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과 세월의 마리아주로 완성된 집
마흔 후반에 시작한 프렌치 요리와 와인 공부, 우연히 기내 잡지에서 마주한 타샤 튜더의 정원, 그리고 프로방스 여행 중 만난 민트 컬러의 프렌치 스타일 부엌. 20년간 수집해 온 수많은 취향의 마리아주로 완성된 일산의 한 주택에 루미노와인 김민정 대표가 살고 있다.

김민정 대표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애정하는 공간인 부엌 옆에 위치한 다이닝 룸. 오발 모양의 큰 테이블에 앉아 업무를 보기도 하고, 정원을 바라보며 남편과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고.
김민정 대표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애정하는 공간인 부엌 옆에 위치한 다이닝 룸. 오발 모양의 큰 테이블에 앉아 업무를 보기도 하고, 정원을 바라보며 남편과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고.
“그런데, 진짜 예쁘지 않나요? 제가 어디를 가서 봐도 우리 집 아치 라인만큼 자연스러운 비율은 아직 못 본것 같아요”라며 소개한 거실.
“그런데, 진짜 예쁘지 않나요? 제가 어디를 가서 봐도 우리 집 아치 라인만큼 자연스러운 비율은 아직 못 본것 같아요”라며 소개한 거실.

나를 닮은 집
루미노와인 김민정 대표가 살고 있는 일산의 20년 된 주택을 다녀온 뒤 에디터의 가슴속에 선명히 남은 감상이 있다. “자신을 닮은 집에 산다”라는 말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말이다. 그녀가 사는 집은 단순히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공간도,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를 덧입히는 집도 아니다. 그곳은 그녀의 취향과 성격, 그리고 삶의 방식이 고스란히 스며든, 말 그대로 또 다른 그녀였다. 정갈한 질서 속에 머무는 유연함, 소박하지만 결코 단조롭지 않은 취향이 깃든 공간. 그녀와 그녀의 집은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마흔 후반. 누군가는 늦었다 말할지도 모를 나이에 그녀는 프랑스 정통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 파리에서 프렌치 요리와 와인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기내에서 잡지를 읽다가 마주한 타샤 튜더의 정원에 마음을 빼앗겼고, 배움의 즐거움이 무르익던 시기엔 남프랑스 프로방스 여행 중 만난 민트 컬러의 매력적인 쿠킹 클래스의 키친을 수많은 사진으로 담아두었다. 이후 5년 동안 남편의 일로 상하이에서 생활하다 귀국한 뒤,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던 중 지금의 미국식 목조주택을 만났다. 김민정 대표는 비로소 수년간 수집해 온 자신의 취향을 집이라는 공간에 풀어내기 좋은 때라고 생각했다. “처음 이 집을 봤을 때, ‘이 집이라면 내가 원하는 삶의 공간 구성이 가능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20년 전 미국식 목조주택으로 지어진 이 집의 내부는 고딕 양식 스타일의 큰 기둥뿐 아니라 천장과 벽에는 화려한 몰딩이 겹겹이 더해진, 그 당시 유행하는 인테리어의 표본이었죠. 하지만 저는 화려한 인테리어 요소가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사실 너무 촌스러웠죠. 이 집을 선택한 이유는 기본 골조가 반듯했기 때문이에요. 아파트보다 높은 천장 높이와 군더더기 없는 구조는 내가 원하는 대로 공간을 나누고 변형하기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믿음 하나로 기본 골조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덜어냈다. 1층은 거실과 부엌&다이닝 공간으로 딱 반을 나눴고, 2층은 오롯이 침실과 욕실만으로 구성하여 단순하지만 쓰임이 분명한 집을 완성했다. 주택을 선택한 이유 중 정원을 빼놓을 수 없다. 20년 전만 해도 정원의 트렌드는 소나무와 철쭉, 분재가 자리한 전형적인 스타일이 대세였다. 하지만 김민정 대표는 언제든 맨발로 아름다운 정원을 거닐며 자연과 어우러진 삶을 즐길 수 있는 코티지 가든(cottage garden) 스타일을 택했다. 마치 외국 시골 정원처럼 식용과 관상용 식물이 경계 없이 어우러져 집과 정원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정원 말이다. “그 당시엔 지금처럼 다양한 해외 식물을 쉽게 구할 수 없었어요. 직접 씨앗을 구해 발아시키고 꽃을 피우기까지, 모든 과정이 손이 많이 갔죠. 화려한 꽃들로 가득 채운 정원도 가꿔봤고, 허브를 심어 프렌치 스타일로도 만들어 봤어요. 하지만 20년 가까이 정원을 꾸리며 깨달은 건, 집마다 어울리는 식물과 나무가 따로 있다는 거예요. 집마다 토양, 일조량 등 환경에 따라 잘 크고 자라는 식물이 다르거든요.”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바람결에 살랑거리는 그라스 식물이 정원 가득 자리한다. 동네를 가득 메운 주택 중 정원이 유독 아름다운 집을 꼽으라면 단연 김민정 대표의 집이다. 특히 장미가 만개한 여름이면 현관 아치를 타고 흐드러지게 피어난 장미를 보기 위해 산책을 나오는 동네 주민들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이 집의 반듯한 구조가 빛을 발하는 거실과 부엌 사이, 현관으로 가는 길.
이 집의 반듯한 구조가 빛을 발하는 거실과 부엌 사이, 현관으로 가는 길.
그녀의 취향이 깃든 패브릭 아이템과 가구들로 채워진 거실.
2층에 마련된 오로지 잠을 위한 공간의 침실.
2층에 마련된 오로지 잠을 위한 공간의 침실.
초여름, 자연의 아름다운 색을 입은 정원과 김민정 대표.
초여름, 자연의 아름다운 색을 입은 정원과 김민정 대표.

 

이 집의 인테리어의 핵심은 따뜻하고 온화한 

공간이에요. 전체적으로 따뜻한 느낌을 주는 

노란 기가 섞인 화이트 컬러를 사용하고, 

벽과 기둥에는 부드럽게 둥글린 곡선을 적용했죠.

 

나의 가장 친애하는 공간, 부엌
프렌치 요리 공부를 시작으로 취미가 직업이 되었고, 현재는 와인 수입사를 운영 중인 김민정 대표에게 ‘부엌’이라는 공간은 남다른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다. 그녀의 삶의 전환점이 시작된 공간이자 지금도 가장 많은 영감과 기쁨을 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녀의 부엌은 민트 컬러의 팬트리가 시선을 사로잡는데, 이는 남프랑스의 어느 호텔에서 만난 쿠킹 클래스 키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공간이라고. “2015년쯤 프로방스의 한 호텔 쿠킹 클래스를 방문한 적이 있어요. 프렌치 라인의 디테일함이 가미된 팬트리와 민트 컬러가 너무 예쁜 거예요. 그때 찍은 사진을 목수 아저씨한테 보여주면서 이 모양으로 만들어달라고 조르다시피 해서 만든 팬트리예요. 프렌치한 디자인적 요소가 들어간 덕분에 자칫 밋밋할 수 있던 부엌에 포인트가 됐죠. 이 집의 시그니처예요. 여전히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걸친 끝에 자신만의 부엌을 완성한 김민정 대표는,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과 와인을 향유하는 순간이 가장 즐겁다고 말한다. “샴페인은 페어링의 폭이 넓어서 가벼운 샐러드나 빵, 디저트, 육류나 생선 요리가 있는 정찬까지 잘 어울리죠. 무엇보다 입안에서 터지는 버블감이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데, 그런 이유로 제가 가장 애정하는 와인 중 하나이기도 해요. 저희 집에는 늘 맛있게 칠링된 샴페인과 즐거운 대화가 오가죠.”
김민정 대표는 오랜 시간 자신의 취향을 더해 완성한 이 집에서 직접 요리하고, 와인을 준비하고, 사람들을 초대해 나누는 삶에 대해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녀의 취향과 미적 감각을 실현할 수 있었고, 일적인 성장까지 도모해 온 이 집은 그녀의 가족에게 풍요로운 삶을 선물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 집이 세대를 거쳐 또 다른 취향으로 채워지길, 그녀는 바란다.

그녀의 애정이 담긴 부엌.
그녀의 애정이 담긴 부엌.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 샴페인을 즐기는 정원.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 샴페인을 즐기는 정원.
그녀가 추천하는 샴페인 ‘와리 라망디에’.
그녀가 추천하는 샴페인 ‘와리 라망디에’.
김민정 대표 집의 시그니처인 민트 컬러 팬트리가 한 눈에 보이는 부엌. 지난 20년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사랑스러운 그녀만의 공간을 완성했다.
김민정 대표 집의 시그니처인 민트 컬러 팬트리가 한 눈에 보이는 부엌. 지난 20년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사랑스러운 그녀만의 공간을 완성했다.

CREDIT INFO

editor송정은

photographer김잔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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