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담은 집, 집을 닮은 삶
낡고 불편한 것들을 받아들이며 오래된 아파트를 고쳐 살아간다. 남들이 정한 가치보다,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내면서. 최선을 다해 자신다운 삶을 채운다.
가치 대신 택한 취향
프리랜서로 일하는 박찬용(@parcchanyong) 에디터의 집은 1971년에 지어진 아파트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이사할 때 책을 옮기느라 수십 번 계단을 오르내려, 그 덕에 책을 사기 전 한 번 더 고민하게 되는 집. 그가 이 오래된 집을 고치며 차곡차곡 쌓아 올린 이야기들이 공간 곳곳에 촘촘히 배어 있다. 박찬용 에디터가 집을 사게 된 이유는 부동산 투자 논리와는 거리가 멀다. 처음 독립 후 4년 정도 살던 월셋집에서 집주인과 불편한 일을 겪었고, 세입자로서의 설움이 쌓여 결국 이 집을 매입하게 됐다. 오래된 아파트라 가격은 비싸지 않았지만, 주변에서는 모두 만류했다. 교통이 편리하지도 않아 이른바 ‘투자 가치가 없는 집’이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저는 집을 투자 목적으로 여기지 않아요. 그렇다고 제 감각을 자랑하기 위해 꾸미지도 않고요. 단지 제 형편에 맞게, 효율적이면서도 원하는 취향을 담을 방법을 고민한 결과물이 이 집이에요.” 인테리어를 결심하게 된 건, 작은 스위치였다. 스위스 출장 중, 전기용품점에서 반값에 할인 중이던 스위치를 10개나 사 들고 온 것이다. 당시에는 언젠가 고치게 될 집에 꼭 달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나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집을 고치기 시작했는데, 가장 달고 싶었던 스위치가 초인종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일 때였다고. 박찬용 에디터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도움 없이 모든 과정을 스스로 디렉팅했다. 원하는 모습의 집을 구체화하며, 기능과 취향 사이의 균형을 고민했다. 가장 우선한 것은 책을 수납할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을 확보하는 것. 동시에 집 안의 모든 마감재를 통일해 일관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었다. “금속은 디자인을 따로 해야 하고, 벽지는 재질이 다양하다 보니 변수가 많았어요. 도면 없이 인테리어 업체와 소통할 수 있는 나무가 가장 적합했죠. 밝은 색을 쓰고 싶어 자작나무 합판을 골랐어요. 사실, 나무 가벽을 세우기로 결심한 데에는 초인종으로 밝혀진 그 스위치도 한몫했지만요.” 목공 스튜디오 ‘스튜디오 식목일’과 함께 거실 책장, 에어컨 장, 서랍과 작은 가구들까지 모두 나무로 제작하며, 그는 시간이 들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나가는 방식을 고수했다. “이케아의 전 CEO였던 안데르스 달비그가 ‘고객은 돈보다 시간이 많다’라고 말한 적 있어요. 굉장히 약 오르는 말이죠(웃음). 그렇지만 저도 시간을 들이는 쪽을 택했어요. 좋은 목공 스튜디오를 찾고, 좁은 공간을 어떻게 꾸밀지 찬찬히 고민하면서요. 시간을 들여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삶의 만족도를 높여주더라고요.”
나답게 사는 법
그의 집에는 특별한 고가의 가구나 화려한 장식은 없다. 그 대신 그가 고른 모든 물건에는 이유가 있고,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마음에 드는 가구를 발견하면 오래 곁에 두기 위해 고민한다. 오래된 물건을 고쳐 쓰고, 세월의 더께를 닦아내며, 시간이 켜켜이 쌓인 것들에 애정을 쏟는다. 그의 태도는 집을 대하는 방식에도 묻어난다. 낡은 집의 구조 역시 억지로 바꾸지 않았다. 준공 당시 플로어 플랜을 그대로 유지하며 한국 집단 주택의 초창기 형태를 간직한, 오래된 집의 남다른 레이아웃을 자신의 삶에 맞게 조율해 나가고 있다. 그는 공간을 밀도 있게 채우고, 때로는 과감히 비워두며 자신만의 집을 만들어갔다. 가장 넓은 방을 무언가로 채우기보다 비워두기로 한 것도, 남들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스스로를 위한 과감한 결정이었다. “가장 전망도 좋고 빛도 잘 드는 넓은 방을 비우는 개념적인 사치를 부려봤어요. 빈티지 조명과 스피커, 의자만 두었죠. 이런 여백이 오히려 집을 유연하게 만들어주기도 해요. 테이블을 놓으면 친구들을 초대할 수 있는 다이닝 룸이 되고, 앰프를 켜면 음악을 듣는 방이 되거든요.” 그는 5년에 걸쳐 집을 고쳐가며, 눈이 닿는 모든 곳에 그의 시선을 담은 공간을 만들어갔다. “삶의 방식은 누구나 다르잖아요.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정답도 없고요. 저도 그저 시간을 들여, 그 안에서 오래도록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집을 만들었을 뿐이에요.” 오래된 집에는 박찬용 에디터만의 시간이 한 겹 더 쌓여,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곧 이 집을 다룬 이야기도 책으로 출간될 예정이라고. 남들이 정한 가치는 내려놓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채워 넣은 공간. 박찬용 에디터의 집은 그의 가치관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editor신문경
photographer김잔듸·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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