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빚은 가족의 초상
가족이 된다는 건, 모든 순간을 나누는 사이가 되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시간을 지켜주며, 다름을 인정하고 다정히 곁을 지켜주는 것. 그곳에 문지애·전종환 아나운서 가족의 모습이 있다.
삶의 방식이 깃든 집
가족을 품는 집은 함께 살아가는 이들을 다정히 들여다보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문지애, 전종환 아나운서 부부와 아홉 살 범민이가 함께하는 이 집은 단순히 예쁜 모양새를 갖춘 공간이 아니라, 가족 개개인의 취향과 삶의 방식, 그리고 서로를 향한 존중이 고스란히 깃든 곳이다. 첫 신혼집은 부부가 꿈꾸던 멋진 집을 만들고자 대대적인 리모델링까지 감행했었지 만, 그땐 정작 서로가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근사한 외관과 달리, 가족의 삶과는 어딘가 맞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이번 집은 가족의 삶을 중심에 두고 세심한 배려로 완성했다. 이 집의 하루는 ‘함께’와 ‘따로’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거실 한가운데에 놓인 커다란 테이블은 가족이 모여 시간을 보내는 자리이자 집의 중심. 아침과 저녁에는 모두 둘러앉아 식사하고, 아이는 숙제를, 부모는 각자의 일을 하며 같은 공간에서 온기를 나눈다. 문지애 아나운서가 혼자 시간을 보내는 자리도 이곳이다. 그림 아래에 앉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잠시 숨을 고르게 된다. 그녀는 여기에서 책을 읽거나 업무를 보기에 일과 휴식, 가족의 시간이 자연스럽게 중첩된다. 그 옆으로 다인용 소파 대신 1인 소파를 두어, 공용부도 각자의 시간을 존중하는 공간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아이를 위한 놀이방과 공부방은 목적에 따라 분리해 꾸몄고, 아이는 그 안에서 스스로 공간을 운영하며 작은 자립을 배워가는 중이다. 그중 놀이방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게임을 하는 곳이 아니라, 부모의 지지 속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 다. 아이가 직접 고른 가구에는 비비드한 색감과 재미있는 요소가 담겨 있고, 그 방의 풍경에서 아이의 취향을 발견하는 기쁨도 따라왔다. 전종환 아나운서의 공간은 작은 방으로, 오랫동안 함께해 온 물건들이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그 방에서 안경, 구두, 가죽 소품을 하나하나 손질하며 세월이 깃든 물건이 손에 길들여지고 그 안에 시간이 쌓여가는 과정 을 소중히 여긴다. 물건을 신중히 들이고 오래 아끼며 돌보는 그 마음은 삶을 대하는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부부는 그 태도가 자연스럽게 아이에게도 스며들기를 바란다. 그렇게 이 집은 가족 각자가 자신만의 공간에서 삶을 다지고, 함께하는 순간마다 서로의 이야기를 쌓아가며, 그 안에서 진짜 가족의 집으로 천천히 깊어가고 있다.
이번 집은 처음부터 가족의 삶을 중심에 두고 고민했어요.
그래서 꼭 필요한 부분만 조심스럽게 손보고, 그 안에서 진짜
우리 가족에게 맞는 집을 만들어보고 싶었죠.
빛과 결, 그리고 시간
문지애, 전종환 아나운서의 집은 삶의 디테일을 존중한 작은 변화와 섬세 한 손길이 엿보인다.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세미데미 김민주 소장과 함께 꼭 필요한 부분에만 공사를 더하자, 그것만으로도 집이 주는 감각이 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전형적인 아파트의 노출형 형광등은 이 집에서 가장 먼저 지워졌고, 대신 간접등과 매립등으로 감춰낸 빛이 공간 곳곳에 은은하게 퍼지며 머물기 좋은 온도가 감돈다. 또 패브릭 질감의 벽지로 공간 곳곳에 따스하고 부드러운 무드를 스며들게 했다. 가구와 소품은 집 안의 빛과 결에 어울리도록 하나하나 신중히 골라 조율하며 집의 성격을 다져 나갔다. 집의 중심을 차지한 첫 가구는 크리스탈리아Kristalia의 테이블이었다. 처음에는 무심히 벽과 나란히 두었지만, 디자이너의 제안으로 살짝 사선으로 돌리자, 공간에 자연스러운 리듬이 생겨났다. 작은 배치의 변화만으로도 집의 공기가 달라지는 순간이었다. 소파를 고를 때도 많은 고민이 따랐다. 흔하거나 유명한 제품보다는 가족의 일상과 집의 분 위기에 어울리는 것을 찾고 싶었다. 화려하거나 또는 평범한 것 모두 이 공간과 어딘가 어긋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오랜 고민 끝에 찾은 드비저 리De Bejarry의 쇼룸에서 만난 소파는 개성이 뚜렷하면서도 따뜻한 아름 다움을 지녔다. 과감한 디자인이 이 집에 어울릴지 망설였지만, 1인용 소파 하나를 먼저 들여 조화를 살핀 뒤, 차근차근 다른 가구들을 더하며 집 의 표정을 완성해 나갔다. 벽에는 값비싼 작품이 아니라 가족의 시간을 기념하는 그림과 사진을 걸었다. 산책 중 풀린 신발 끈을 바라보는 노부부의 다정한 모습을 담은 사진, 아이가 태어난 해부터 함께한 닭이 그려진 그림처럼, 이 집의 벽은 소중한 이야기를 품은 장면들로 채워졌다. 최근 문지애 아나운서는 유튜브로 공개한 ‘룸투어’ 콘텐츠를 통해 한 가지를 깨달았다. 사람들은 멋진 집의 외형보다 그 안에 깃든 태도와 진심, 그 리고 물건 하나하나에 담긴 애정에 더 마음을 기울인다는 것을. 그 깨달음은 집을 더욱 아끼고, 작은 물건도 의미를 담아 고르는 태도로 이어졌다. 그렇게 한 점의 빛, 한 점의 물건에도 진심을 담아 고른 만큼 이 집에 서 흐르는 시간은 더욱 포근하고도 충만하다.
editor김소연
photographer김시진
공간디자인·스타일링세미데미 @semidemi_work
-
Array
(
[idxno] => 7931
[url] => /news/articleView.html?idxno=64459
[title] => 리빙 인플루언서 새호마이가 가볍게 사는 집
[target] => _self
[article_idxno_self] => 64495
[article_idxno_target] => 64459
[sort] => 0
[default_img] => 202506/64459_62558_5928.jpg
)
- 리빙 인플루언서 새호마이가 가볍게 사는 집 Array ( [idxno] => 7933 [url] => /news/articleView.html?idxno=64445 [title] => 인플루언서 심플리레시피의 감성이 포개진 곳 [target] => _self [article_idxno_self] => 64495 [article_idxno_target] => 64445 [sort] => 1 [default_img] => 202506/64445_62486_3636.jpg )
- 인플루언서 심플리레시피의 감성이 포개진 곳 Array ( [idxno] => 7935 [url] => /news/articleView.html?idxno=64427 [title] => 박찬용 에디터의 삶도 태도가 담긴 아파트 [target] => _self [article_idxno_self] => 64495 [article_idxno_target] => 64427 [sort] => 2 [default_img] => 202505/64427_62336_049.jpg )
- 박찬용 에디터의 삶도 태도가 담긴 아파트 Array ( [idxno] => 7966 [url] => /news/articleView.html?idxno=64516 [title] => 루미노와인 김민정 대표를 닮은 주택 [target] => _self [article_idxno_self] => 64495 [article_idxno_target] => 64516 [sort] => 3 [default_img] => 202507/64516_62797_414.jpg )
- 루미노와인 김민정 대표를 닮은 주택 Array ( [idxno] => 7974 [url] => /news/articleView.html?idxno=64517 [title] => 두 아티스틱 디자이너가 재단장한 집 [target] => _self [article_idxno_self] => 64495 [article_idxno_target] => 64517 [sort] => 4 [default_img] => 202507/64517_62811_1635.jpg )
- 두 아티스틱 디자이너가 재단장한 집 Array ( [idxno] => 7988 [url] => /news/articleView.html?idxno=64527 [title] => 두번째라 더 완벽한 신혼집 인테리어 [target] => _self [article_idxno_self] => 64495 [article_idxno_target] => 64527 [sort] => 5 [default_img] => 202507/64527_62860_1852.jpg )
- 두번째라 더 완벽한 신혼집 인테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