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의 목소리를 노래하는 뮤지션. 한로로의 음악에 담긴 왜곡되지 않아 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진심.

스트라이프 패턴 니트는 퍼버즈Perverze, 이너는 누아누nuuanu, 스커트는 수잔팡Susan Fang, 부츠는 가니Ganni. 네크리스는 헤븐 바이 마크 제이콥스Heaven by Marc Jacobs. 모자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트라이프 패턴 니트는 퍼버즈Perverze, 이너는 누아누nuuanu, 스커트는 수잔팡Susan Fang, 부츠는 가니Ganni. 네크리스는 헤븐 바이 마크 제이콥스Heaven by Marc Jacobs. 모자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THE SHINING VOICE

 때때로 청춘은 앞서 지나간 이들에 의해 함부로 왜곡되곤 한다. 미디어에서 'MZ세대'라는 말과 함께 이들을 희화화하며, “요즘 애들은”으로 시작되는 우리 주변에 이미 만연한 편견처럼 말이다. 그런 면에서, 2000년생 한로로의 음악이 또래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녀의 곡 ‘나침반’에서는 내일에 대한 의문을 품으며, 세상이 던져준 잣대를 거부하고 방황하는 젊음이 목격된다. 또 다른 곡 ‘거울’에서는 서로의 고통을 마치 내 것처럼 함께 아파하는 청춘을, ‘비틀비틀 짝짜쿵’에서는 “우리는 서로의 좋은 반창고, 상처투성이의 손을 맞잡고”라며 상처로 얼룩진 손을 맞잡으며 연대하는 모습을 그린다. 이처럼 한로로의 노래는, 말뿐인 위로를 넘어 상처받고 지친 영혼이 모이는 구심점으로 작용한다. 유독 그녀의 SNS 댓글에 가수를 향한 형언할 수 없는 애정이 느껴지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이는 “사랑받고 싶다면 먼저 사랑하라”는 좌우명을 지닌 한로로에게 받은 위로를 돌려주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또한 그녀의 노래는 또래부터 젊은 날을 지나친 이들에게도 남다른 감상을 자아낸다. “피울 수 있게 도와줘요”라는 고백이 담긴 대표곡 ‘입춘’이 어쩐지 과거의 서툴렀던 자신을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 아닐까. 냉혹한 현실 앞에서도 해결책은 사랑이라고 믿는 이상주의자, 시대적 어려움 앞에서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행동파. 무대에 오르지 않는 한지수일 때는 별것 아닌 일에 까르르 웃는 여느 또래와 똑같은 스물여섯 살, 한로로를 통해 엿본 우리 세대의 찬란하게 빛나는 미래.

체크 원피스는 초포바 로위나CHOPOVA LOWENA, 이너는 스타일리스트소장품. 플랫폼 슈즈는 미키오사카베MIKIO SAKABE. 체크 패턴스타킹은 킴지수kimzisu. 목걸이는 슈슈통shushutong
체크 원피스는 초포바 로위나CHOPOVA LOWENA, 이너는 스타일리스트소장품. 플랫폼 슈즈는 미키오사카베MIKIO SAKABE. 체크 패턴스타킹은 킴지수kimzisu. 목걸이는 슈슈통shushutong

Q.  2024년은 자신에게 어떤 해로 기억되나요?
무척 바쁘게 보냈어요. 대부분 음악과 관련된 일들이었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제 노력을 알아봐 줬다고 생각하니 감사하면서, 많이 기뻤어요. 2013년에 첫 번째 EP 앨범을 발매한 이후 다음에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고민도 많이 됐거든요. 두 번째 EP 앨범〈지ᄇ〉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려 했죠. 동시에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같은 꿈꾸던 무대에도 오르고, 그간 해온 음악과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다지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Q. 데뷔 3년 차, 세 번째 솔로 콘서트 전석 매진, 애플뮤직 ‘UpNext Korea’아티스트로 선정되었을 뿐 아니라 작년에는 어느 때보다 많은 페스티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처럼 빠른 성장을 이룬 비결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가사 덕분이지 않을까 싶어요. 팬들에게서 제 가사가 시적이고 감정에 깊이 와닿는다는 피드백을 자주 받거든요. 또 하나를 꼽자면, 저는 사회문제를 직접적으로 노래에 담으려는 편이에요. 현실이 복잡하고 어려워지다 보니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더 많은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시를 읽는 것을 좋아하는 문학소녀답게 SNS에 사진 없이 텍스트만 올리기도 하더군요.
네, 종종 사진 대신 글을 올리는데, 사람들이 그걸 보고 자신만의 해석을 담아 댓글을 남겨주거든요. 그런 반응을 보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특히〈이상비행〉EP를 발매할 때 ‘금붕어’라는 곡이 탄생하게 된 글을 스토리에 올린 적이 있었는데 반응이 엄청났죠. 어떤 내용이었냐면, 금붕어가 어항을깨고 바다로 뛰어들었는데, 바다에 도달해 보니 바다도 참혹하고 절망뿐이구나라는 걸 깨닫게 돼요. ‘그럼 결국엔 내가 원했던 건 저기 푸른 하늘인가?’라고 생각하게 되죠. 근데 푸른 하늘로 가면 금붕어는 숨을 못 쉬어서 죽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라는 푸른 하늘에 뛰어들겠다는 선언이었죠. ‘금붕어’라는 곡의 모티프가 된 글이었는데, 신선하게 다가갔나 봐요.

한로로의 왼편에 자리한 사진은 영화와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유명 사진가 ‘사라 바바Sarah Bahbah’의 작품이다
한로로의 왼편에 자리한 사진은 영화와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유명 사진가 ‘사라 바바Sarah Bahbah’의 작품이다.

Q. 대학생이 되고 나서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요?
고등학생 때 우쿨렐레를 처음 잡고 음악에 완전히 빠져버렸거든요. 다들 공부에 매진하던 그 시기에 ‘중학생 때로 돌아가 예술고등학교에 갔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에 고민이 많았죠. 결국 대학은 국문학과를 선택했지만, 그 덕분에 저와 마음이 맞는 소중한 인연들을 만날 수 있었고 지금의 음악 세계에 바탕이 된 배움도 얻었어요. ‘모든 일이 이유가 있구나’라고 이제는 생각하죠.

Q. 힘든 기억을 회피하지 않는 편인가요?
오히려 모든 기억이 영원했으면 좋겠어요. 힘들고 괴로웠던 기억들조차요. 그런 기억들을 되짚는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모든 기억은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괴로운 순간을 잊겠다고 하면 오히려 더 떠오르잖아요. 굳이 꺼내보지는 않더라도, 머릿속 한 구석에 남아 있는 기억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 해요. 

Q.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앞으로 더 들려주고 싶은 결핍이 많다”는 글을 남겼어요. 그 결핍은 무엇을 의미하는 거였나요?
개인적인 결핍보다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결핍들에 가까워요. 답이 없어 보이는 사회문제 같은 것들이요. 시대가 뒤숭숭하고 현실이 어려우니까 사람들이 점점 냉소적이고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은데, 결국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잖아요. 저는 해결책이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먼저 나를 둘러싼 것들을 사랑하는 데에서 시작하다 보면 공감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실제로 처음에는 제 메시지에 “이게 뭘 말하려는 걸까?” 하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모습을 보곤 해요. 좀 더 배려하고 사랑하면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노래에 담으려 하죠. 대중들이 한로로에게 기대하는 부분도 바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나이와 무관하게 그 순간 가장 푸르고 사랑스럽다고 느껴진다면,그것이 바로 청춘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한로로. 그녀야말로‘청춘’이라는 말이 더없이 잘 어울린다.
나이와 무관하게 그 순간 가장 푸르고 사랑스럽다고 느껴진다면, 그것이 바로 청춘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한로로. 그녀야말로 청춘’이라는 말이 더없이 잘 어울린다.

Q. 이처럼 따뜻한 이상을 지녔지만, 음악 안에서는 때때로 화가 나 있고, 격렬해지기도 해요.
요즘 같은 세상에 낭만적이고 평화로운 이야기만 던져서는 와닿지 못 할 테니깐요. 그래서 오히려 더 필요한 메시지가 사랑이기도 하고요. 그러니 음악에서도 먼저 현실이 얼마나 차갑고 냉혹한지를 보여주고, 내 안의 응어리진 무언가도 가능한 한 100% 털어내려 하죠.

Q. 현실이 냉혹하다고 생각함에도 결국 종착지는 사랑이군요? 그 태도가 제일 잘 담긴 곡이 있다면요.
곧바로 떠오른 건 ‘사랑하게 될 거야’라는 곡인데요. “뭐가 그리 샘이 났길래 그토록 휘몰아쳤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용서하고 사랑하게 될 거야”라는 가사가 있어요. 결국에는 나를 휘몰아쳤던 나쁜 기억도 모조리 감싸 안아주는 사랑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곡이죠.

Q.  무대 위의 한로로와 평소의 한지수는 어떻게 다른가요?
큰 차이는 없어요. 무대 위에서는 조금 더 목소리가 커진다는 점 정도?(웃음) 한지수와 한로로가 다른 자아라기보다는, 한로로 자체가 저라고 생각하거든요. 만약 둘 사이에 큰 차이점이 있었다면 음악을 하는 게 스스로도 연기처럼 느껴졌을 거고, 오히려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Q.한로로 음악의 또 다른 특징은 옛 향수를 건드린다는 점이에요. 이는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고요?
맞아요. 아직도 어릴 때 거실에서 기타 코드가 적힌 악보집을 펼쳐놓고 연습하시던 엄마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나요. ‘너에게도 또다시’, ‘사랑은 유리 같은 것’, ‘비 내리는 거리’ 같은 곡들을 기타로 치면서 자주 부르셨거든요. 저도 옆에서 자연스럽게 듣고, 가끔 따라 부르기도 했어요. 그때의 기억들이 너무 따뜻하게 남아서 제 음악에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실은 엄마가 정말 노래를 잘하세요. 제가 가수인데도 “어떻게 그렇게 소리를 내요?”라고 한 번씩 물어볼 정도로요(웃음). 여러모로 좋은 부분을 물려받은 거죠.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별명인‘아기락스타’가 떠오르는 모습. 현실이 아무리 차갑고 냉혹할지라도, 싱어송라이터 한로로는 사랑으로 돌파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노래한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별명인‘아기락스타’가 떠오르는 모습. 현실이 아무리 차갑고 냉혹할지라도, 싱어송라이터 한로로는 사랑으로 돌파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노래한다.

Q. 예산과 공간 제한 없이 꿈의 집을 설계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일단 2층집에서, 집 중앙에 계단을 놓고 올라가게 만들 거예요. 그런데 내려올 때는 미끄럼틀로 내려오는 거죠!〈거침없이 하이킥〉의 민용 집 처럼요. 친구들을 초대해서 미끄럼틀을 태워주고, 사진도 찍어주고요. 그러면 집을 드나드는 과정 자체가 정말 즐겁고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을까요?(웃음) 이야기하다 보니 3층이면 더 신날 것 같아요.

Q. 뮤직비디오에 달리는 장면이 유독 많이 등장해요.
달리기라는 행위는 저에게 2가지 의미가 있어요. 하나는 어딘가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고, 또 하나는 어딘가로 나아가고 싶은 열망이죠. 어둠에서 밝음으로 향하는 여정처럼, 달리기를 통해 자유를 느끼고 마음이 시원해지길 바랐던 것 같아요. 그래서 뮤직비디오에서도 자주 뛰게 되었던 연유도 있어요.

Q. 앞으로도 달리기를 이어갈 예정인가요?
그럼요, 계속 달려 나가야죠. 때로는 부딪히고 넘어질 수도 있지만, 뛸 때는 힘껏 뛰고, 걷고 싶을 때는 천천히 걸으면서도 내가 가고자 하는 길 위에서 계속 노래할 거예요.

Q. ‘한로로’의 로가 ‘길’을 의미한다고요. 나의 길을 찾은 것 같나요?
아직도 걸어가는 중이에요. 수많은 갈림길을 지나왔고, 그때마다 ‘이 길이 맞는 길인가?’ 고민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 길이 다른 길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처음엔 아닌 것 같아도, 결국 돌아보면 제가 지나온 모든 길이 지금의 저를 이끌어준거죠. 이제는 새로운 갈림길이 나타나도 예전처럼 두렵지 않아요

Q. 2025년에는 어떤 활동 계획을 그리고 있나요?
올해는 앨범 단위의 작품을 한 번 더 선보이고 싶어요. 그동안 해온 것처럼 사회문제를 다루되, 이번에는 특히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풀어볼까 해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지만, 이런 주제를 통해 우리가 직면한 아픈 사회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보는 진정성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가수 한로로가 추천하는 플레이리스트는〈리빙센스〉애플뮤직 계정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로로가 추천하는 플레이리스트 듣기 >>


 

CREDIT INFO

editor권새봄

photographer김연제

장소 협조 글라스티어즈 @cryglasstears

스타일링김수현@kimsoopy

메이크업최선화선화인

헤어 박지현선화인

Related Article
    Array ( [idxno] => 6969 [url] => /news/articleView.html?idxno=63894 [title] => 소수빈의 음악이 주는 이토록 따뜻한 위안 [target] => _self [article_idxno_self] => 64057 [article_idxno_target] => 63894 [sort] => 0 [default_img] => 202412/63894_59929_1315.jpg )
  • 소수빈의 음악이 주는 이토록 따뜻한 위안
  • Array ( [idxno] => 6971 [url] => /news/articleView.html?idxno=63622 [title] => 밴드 브로콜리너마저라는 한 그루의 위안 [target] => _self [article_idxno_self] => 64057 [article_idxno_target] => 63622 [sort] => 1 [default_img] => 202408/63622_58643_5748.jpg )
  • 밴드 브로콜리너마저라는 한 그루의 위안
  • Array ( [idxno] => 6973 [url] => /news/articleView.html?idxno=63767 [title] => 우주를 유영하는 선우정아라는 별 [target] => _self [article_idxno_self] => 64057 [article_idxno_target] => 63767 [sort] => 2 [default_img] => 202410/63767_59310_4722.jpg )
  • 우주를 유영하는 선우정아라는 별
  • Array ( [idxno] => 7374 [url] => /news/articleView.html?idxno=64233 [title] => THE SHINING VOICE [target] => _self [article_idxno_self] => 64057 [article_idxno_target] => 64233 [sort] => 3 [default_img] => 202503/64233_61333_1721.jpg )
  • THE SHINING VOICE
  • Array ( [idxno] => 7376 [url] => /news/articleView.html?idxno=64234 [title] => 동시대의 목소리를 노래하는 뮤지션 [target] => _self [article_idxno_self] => 64057 [article_idxno_target] => 64234 [sort] => 4 [default_img] => 202503/64234_61336_1918.jpg )
  • 동시대의 목소리를 노래하는 뮤지션
  • Array ( [idxno] => 7852 [url] => /news/articleView.html?idxno=64443 [title] => 단단히 땅을 딛고 노래하는 홍이삭 [target] => _self [article_idxno_self] => 64057 [article_idxno_target] => 64443 [sort] => 5 [default_img] => 202505/64443_62476_5542.jpg )
  • 단단히 땅을 딛고 노래하는 홍이삭
저작권자 © 리빙센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