께서도 더 좋아해 주시고요.

아토양조장에서 선보이는 술에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권도연 대표 라인은 ‘마루나’ 시리즈입니다. 정상을 뜻하는 ‘산마루에 나다’라는 포부를 담고 있는 이름이에요. 마루나 탁주는 멜론 같은 단맛과 섬세한 산미가 특징이고 마루나 약주는 13도 정도의 도수에서 오는 묵직함과 과일 향을 느낄 수 있어요. ‘마루나 막걸리’는 전통 누룩을 이용해 발효시킨 술이에요. 탄산이 없고 참외 같은 은은한 단맛이 매력입니다. 모든 술에는 인공감미료를 사용하지 않아, 입안에 남는 텁텁함 없이 깔끔하게 마실 수 있어요. 또, 용인의 백옥쌀과 찹쌀을 사용해 지역과도 연결되어 있죠.

지역과 연결된 대표적인 술이 ‘마루나 동백’인 것 같아요.
박혜찬 막걸리 ‘마루나 동백’은 양조장이 자리한 동백동에서 이름을 따왔어요. 라벨 디자인도 직접 했는데, 그 안에는 동백동 주민이라면 모두가 알 만한 보행교 사진을 넣었고요. 전통주는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지만, 마루나 동백만큼은 오직 양조장에서만 판매합니다. 지역성을 강조하고 싶은 마음에 더해, 단양주 막걸리는 유통 과정에서도 맛이 변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직접 찾아오시는 분들께만 설명을 해드리고 판매합니다. 가벼운 맛을 좋아한다면 숙성 후 유통기한이 끝날 때쯤 마시는 것을 추천하고, 깊은 맛을 선호한다면 바로 먹는 것이 좋다고 안내해 드리죠. 취향에 맞는 순간을 찾으신 분들은 여러 병씩 사 가세요. ‘우리 동네 술’이라며 주변에 선물하는 분들도 많고요.

설명을 들으며 술을 시음하는 장면.
설명을 들으며 술을 시음하는 장면.
마루나 약주와 탁주. 약주는 깔끔하고 가벼운 맛과 감칠맛이, 탁주는 균형 있는 단맛과 산미가 특징이다.
마루나 약주와 탁주. 약주는 깔끔하고 가벼운 맛과 감칠맛이, 탁주는 균형 있는 단맛과 산미가 특징이다.

안정적인 맛을 유지하면서도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하는 방법은요?
박혜찬 저희가 단양주 약주를 메인으로 삼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맛의 일관성에 있어요. 계절마다 양조장 온도가 달라지는 상황에서도 일정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발효조를 0.1도 단위까지 세심하게 조절합니 다. 이렇게 쌓아온 데이터 덕분에 품질이 안정되었고, 거래처에서도 신뢰를 얻어 한 번 거래가 시작되면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권도연 매장에서 손님들을 만나다 보면 산미가 강한 술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마루나 약주의 초기 레시피는 산미가 높았는데, 매장 고객과 대량 거래처의 피드백을 반영해 조금씩 밸런스를 조절해 왔습니다. 또, 저희는 효모를 활용한 현대 양조 방식과 전통 누룩을 쓰는 방식을 병행하는데요. 맛과 레시피가 전혀 달라요. 산미를 좋아하는 분, 단맛을 즐기는 분 등 모두의 취향을 만족시키려면 다양한 라인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2가지 방법 모두 고수하고 있죠. 앞으로 경험을 더 쌓아 제가 의도 하는 맛을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도록 양조 기술을 더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양조장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무엇인가요?
권도연 술의 밸런스를 제일 중시해요. 한쪽으로 맛의 균형이 치우쳤을 때 불안정하다고 느껴지거든요. 저는 산미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산도만 높이면 맛의 밸런스와 레이어가 모두 무너지죠. 한 잔을 마셨을 때 어떤 향과 맛이 전해질지를 섬세하게 연구합니다.
박혜찬 막걸리에 과일이나 부재료를 넣어 색다른 맛을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술은 처음엔 흥미롭고 신선하지만, 다시 찾게 되는 경우가 많지는 않아요. 그래서 저희는 쌀과 누룩이 지닌 본연의 풍미를 살려 라인업을 확장하는 것에 더 집중하고 있어요. 같은 막걸리라도 마루나 동백은 산미가 강하고 마루나 막걸리는 달콤함이 돋보이는데요. 이렇게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술을 빚어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아토양조장의 술은 어떤 음식과 함께할 때 가장 잘 어울리나요?
권도연·박혜찬 마루나 약주는 단맛이 강하지 않고 포도나 매실이 떠오르는 산미가 특징이에요. 화이트 와인처럼 깔끔하면서도, 쌀과 누룩 덕분에 감칠맛이 있어요. 그래서 소고기, 기름진 참치, 장어, 전갱이 같은 음식과 잘 맞습니다. 마루나 동백은 일상적인 음식과 어울려요. 반찬은 물론 치킨이나 족발 같은 메뉴와도 궁합이 좋아요. 단맛이 적고 산미가 도드라져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거든요. 그래서 음식을 끝까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마루나 막걸리는 달콤해서 인기가 많은데요, 적절한 산미와 묵직한 맛도 있어 담백한 음식에 곁들이는 것을 추천해요.

Tasting Note

아토양조장을 선택한 이유는? 
이곳의 술을 처음 맛보았을 때 뛰어난 풍미가 느껴졌고, 동시에 브랜딩도 뛰어나다고 생각해 꼭 방문하고 싶었다. 또한 동백동이라는 마을에 자리 잡고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며 성장하는 방식이 마음을 끌었다. 약주, 막걸리 등 술의 종류도 다양해 한국 술의 스펙트럼을 보여줄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 

♦ ♦ ♦

인상 깊었던 술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술은 마루나 약주. 단독으로 마셔도 부드러운 술의 맛이 인상적이었다. 약간의 단맛과 산미가 다층적인 레이어를 이루고, 드라이한 편이라 음식과의 페어링에도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누룩에서 오는 향과 맛이 분명하게 드러나 한국 전통주만의 매력 또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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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링하기 좋은 음식은? 
아직 출시되지 않은 저온 장기 발효주 ‘삼해주’는 송이버섯에 달걀을 곁들인 크리미한 요리와 잘 어울릴 것 같다. 쌉싸름한 맛이 요리의 기름진 풍미를 잡아주고, 특유의 흙 내음은 버섯 향과 어우러지며 깊이를 더할 듯하다. 마루나 막걸리는 걸쭉하지 않고 담백해 기름진 음식, 양파가 들어간 메뉴와 곁들이기에 알맞다. 더운 날씨에는 냉면에 곁들이는 것도 좋겠다

 

 

조셉 리저우드Joseph Lidgerwood 
호주 출신 셰프. 영국 ‘레드버리’, 미국 ‘프렌치런드리’ 외에도 다양한 나라에서 경력을 쌓았다. 한식의 매력에 빠져 한국에 정착한 뒤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에빗@restaurantevett’을 열었다. 전국 각지를 돌며 직접 재료를 채집하고, 새로운 식재료를 탐색하는 일에 진심이다. 2021년 미쉐린 영 셰프 상을 수상했으며, 2020년부터 5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 스타를, 2025년에는 미쉐린 2스타를 획득했다. 2024년넷플릭스〈흑백요리사 : 요리 계급 전쟁〉에 출연하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CREDIT INFO

editor신문경

photographer임수빈

취재 협조아토양조장 @attobrewery, 031-286-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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