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BECOMING MEMORY
시간의 흔적 위에 삶의 조각들이 얹혔다. 아이의 하루하루와 부부의 감성이 포개진 이 집에서, 하윤 씨 가족은 가장 따뜻한 계절을 통과하는 중이다.
변화한 삶, 변화한 풍경
2020년 7월, 살림 팁을 전하고자〈리빙센스〉와 한 차례 만났던 인플루언서 심플리레시피@simply_recipe 정하윤 씨. 당시 임신 8개월 차였던 그녀는, 어느덧 딸 이은이가 유치원에 다닐 만큼 시간이 훌쩍 흐른 지금 다시〈리빙센스〉를 찾았다. 그사이 하윤 씨 가족은 큰 변화를 맞았다. 한강이 펼쳐지던 강변 뷰에서, 이제는 초록이 가득한 숲을 낀 집으로 삶의 배경을 옮긴 것. “이전 집에서 참 좋았던 기억, 행복한 일이 많았어요. 이사 가자마자 딸 이은이도 생겼고요.” 후회 없이 만끽한 지난 5년. 인테리어적으로는 아쉬울 것 없는 공간이었지만, 훌쩍 자란 아이를 중심에 둔 삶을 그리며 이사를 결심하게 됐다. “바라던 조건이 딱 맞아떨어졌어요. 복층인 것, 1층에다가 정남향인 것. 대대적으로 고칠 예정인 만큼 수리가 전혀 되지 않은 오래된 아파트라는 점까지요.” 그렇게 공사만 3개월. 배관까지 모두 철거한 뒤, 단열을 보완하고 계단 위치를 조정하며 가족의 동선에 맞춘 구조로 틀을 다듬어갔다. 전체 설계는 하윤 씨의 남편이자 수담건축 대표인 김철원 씨가 맡았다. “삶에 필요한 요소들이 잘 작동하는 구조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수담건축은 겉모습보다 공간의 짜임새와 기능에 주목한다. 레이아웃과 설비, 그 본질적인 요소들을 정교하게 다듬는 것. 그것이 곧 그들의 스타일이다. 1층 천장 일부를 걷어내 개방감을 확보하고, 가장 넓은 공간을 과감하게 주방으로 바꿨다. 1층은 가족이 모이는 공용공간으로, 2층은 부부 침실과 아이방, 세탁실이 있는 생활 공간으로, 층별로 기능을 나누었다. 결과적으로 오래된 아파트 안에 주택 한 채를 새로 지은 셈. 남편이 설계한 절제된 구조 위에 아내가 고른 가구가 놓이자 비로소 가족을 위한 한 장면이 되었다. 집 안을 채운 가구들은 대부분 이전 집에서부터 함께해 온 것들. 이는 하윤 씨가 그동안 일관되게 지켜온 소비 철학을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오래 봐도 편안한 물건을 신중하게 고르는 편이에요.” 유행에 민감하고 물건을 빠르게 소비할 거란 전형적인 인플루언서의 이미지와 달리, 그녀는 물건을 소모적으로 사들이는 행위의 덧없음을 말한다. “새로운 물건으로 팔로워들에게 잠깐은 이목을 끌 수 있죠. 하지만 그런 관심은 금방 식는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그녀가 23만 팔로워의 공감을 얻으며 꾸준히 사랑받는 건, 이처럼 자기만의 리듬으로 일상을 가꿔온 일관된 태도 덕분일지도 모른다.
공간도 결국 사람과 비슷한 것 같아요.
화려한 액세서리를 하지 않아도 기본만 잘 갖추면 사람이 단정해 보이잖아요.
집도 많은 걸 억지로 채우지 않아도 바탕이 잘 정리돼 있으면
그 자체로 품위 있어 보이죠.
오래오래 추억될 집
수담건축@sudam.architecture을 이끄는 남편과 함께 꾸린 두 번째 보금자리. 첫 번째 집에서는 인테리어 하나하나 직접 챙기며 깐깐하게 굴었지만, 이번에는 남편을 믿고 많은 부분을 맡겼다. 함께한 시간 속에서 업무적인 신뢰 역시 단단히 쌓였기 때문. 이곳에서 부부는 아이 중심의 공간을 고민했다. “6년 전엔 아이가 생길 줄 몰라서 가장 채광 좋은 방을 세탁실로 썼거든요”라며, 하윤 씨는 지난 선택을 웃으며 회상한다. 햇살이 가장 오래 머무는 2층 방 하나를 이은이의 몫으로 둔 것처럼, 과거의 아쉬움이 자연스럽게 이번 설계에 반영됐다. 그 외에도 공간 곳곳에서 딸 이은이를 위한 따뜻한 배려를 발견할 수 있다. 복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난간은 개방감보다 안전을 우선해 철제로 마감했고, 높이와 간격도 아이의 키에 맞췄다. 벽 모서리는 부딪힘을 줄이기 위해 둥글게 처리했다. “지금이 아이와 가장 오래 함께할 수 있는 시기잖아요. 그래서 더 많은 공을 들였던 것 같아요. 오래도록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해서요.” 이런 마음을 아이도 어렴풋이 느꼈던 걸까. 공사 중 “아빠가 이 집 만든 거야? 우리 2층 집으로 가?”라며 설렘을 감추지 못하던 이은이. 도면부터 완공까지 함께 지켜본 그 시간은, 훌쩍 자란 이후로도 딸의 마음 깊은 곳에 의지되는 기억으로 남지 않을까. 아이를 향한 부부의 사랑으로 지은 이곳에서, 하윤 씨 가족은 매일 추억을 한 겹씩 쌓아가고 있다. 단지, 이 소중한 시간이 너무 일찍 지나가지 않기를 바라며.
editor권새봄
photographer김잔듸·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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