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의 취향을 담다
20세기 프랑스 장식예술을 향한 공통된 열정을 공유한 위고 마르샹과 로르 그라비에는 시대를 초월한 심미안을 발휘하며 19세기에 지어진 파리 주택을 개조했다.

경 건축가 로랑 두베누Laurent Douvenou가 양치식물, 야자수, 이끼, 연못을 활용해 조성한 이국적인 정원. 이탈리아의 코토 에트루스코Cotto Etrusco의 유약 테라코타로 낮은 담을 세우고, 에르베 보메Hervé Baume의 녹색 야외 가구로 싱그러움을 배가했다. 
경 건축가 로랑 두베누Laurent Douvenou가 양치식물, 야자수, 이끼, 연못을 활용해 조성한 이국적인 정원. 이탈리아의 코토 에트루스코Cotto Etrusco의 유약 테라코타로 낮은 담을 세우고, 에르베 보메Hervé Baume의 녹색 야외 가구로 싱그러움을 배가했다. 
함께 고안한 벽난로 앞에 선 로르 그라비에와 장 로이에르의 붉은 암체어에 앉은 위고 마르샹.
함께 고안한 벽난로 앞에 선 로르 그라비에와 장 로이에르의 붉은 암체어에 앉은 위고 마르샹.

파스텔색의 건물들과 풍성한 등나무 덩굴, 오래된 가로등과 벤치가 어우러지며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내는 모습이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평화롭다. 파리 20구에 있는 광장인 플라스 뒤 기니에르(Place du Guignier) 근처에 거주하는 위고 마르샹(Hugo Marchand)은 프렌치 패션 브랜드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의 공동 아티스틱 디렉터로, 처음 이 집을 마주했을 당시의 설렘을 잊지 못한다. 그는 “1870년대에 지어진 수수한 외관의 주택에 들어서자마자 공간의 잠재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150m² 규모의 정원은 물론이고 넓은 실내와 높은 층고, 향후 증축 가능성까지 공간의 구조가 특히 좋았죠”라고 회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마련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 파리 기반의 건축·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클라브(Claves)의 공동 설립자이자 아티스틱 디렉터인 로르 그라비에(Laure Gravier)를 우연히 만났고, 두 사람은 1930~40년대 프랑스 장식예술에 대한 깊은 애호를 공감하면서 급속히 가까워졌다. 그렇게 위고의 19세기 주택은 로르와 같이 대대적인 변신에 돌입하게 되었고 현재의 엘레강스한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로르는 자신의 디자인 철학에 대해 “저는 공간이 지닌 역사를 먼저 조사하고 탐구하며, 그곳만의 고유한 맥락 속에서 창작을 시작합니다. 프랑스 장식예술의 전통을 기반으로 삼는 동시에 현대성과의 세련된 조화미가 가장 중요합니다”라고 밝혔다.

 

유려한 곡선 계단이 집 안 전체를 따라 이어진다.
유려한 곡선 계단이 집 안 전체를 따라 이어진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처럼 정열적인 벽난로의 석고 장식은 스타프 에스파스 볼륨Staff Espace Volumes의 작품. 그 왼쪽에는 질베르 푸아예라Gilbert Poillerat의 사이드 테이블을, 맞은편에는 니콜라스 자노니Nicolas Zanoni의 사이드 테이블을 두어, 시대를 뛰어넘은 조화미를 선사한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처럼 정열적인 벽난로의 석고 장식은 스타프 에스파스 볼륨Staff Espace Volumes의 작품. 그 왼쪽에는 질베르 푸아예라Gilbert Poillerat의 사이드 테이블을, 맞은편에는 니콜라스 자노니Nicolas Zanoni의 사이드 테이블을 두어, 시대를 뛰어넘은 조화미를 선사한다.
질베르 푸아예라의 철제문을 지나면 겨울 정원으로 이어진다. 테이블 위에는 소피 루 야콥센Sophie Lou Jacobsen의 유리 화병을 놓았다.
질베르 푸아예라의 철제문을 지나면 겨울 정원으로 이어진다. 테이블 위에는 소피 루 야콥센Sophie Lou Jacobsen의 유리 화병을 놓았다.

이어 그녀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꽃잎, 구름 등 자연의 유기적인 형태를 추상화한 조각적인 가구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가구 디자이너이자 인테리어 장식가 장 로이에르(Jean Royère)의 암체어 한 쌍, 아르데코 스타일을 지향한 프랑스의 금세공인 겸 주얼리 디자이너 장 데프레(Jean Després)의 은식기 컬렉션, 20세기 초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 오토 슐츠(Otto Schulz)의 라운지체어와 세브르 출신의 세라미스트 장 마요동(Jean Mayodon)의 도자기, 여기에 극도의 미니멀리즘을 추구한 프랑스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장-미셸 프랑크(Jean-Michel Frank), 신고전주의와 바로크 양식을 혼합하며 유니크한 미학을 완성한 아티스트 에밀리오 테리(Emilio Terry)에 관한 책들까지, 실내장식을 위한 모든 것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그저 새 타운하우스 안에서 자신의 매력을 발산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셈이죠.”
집은 위고 마르샹이 그간 수집해 온 희귀한 가구와 오브제를 중심으로 꾸며졌다. 입구에는 프랑스 예술가 세르주 로슈(Serge Roche)의 거울 오벨리스크 한 쌍을 두어 웅장하면서도 균형 잡힌 첫인상을 주고, 천장에는 7세기가 넘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아의 조명 브랜드 바로비에르 & 토소(Barovier&Toso)의 무라노 유리 샹들리에로 환영하는 분위기를 더했다. 이어지는 거실은 한눈에도 거주자의 예술적 취향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장식적으로 꾸며졌다. 작년, 파리 올림픽 및 패럴림픽 성화를 디자인한 마티외 르아느르(Mathieu Lehanneur)의 패밀리스케이프(Familyscape) 소파는 자유로움을 선사하고, 장 로이에르의 대표작 중 하나인 북극곰(Polar Bear) 암체어와 마주 보게 배치했다. 가운데에 놓은 커피 테이블은 영국의 건축가 T. H. 롭스존-기빙스(T. H. Robsjohn-Gibbings)가 고안한 것으로, 조형미가 독특하다. 벽난로 옆에 둔 철제 탁자와 벽등, 주방과 겨울 정원추운 겨울에도 식물을 키우거나 휴식을 취하도록 온실처럼 꾸민 공간 사이의 철제문은 20세기 프랑스 철공 예술가 질베르 푸아예라(Gilbert Poillerat)의 것으로, 반복적인 장식 패턴은 라디에이터의 커버, 각종 캐비닛과 야외 연못에서도 재현되었다.
 

욕실은 로마에서 공수한 트라베르티노 오소Travertino Osso와 녹색 물결무늬가 특징인 치폴리노 베르데Cipollino Verde 천연석으로 마감해 드라마틱한 무드를 부각했다.
욕실은 로마에서 공수한 트라베르티노 오소Travertino Osso와 녹색 물결무늬가 특징인 치폴리노 베르데Cipollino Verde 천연석으로 마감해 드라마틱한 무드를 부각했다.
그린 톤 텍스타일로 고전미를 강조한 침실. 위고와 로르가 직접 디자인한 모자이크 벽난로가 눈에 띈다.
그린 톤 텍스타일로 고전미를 강조한 침실. 위고와 로르가 직접 디자인한 모자이크 벽난로가 눈에 띈다.
실내에 들어서는 순간, 바로비에르&토소의 눈부신 샹들리에와 그 아래 대칭으로 자리한 세르주 로슈의 거울 오벨리스크가 시선을 압도하며 다음 공간에 대한 설렘을 안겨준다.
실내에 들어서는 순간, 바로비에르&토소의 눈부신 샹들리에와 그 아래 대칭으로 자리한 세르주 로슈의 거울 오벨리스크가 시선을 압도하며 다음 공간에 대한 설렘을 안겨준다.

위고는 “과거 창작자들의 빛나는 창의력과 장인정신뿐만이 아닙니다. 현시대 재능 있는 이들과의 협업 역시 프로젝트의 핵심이었습니다”라며, “늘 신발 장인들과의 파트너십에만 익숙했던 저는, 이번 기회를 통해 또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만나 새로운 경험을 하며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덕분에 제 집은 더욱 풍요로워졌고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로르는 “당대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남긴 가구와 오브제가 한곳에 자리해 자칫 쇼룸이나 잡지 촬영용 세트장처럼 화려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곳은 아늑한 보금자리입니다. 위고의 삶과 함께 오래도록 지속되는 타임리스한 가치를 전하기 위해서 디테일 하나도 우연한 것은 없습니다”라고 역설했다. 이에 화답하듯 그는 “물론입니다. 불이 피워진 벽난로, 스스럼없이 오가는 고양이들, 따뜻하고 생동감 넘치는 곳이죠. 손님을 초대해 요리하며 시간을 보내는 게 행복합니다”라고 말한다. 오롯이 그의 취향으로 섬세하게 선별된 가구와 예술품들은 깊이 숙성된 듯한 친밀감을 보여준다.

 


CREDIT INFO

freelance editor유승주 

photographer앨리스 메스기슈 Alice Mesgu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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